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합니다
결혼 만11년, 네 식구, 1년의 캐나다를 결심했다.
육식동물처럼 날마다 고기를 외치는 사내 아이 둘과 아직 철없는 올해 갓 마흔된 부부의 낯선 도시 적응기. 직장 잘 다니던 남편과 학교 잘 다니던 아이들을 설득하여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준비부터 정착, 생활과 적응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남기고 공유하려 한다. 한국의 남편이 보내준 돈으로 걱정 없이 아이들 잘 챙기며 여유롭게 생활하는 기러기 엄마이길 꿈꾼 적도 없지 않다.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지만 어떻게든 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 식구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부딪치기로 결심했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우리 나이 마흔에, 하나하나 처음이 되어 캐나다의 빈대가족이 되어보기로 했다. 내년엔, 그 후년엔 못 할 것 같다는게 우리 결심의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이 아니면, 올해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그렇게 우리는 이제 떠난다. 김, 멸치, 오징어포를 바리바리 넣은 이민가방을 들고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른다. 거기에서도 다 구할 수 있다는 된장, 고추장도 꾹꾹 눌러담았다.
속모르는 이들은 어쩜 그렇게 결정이 쉽냐고 하지만 캐나다에서의 1년을 결정한 건 사실은 하나도 간단치 않았다. 마냥 행복하거나 설레거나 자신감 넘치지 않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치밀어오르는 후회, 막막함, 두려움, 짜증을 감당하느라 피부가 엉망이 되었고 뾰루지들이 잔치를 하고 있다. 왜 결심했을까, 왜 잘 다니던 직장은 그만두었고, 왜 캐나다여야만 했을까, 왜 1년이어야 했을까, 많은 이들이 내게 묻는 질문을 이제는 내가 나에게 하련다. 답을 모를 땐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답을 찾고, 쓴 글대로 살기 위해 애쓰며 이전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엄마들의 로망인 캐나다의 한적한 작은 도시에서 영어 서툰 네 식구가 살아갈 이야기, 한 푼 아끼려고 온갖 애를 쓰며 궁상 떨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학원 한 번 안 다녀본 순수한 영어두뇌를 가진 아들들의 학교 적응기, 그들만큼이나 치열하게 캐나다 학부모 노릇에 진땀을 뺄 한국엄마의 캐나다 적응기, 가족을 책임지고 뭐라도 일을 찾고 돈을 벌어야 마땅할, 하지만 그러기엔 영어가 상당히 짧기만 한 아빠의 고군분투기까지.
한국에서는 아이들만 성장하고 아이들에게만 발전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아이들보다 더 급하게 성장해야만 할, 그러는 사이 조금씩이나마 이전보다 성숙해질, 아직은 철없는 부부를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길. 그래도 돈 있고 여유 있어서 저러는거야, 싶다면 정말 우리 부부에게 찾을만한 것이 그것밖에 없는 건지 한 번만 더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우리의 도전이, 우리의 결심과 공유가 지금 치열하게 일상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삶이 흔들리고 방향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을 공유함으로 받게 될 비난, 비아냥, 평가를 기쁨으로 감수하련다. 그게 내가 서툰 글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며, 누구도 묻지 않는 우리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개하며 기대하는 진짜 소원이다.
1년의 캐나다, 결코 간단치 않은 도전,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