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벌 김화숙 Apr 13. 2024

거리로 나와보니 거기 당신이 계셨습니다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 약속, 책임, 그리고 노란 희망

# 하나님, 전능하신 당신 찾아 한참을 헤매었지만 온데간데없었습니다.

@ 빨갛게 번쩍이는 십자가 위에도, 높은 강단이 뱉어내는 공허한 말들 속에도 그런 당신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 거리로 나와 보니 그제야 알았습니다.

@ 당신은 팽목항에, 국회 앞에, 광화문에, 청운동사무소에, 동거차도에, 목포 신항에, 화랑유원지에, 그리고 그날 바다 밑에 계셨습니다.


# 별빛이 내리는 곳마다 당신이 계셨습니다.

@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 별들의 외침을 따라가는 사람들 곁에 작은 당신이 계셨습니다.


# 우리는 그 빛을 따라 걸어왔고, 걸어갈 것입니다.

@ 모든 불의와 거짓을 부수고. 별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 주여, 노란 희망으로 우리에게 오소서.

-- 세월호10주기 예배에서, 교독문

 


4월 둘째 주는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예배와 함께 출발했다. 7일 오후 6시, 안산 화랑공원에 있는 4.16 생명안전공원부지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라는 주제로 예배했다. 준비된 의자  500여 개는 너무 부족했다. 700여 명이 함께 세월호 참사를 같이 기억하는 자리였다.


나는 덕과 함께 416 합창단으로 참여해 내 인생 노래 '돌덩이'와 '잊지 않을게'를 노래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함께 한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이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예배 중 내 가슴을 가장 울린 건 '예배로 나아감'으로 함께 읽은 교독문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내 고백 같아 옮겨 적어 보았다. "거리로 나와보니 그제야 알았습니다." "별빛이 내리는 곳마다 당신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주여, 노란 희망으로 우리에게 오소서."


세월호는 내 삶과 신앙을 '거리로' 나가게 한 변곡점이었다. 세월호는 이전에 내가 알고 믿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허탄한 것이었나 드러내 버렸다. 가정과 교회에 갇힌 삶을 무너뜨리고 몸과 발을 움직여 거리로, 사람들 속으로 나가게 했다. 광장에서, 울부짖는 사람들 곁에서, 그제야 보이고 알게 된 것들. 나의 예수를, 나를, 그리고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한 사건이었다.



아프지만 즐겁고, 무겁지만 상쾌하고도 충만한, 역설의 4월이지 싶다. 지난 한 주도 그랬다. 발로 움직여 세월호 10주기를 기억하는 다양한 전시회와 행사장으로 쏘다닐 수 있었다. 가족들을 만나 포옹하고, 생생한 아이들 이야기를 보고 듣는 복을 누렸다. 아이들의 기억 물품 특별전 '회억정원', 아이들의 이름을 돌에 새긴 '다시 부르는 이름들', 그리고 기억전시관의 '마을의 4.16'도 강추 또 강추한다. 기억교실에 들르고 단원고 노란고래도 들렀다. 아, 나만 즐기면 무슨 재민겨. 4월을 특별하게 보내는 팁 몇 가지만 더 나눠본다.



4월 연극제 끝나기 전에 놓치지 마시길 강추하고 싶다. 엊저녁 보노마루에서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를 보는 내내 예술의 힘을 느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란 말 한마디도 안 나오는데도 나는 세월호의 메시지를 들었고 단원고 아이들을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산뜻하며 새로운 형식으로 연극을 기획한 분들께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종이 조각들은 벚꽃임에 틀림없었다.




[세월호참사 10주기�안산의 열 번째 봄]

‘10년의 기억, 10년의 다짐’이란 주제로 토요일인 오늘 안산과 서울에서 '4.16 기억문화제'가 열린다. 잊었던 첫 마음을 새롭게 하는 자리가 되겠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4.16 이후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자는 다짐을 기억하자. 안산에서는 별이 된 아이들을 품어 줄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서울에서는 시청 앞 기억관 앞에서. 10년을 함께 한 사람들과 노란 리본 물결 속에 나는 4.16 합창단으로 노래하게 된다. 4월엔 거리에서,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신성을 발견하자.


안산에서 열리는 '전국 민주시민 합창축전'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 '세월호, 우리의 기억'이란 이름대로 세월호 10주기를 기념해 전국 행사가 안산에서 열리는 거다. 거리에서 노래하며 싸우며 연대하는 합창단이 416 합창단 말고도 많이 있다는 사실에 매번 나는 감동한다. 평화나무합창단, 이소선합창단, 박종철합창단, 두꺼비앙상블, 더울림합창단, 대전평화합창단, 대구평화합창단, 녹두꽃시민합창단, 615 시민합창단, 5.3 합창단, 1987 합창단, 그리고 416 합창단이다.


 

그래서 나는 4월 이즈음엔 교회 주일 예배를 한 번은 빠질 수밖에 없다. 내일이 그런 날이다. 전국 민주시민 합창축전은 오후 행사지만 준비와 리허설은 오전부터 진행되니 온전히 하루를 축제로 살게 된다. 4월 15일(월) 저녁 7시 30분엔 역시 안산 화랑공원에서 세월호 10주기 추모문화제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열린다. 여기서도 416 합창단으로 나는 노래한다. 김창완 밴드와 함께 부르게 될 '안녕'이 기대된다.


4월 16일(화) 오후 3시엔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안산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린다. 여기서도 416 합창단은 물론 전국에서 함께 노래하는 합창단과 시민들이 4,160 합창단이란 이름으로 현장에서 그리고 영상으로 함께 노래한다. 화요일까지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는 4일간 기억예술체험, 8인 작가의 야외미술 전시, 4.16 기억버스킹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https://www.tumblbug.com/416choir?utm_source=tumblbug&utm_campaign=project_detail&utm_medium=share&fbclid=IwAR1kYd9fhrslvf3Jznt7HSSHYTT57anTc7PAVyZC3z7DDmWsgTF7oloZpKs&_branch_match_id=1306387642250501726&_branch_referrer=H4sIAAAAAAAAA8soKSkottLXz8nMy9YrKc1NykkqTddLzs%2FVdyw2MAk080l19UyyT0tKzslMsfUsdwwyzI5MsUzLKCrOKUsz9qrKKzH3CA72iAwJMTVPzAtJNg9wDKuMcjauMndxyQ0vTg9xM8%2FPyY8q8C4GABrOyLxqAAAA

그리고 마지막으로 416합창단의 2집 앨범 소식 공유한다. 크라우드 펀딩에 함께 해 주세요! 소액부터 5만원까지 자유롭게 참여 가능하다. 오늘 오후 서울 시청 앞에 오면 다양한 부스 중에 416합창단의 1집 앨범과 책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도 만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한다고 아빠가 약속할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