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심리상담사가 성격을 공부하다 든 의문
심리 상담 공부를 하다보면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한다. 어떤 성격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치열하게 살핀다. 분명 도움이 되는 고민이라는 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나의 마음 속에 한 가지 깊은 의문이 반기를 들었다.
"아니 그럼 좋은 성격이랑 나쁜 성격이 따로 있다는 건가?"
성격에 정답이 있다면 나도 그 틀에 맞추고 싶었다. 독특한 성격으로 보이는 특징들을 다 뽑아내고 누가 봐도 문제 없는 모습만 걸러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특히 심리 검사를 공부할 때면 그런 의문이 강해졌다. 아무래도 각 성격 특성의 병리적 특징에 주목하다보니 마치 성숙한 성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심리 검사를 해석해주는 상담을 해야할 때면 더 어렵기도 했다. 각 사람의 고유성을 해치는 결론으로 이끌어 가야 할까봐. 내가 아는 상담은 사람을 살리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인데, 내가 잘못 안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 주말 심리 검사에 대해 한층 더 공부하는 교육 기회가 있었다. 심리 검사를 잘 다루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또 같은 의문이 올라왔다. 그래서 교육을 진행해주시던 1급 상담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 성격의 병리적인 측면을 다루다보니 마치 옳은 성격이 있는 것처럼 혼란이 오는데, 이 물음을 어떻게 소화해야하는지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해묵은 질문은 선생님의 대답으로 모두 해소되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답을 하셨다.
"우리가 성격의 병리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공부하다보니, 그런 의문이 충분히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성격 나쁜 성격. 옳은 성격 틀린 성격이 나뉘어 있지 않아요. 제가 심리 검사 결과를 해석해줄 때 내담자분께 꼭 드리는 이야기가 있어요. 나는 당신의 이 고유한 특성이 너무 귀하고, 반갑다고. 그래서 이 고유함이 훼손되지 않고, 세상에서 최대한 꽃피웠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러려면 내담자의 이 특성들이 다치지 않고 잘 기능할 수 있는 방법을 상담사가 내담자와 함께 고민해주는 게 도움이 되겠죠?"
선생님의 현명한 대답에 마음이 탁 놓였다. 그 누구도 심리 상담의 '옳은' 성격에 맞출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옳은 성격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다만 고유함이 더 꽃피울 수 있는 방법, 이 소중한 개성을 더 잘 펼칠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시 신이 났다. 얼른 내담자 분들을 만나서 심리 검사를 해석해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각 사람의 고유함이 다치지 않고 꽃피울 수 있게 함께 고민한다는 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해야지.
[마음실험기 : 초보 심리상담사의 기쁨과 슬픔]
초보 심리상담사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어요.
좋은 상담사가 되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