행복을 찾기 위해 10년간 해외를 여행했다. 내 가슴속 깊은 꿈은 ‘해외에서 살아보기’였다. 하지만 늘 현실과 부딪혔고 그러다 2021년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있던 해외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해외살이 5개월로 접어들었을 때 유방암이 찾아왔고 내 꿈은 좌절됐다. 이제 나는 불행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우울했는데 더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더 행복해졌다. 아니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서른 여덟살에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가족의 사랑을 통해 알게 됐다.
<살면서 우울할 때가 많았고 너무 짜증이 날 땐 "이대로 확 죽어버리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유방암을 진단받고 나니 "죽고 싶다"는 생각도 사치였다. 나는 죽음이 두려워졌고 살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니 멕시코, 쿠바, 프랑스 파리에서는 우울하지 않았는데, 그럼 기질 때문은 아니잖아.
마침내 나는 원인을 찾아냈다. 그건 땅의 성질 때문이다. 몇 해 전 건국대 앞 노상에서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지금 사주가 안 좋은 시기라 할지라도 외국으로 나가면 땅의 기운이 바뀌어서 사주도 바뀐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래, 한국 땅의 기운이 나랑 잘 맞지 않아서 지금 내가 우울한가 보다.>
나는 내 우울의 원인은 한국이라는 땅의 기질에서 찾을 정도로 한국에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하면서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됐을 때, 소변을 볼 수 없게 됐을 때, 한 발자국 걷기도 숨이 차서 걸을 수 없게 됐을 때...
비로소 나는 행복은 별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가만히 숨 쉴 수 있다는 것. 삼각김밥을 사 먹으러 편의점에 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었다.
나는 비로소 죽음의 문턱을 넘고 행복을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