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진 Dec 14. 2023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는 포기할 수 없지!

위험한 도시
치안이 불안정한 도시
여자 여행자 혼자서는 가지 마라
vs
세계 최초로 마르게리타 피자를 만든 곳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
세계 3대 미항 나폴리항
죽기 전에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 –괴테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할 당시 나폴리는 여행자들에게 기피 도시 중 하나였다.

세계 3대 미항으로 유명했지만 치안 문제로 이 도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심지어 여행 가이드북에서조차 나폴리는 혼자 가지 말라 조언했지만, 세계 최초로 마르게리타 피자를 만들었다는 '브란디 피자'에 가보고 싶다는 나의 욕망은 나폴리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냈다. 그래도 그곳에 머물 만큼 용기가 있지도 않아 당일치기를 결심했다.     


남부의 조용한 도시 살레르노에 거점을 잡고, 아침 일찍 나서 폼페이를 구경 후, 시타버스를 타고 나폴리에 도착했다. 그때가 약 오후 2시쯤. 마침 하늘은 우중충했고 금방이라도 후드득 비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나폴리에 대한 무서움과 우중충한 날씨는 '나폴리 공포의 도시'라는 타이틀에 딱 들어맞았다.     


시타버스를 타고 나폴리 초입에 진입하자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들과 외벽의 시멘트가 다 벗겨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은 건물들, 유럽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민자들 '아 역시 사람들의 충고가 틀리지만은 않았구나'

온갖 공포를 둘러맨 채 서둘러 브란디 피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나는 시타버스를 타고 갔기 때문에 악명 높은 중앙역에서 내리지는 않았고, 시내 중심부 부근에서 내릴 수 있었다.     

나폴리 시내로 접어들수록 여느 유럽의 모습과 다름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가득했다.              


BRANDI PIZZERIA 브란디 피자


1780년 오픈한 곳인데 세계 최초로 마르게리타피자를 만든 곳이다.

나폴리를 방문한 마르게리타 여왕을 위해 당시 브란디 피제리아의 주방장이었던 돈 라파엘 에스폰트가 만들었다고 한다. 이 브란디 피자 주변이 '끼아이어 거리'라고 하는 데 안전하고 깨끗한 지역이라고 한다.     


워낙에 유명한 식당이라 혼자 간다는 게 살짝 망설여졌지만, 외국에서 혼밥 레벨은 이미 만렙이 된만큼 과감하게 들어갔다. 그런데 그 어떤 식당에서보다 환영받았고 편하게 피자를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탈리아인의 밝음과 유쾌함을 가지고 있던 식당 주인! 역시 경험하지 않기 전에 겁부터 먹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피자는 직접 만든 시큼한 토마토소스, 모짜렐라 치즈, 바질로만 만들어졌다.

도우는 굉장히 쫀득쫀득하고 치즈는 식어도 굳지 않았지만 한국 치즈와 달리 물 같다. 마르게리타 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율이 있을 정도로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부엌에는 커다란 벽돌 화덕이 자리하고 있었고 이 화덕에서 뜨끈한 피자가 구워져 나온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1인 1 피자를 먹는데 그렇다고 피자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 음식이 전반적으로 짠 편인데, 피자 역시 너무 짜서 혼자서 1판을 다 먹진 못했다!     


피자를 먹고 나니 배도 불러오고 미션을 완료했단 생각에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알록달록 예쁜 색감의 건물들이 내가 돌아본 일곱 개의 이탈리아 도시 중 가장 아름답고 예쁜 건물들을 가지고 있었다.

플레비시토 광장은 차가 다니지 않고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광장 맨바닥에 앉아 책을 읽거나  여유를 부려도 좋다.


1860년 문을 열었다는 감브리누스 카페가 바로 옆에 있다. 사실 이곳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플레비시토 광장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3대 미항이라 불리던 나폴리 항과 지중해가 나온다.

미항이란 말이 무색하게 산업용 큰 배들과 장비들이 많았지만 끝없는 지중해는 한 번쯤은 볼만하다. 항구 주변 건물들도 깨끗하고 예쁘고 웅장하다.     


나폴리를 진입하는 외곽, 나폴리의 초입은 이민자들도 많아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동양인인 나도 이탈리아인의 입장에서는 '낯선 이방인'일뿐이다. 인종으로 그들은 위험할 것이다란 선입견 과연 옳을 것인가? 라는 생각과 동시에 분명 그들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진 않을까란 생각이 공존했다.     


나도 당일치기, 그것도 단 몇 시간밖에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폴리에 대해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느낀 나폴리는 이랬다.     


1. 돌아갈 땐 나폴리 중앙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는데 나폴리 중앙역 내부는 안전하다. 

내부에 역무원들도 굉장히 많고,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2. 나폴리 역사 지구와 플레비시토 광장 주변은 안전하다.

3. 나폴리 곳곳에 이민자들이 기념품 등을 파는 노점이 많다.

4. 도시 자체가 다른 도시에 비해 이민자가 많고, 나폴리 시내를 둘러싼 외곽, 나폴리 진입 부분에는 더럽고 위험해 보인다.

5. 나폴리는 교통지옥이다. 차가 정말 많다!!!!!!!!!!! HELL OF HELL 빵빵 거리는 경적음이 장난 아니었고 심지어 2km 정도 거리를 구글맵으로 쳐보니 걷는 게 빠르다고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결론은 '나폴리는 2~3시간만 머물기엔 왠지 아쉬운 도시'였다.     

그래도 아쉬웠던 점은 나폴리는 점점 쇠락하고 있는 도시라는 게 느껴졌다.

한국인 여행자를 비롯해, 동양인 여행자는 1명도 보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여행자가 많이 없었다.


로마에서 오래 거주한 가이드분의 말에 의하면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도 골치인 도시'라고 한다. 사건, 사고가 많긴 한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스 파리 시청에서 혼밥이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