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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성공했지만 고통스러울 때

결혼 생활이 초보 상담사에게 미치는 영향

by 두솔


20대 때 불안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붙잡던 때가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생긴 뒤로는 사랑과 안정감을 동의어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상담도 여러 차례 받고, 혼자 유럽으로 떠나보기도 하고, 몇 년간 연애 휴식기를 갖기도 하였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 자랑을 나서서 하진 않지만, 사실 나는 남편을 만나고 내 인생의 선물은 다 받았다고 느낄 정도로 감사한 사람이다.


남편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기존의 커리어를 두고 심리 상담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굉장히 위태로운 사람이 되었다. 이전 커리어를 생업으로 유지하긴 했지만 몰입에 한계가 분명히 있었고 경제적인 능력의 부족함으로도 이어졌다. 새로운 학업을 위해 공부 시간을 확보해야 했으니 당연한 희생이었다. 하지만 사회에서 1인분 이상을 해내야 하는 20대 후반의 성인으로서는 부족한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런 내가 계속 꿈을 꿀 수 있도록 남편이 지원해 줬다. 남편은 내가 공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버텨줬다. 살림에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되게 집을 채워주고, 수업을 듣느라 귀가가 매일 늦는 나의 부재를 견뎌줬다. 내가 내 삶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정말 고맙게도.


그런데 이런 상황이 고통스러워 상담에 가서 한 시간을 울었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운 건 남편과 관계의 문제가 아니고, 나의 마음 때문이었다. 남편에게 감사한 한편으로는 내가 남편에게 너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책과 죄책감으로 무거운 마음이 쌓이고 쌓여 견디기 고통스러울 정도에 이르렀다. 밤낮으로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갚을 수 없는 빚이 쌓여가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담 선생님은 상담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부는 쓸모로 증명하는 관계가 아니에요. 그냥 옆에 존재하며 살아주는 관계예요."


아, 또 이 문제구나. 아무것도 아닌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힘이 들고 있구나. 나아가는 것만 바라보고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 그래서 선물 같은 현재를 마음 편히 누리지 못하는 것.


같은 주제가 나의 삶의 여러 방면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상담사로 상담을 할 때는 내담자에게 기여해야한다는 마음을 덜어내느라 싸우고, 결혼이라는 관계에서는 기대기 싫어 버티는 마음과 싸운다. 남편의 사랑을 무거운 마음이 아니라 깨끗하게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길 바라본다. 그럴 수록 더 좋은 상담사가 되어갈테니.




[마음실험기 : 초보 심리상담사의 기쁨과 슬픔]

초보 심리상담사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어요.
좋은 상담사가 되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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