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상담심리사의 생존기 (2)
첫 회사 면접에서 받은 질문을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나는 사회 경험이 없는 순수한 스물 다섯으로 "광고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 라는 패기롭고 때묻지 않은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팀장님과의 1:1 면접에서 팀장님은 나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니?"
"가치 있는 것을 담은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너에게 가치 있는 게 무엇이니?"
"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적확히 형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마음들이 얽혀 밀려들어왔다.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면 좋겠다'에 가까웠다. 면접에서는 답은 하지 못했고, 팀장님은 대답을 못한 나를 타박하시기 보다 따뜻하게 넘어가주셨다. 스스로를 '신입사원에게 곤란한 질문을 한 팀장'으로 포지셔닝 하고 넘어가주시면서 상황은 마무리가 되었다.
당시에 언어화 되지 못하고 마음에 남아만 있던 어렴풋한 직감.
'세상이 살 만하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원.
눈을 떴을 때 오늘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막막하기보다 다행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나는 살 맛 나는 삶이 누구에게나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팀장님의 질문은 '나는 무엇을 가치있다고 여기는가' 라는 미해결 질문으로 남았다. 그 '무엇을'이라는 목적어 자리에 알맞는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공익 광고 캠페인, 사각지대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콘텐츠 등 내 마음이 가치롭다고 반응하는 것들을 하나씩 넣어보았다.
삼십대가 된 지금 나는 더이상 목적어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나를 알아봐주는 진실된 관계'이다. 식물이 햇빛을 먹으며 자라듯 사람은 '관계'를 쐬어야 시들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서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진실된 관계를 맺는데에 좌절한다.
여러 경험을 통해 나는 훈련된 심리상담사의 전문성은 '그 사람을 알아봐주는 진실된 관계'를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은 알아서 자신만의 꽃을 피워나간다는 것도 믿게 되었다. 그리고 심리 상담을 공부하고 수련할 수록 나를 만나는 내담자들이 싱그러워지는 것도 목격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면접 장면에서 바로 답을 못했지만 어쩌면 나는 대답을 몇년 째 하고 있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