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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의 본업 후기

끝을 향한 여정

by 김뚜루

회사에서 맡았던 큰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나에게 '인구포럼'이라는 거대한 행사는 첫째, 어떻게 하면 연사들을 돋보이는 주인공으로 만들 것인가(그래야 관객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으므로), 둘째,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말하자면 프로타고니스트의 철저한 조력자였다. 해당 씬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을 주인공답게 만들기 위해, 주인공의 초목표를 위해 옆에서 함께 달려나가는 사람. 인구포럼에서 나는 총괄PM에게 좋은 연사를 추천하고, 연사들의 발표 내용과 프로그램북 내용 등을 수시로 다듬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모객을 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는데, PM이 특히 좋아했던 것은 나의 관점이었다. "오 그거 좋은데요?", "아 그거 구린데요." 그럼 그 피드백은 즉각 반영되곤 했다.


사회공헌센터에서 일한 지 햇수로 4년째, 나는 지금 그 끝을 향한 여정에 있다. 조력자로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직장툰 '삼우실'의 스핀오프인 힐링툰 '시골삼우실'을 제작할 수 있었고(이 씬에선 독자님과 내가 주인공, 히히),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인구문제 콘텐츠를 협업 기획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아이들도 참여하는 '육아포럼'을 기획해볼 수 있었고, 사연 기반 '아빠육아 웹툰'을 제작해 따뜻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4년간 나라도움과 나라장터 업무에도 나름 빠삭해져서 '나 이러다가 조달행정사 되는 거 아냐?' 하는 웃픈 걱정도 했더랬다. 연사 섭외나 협업 제안 이메일을 보냈을 때 "그렇게 정성들여 이메일 쓰는 사람은 정말 처음 봤어요", "제가 그 이메일 보고 섭외 응했잖아요"라는 답변을 들으면, 내 진심이 통했구나 싶어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가끔 나의 이 열심과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자문할 때가 있는데, 최근 아는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명쾌한 답을 얻었다. 소속감과 자율성 그리고 인정욕구. 나는 이것들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단 하나의 감정으로 치환하자면 바로 '사랑받고 싶은 열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열망이 극대화되는 지점이 나에게는 기획과 창작이다. 글이든 웹툰이든 강연이든 장르 불문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끌어온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기획자로서, 콘텐츠 디렉터로서의 정체성만큼은 꾸준히 가져가고 싶다.


그간 도움 주시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2022.1.1~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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