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신작에 올라온 일상물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일상툰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대중의 관심은 어디로 흐르는지, 업계에서 상업적으로 '돈'이 된다고 판단한 작품은 어떤 소재를 다루는지 궁금해서 하루에 한 번은 꼭 들여다본다. 최근엔 <펫로스클럽>이 TOP랭킹에 들었다(관심 5천). '20년을 동고동락하던 반려견 풋코를 떠나보낸 후 남의 개 돌보기'에 나선 작가 본인의 이야기다. 작가님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원래 구독자를 십시일반 모아 유료구독 연재를 시도하려다 실패했다고 한다. 실패를 딛고 네이버웹툰 연재로 뚫어낸 작가의 뚝심과 저력이 존경스럽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라는데, 반려동물의 귀염뽀짝한 일상뿐 아니라 상실과 애도라는 감정이 점점 더 이야기 본류 중 하나로 중요하게 다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원동민 작가님(14만 팔로워)의 반려견 또리가 불의의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작가님 인스타에서 만 개 넘는 마음들(댓글)이 함께 슬퍼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작가님이 충분히 애도하고 일상으로 잘 복귀하실 수 있기를..)
지난달에 연재를 시작한 <덤벙덤벙 내인생>도 관심 등록 수(1만9천)가 빠르게 늘고 있다. 유년시절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한 어른이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신나는 일상 이야기'인데 작품에 붙은 해시태그로 보아 '2025 연재직행열차' 당선작으로 추정된다. 나는 인스타툰이든 플랫폼 웹툰이든 일상툰의 완성은 댓글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웹툰에 달린 어떤 댓글들은 치유의 감정을 일으켜 마음을 뜨끈하게 덥혀 준다. 예를 들면 "아들 생각하며 웁니다. 약물 치료 중이에요. 잘 크길 바라며, 작가님도 응원해요."와 같은 댓글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작가가 갑자기 하반신 마비를 겪는 이야기 <별 거 아니겠지>(관심 14만5천)에도 동류의 울림이 있다. 좋은 작품들이다.
일상물 중에서도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일상개그 및 일상개그힐링이다. 현재 연재작 중에서는 <쌉초의 난>(관심 19만2천)이 최애작이다. 열혈병맛개그 <방구석 재민이>(관심 4만4천)도 지인에게 공유하고 싶을 만큼 재밌게 잘 짜여진 에피소드가 많다. 네이버웹툰 '독자PICK'을 통해 정식연재로 채택된 <봉구리 로큰롤>(관심 1만9천)은 색감도 예쁘지만 투박한 내용의 스토리가 독자들의 공감을 많이 사는 듯하다. 일단 독자픽 작품 중에서는 성장세가 빠른 축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독자픽 작품인 <오늘은 뭐하고 놀까?>(관심 7천), 독자픽은 아니지만 <고고밍밍고>(관심 9천), <소소한 기행>(관심 1만 7천) 등도 이따금씩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내내 <잇팅의 육아팅>을 열심히 그리다가 불현듯 '아하 모먼트'가 찾아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자, 내가 그리고 있는 장르인 일상개그 웹툰을 막상 나는 돈을 주고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드라마나 스릴러 장르의 스토리형 웹툰은 따박따박 쿠키를 구워 보면서, 정작 내 최애 장르에는 지갑을 닫는 아이러니라니. 그렇다면 일상개그 유료 시장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굿즈 등 IP 부가수익사업의 규모와 매출은? 만약 애초에 시장의 크기가 작은 장르라면 (지금은 베스트도전일 뿐이지만) 일상개그 장르인 <잇팅의 육아팅>을 계속 그리는 것이 맞나? 기적적으로 정식연재 채택이 된다 해도 돈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일었지만,,, 너무 좋아하는 일이고 재밌으니까, 일단 올해까지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다.
여튼 베도 작가이자 관찰자로서 내가 바라본 일상툰 시장은 수익성 여부를 떠나 그 볼륨은 견고할 것 같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완성형 스토리를 더 빠르고 쉽게 뽑아내는 시대에서 작가 본인의 고유한 이야기는 더욱 희소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플랫폼의 경계는 점점 더 허물어질 것 같다. 네이버웹툰이 인스타툰 작가들을 네이버웹툰 정식연재 작가로 끌어온 것처럼, 지금은 '컷츠'라는 숏애니메이션을 통해 기메띠와 이삼십 등 유명한 크리에이터를 끌어오고 있는데, 거대한 초개인이 플랫폼을 선택하는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직찍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