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를 읽고
교육 사업을 준비하면서, 미래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 힌트를 얻기 위해 이지성 작가의 책 ‘에이트’를 읽었다. ‘에이트’는 5년 내로 인공지능이 지배할 시대와, 그런 시대에 인공지능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 수 있는 방법 여덟 가지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다. 힌트를 얻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에이트’는 내 안에 엄청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생각보다 너무 어두워 보였기 때문이다.
‘에이트’에서 이지성 작가가 인용한 통계를 함께 살펴보자.
KT 경제경영연구소가 2016년에 발표한 “인공지능, 완생이 되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국내 의료, 법률, 교육 등의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시점을 2025년으로 예측했다.
한국 고용정보원은 2017년에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아래의 통계를 발표했다.
- 의사 업무는 33.3%는 2025년에, 70%는 2030년에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
- 약사 업무의 84.2%, 판검사 업무의 58.6%, 변호사 업무의 48.1%, 교수 업무의 59.3%가
2030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
- 2025년에 국내 일자리의 60% 이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
- 2030년이 되면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낫거나 같아진다.
UN 산하 조사기관의 “미래보고서 2045” 는 의사, 약사, 판검사, 변호사, 기자, 통역가, 번역가, 세무사, 회계사, 재무설계사, 금융 컨설턴트 등의 직업이 2045년이면 인공지능에 의해 아예 소멸된다고 예측했다.
2025년에 현존하는 직업의 40% 이상이 소멸. 2016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한 무렵, 2032-2035년 무렵엔 현존하는 직업의 65% 소멸. 소멸하는 직업은 의사, 약사, 판검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은행원, 세무사, 회계사, 관세사 등 전문직과 대기업 사원 등의 화이트칼라 직종. (세계경제포럼, ‘주요 기술과 티핑포인트 전망’, ‘직업의 미래’, 2016)
위 통계를 살펴보면 멀게만 느껴지던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대량 실업사태의 물결이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5년 안에 우리 삶에 영구한 변화를 끼칠 것이고,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개개인은 이에 대한 준비를 당장 시작해야 함을 위 통계는 촉구하고 있다.
‘에이트’에서 이지성 작가는 5년 이내에 인공지능에 의한 직업 대체가 시작되며,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직업들, 특히 가장 선망받는 의사, 약사, 판. 검사, 변호사, 교사, 교수, 공무원, 대기업 사무직 등의 직업들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어서 인공지능이 중산층들의 노동을 대신하며 한국 인구의 99.997%가 인공지능의 노예로 전락하는 어두운 미래를 그린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능력,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는 대안적 교육을 제시한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한국의 주입식 교육,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을 통해서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양의 지식을 저장하고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지성 작가가 주장하는 대안적 교육의 핵심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지식을 저장하고 그에 기반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업무, 그리고 정해져 있는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인간에 비할 수 없는 정확도와 속도를 자랑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래에 코딩 속도는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될 테지만 코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언제나 인간 고유의 역량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에이트’와 같은 부정적인 예측을 하기도 하고, 아니면 인공지능에 의해 새로운 직업들이 더욱 많이 생길 것이라고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의 옳고 그름을 지금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지성 작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된 현시점에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절실히 동감한다.
이후 더욱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기술의 진보와 산업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그 옛날 어디선가 들어본 농업 -> 제조업 -> 서비스업으로의 산업 변화가 ‘서비스업 -> 정보통신기술업’으로 이어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번 산업 변화에 전 세계가 서둘러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진 만큼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빠르고 큰 변화가 우리 사회를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안정적인 직업’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미래에 유망한 직업 100’ 중 하나를 골라 그에 맞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실은 미래의 가능성을 크게 제한하는 대책일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 준비된 사람이란 앞으로 직면하게 될 기회와 위기를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30년 안에 인류의 절반 이상을 실직 상태로 만들게 된다.
그 시대가 눈앞에 닥치기 전에 사회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미국컴퓨터협회 괴델상 수상자 모셰 바르디 교수,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