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경 Mar 30. 2019

1년의 캐나다, 결코 간단치 않은 결정

시작합니다

결혼 만11년,  네 식구, 1년의 캐나다를 결심했다.


육식동물처럼 날마다 고기를 외치는 사내 아이 둘과 아직 철없는 올해 갓 마흔된 부부의 낯선 도시 적응기. 직장 잘 다니던 남편과 학교 잘 다니던 아이들을 설득하여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준비부터 정착, 생활과 적응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남기고 공유하려 한다. 한국의 남편이 보내준 돈으로 걱정 없이 아이들 잘 챙기며 여유롭게 생활하는 기러기 엄마이길 꿈꾼 적도 없지 않다.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지만 어떻게든 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 식구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부딪치기로 결심했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우리 나이 마흔에, 하나하나 처음이 되어 캐나다의 빈대가족이 되어보기로 했다. 내년엔, 그 후년엔 못 할 것 같다는게 우리 결심의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이 아니면, 올해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그렇게 우리는 이제 떠난다. 김, 멸치, 오징어포를 바리바리 넣은 이민가방을 들고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른다. 거기에서도 다 구할 수 있다는 된장, 고추장도 꾹꾹 눌러담았다.


속모르는 이들은 어쩜 그렇게 결정이 쉽냐고 하지만 캐나다에서의 1년을 결정한 건 사실은 하나도 간단치 않았다. 마냥 행복하거나 설레거나 자신감 넘치지 않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치밀어오르는 후회, 막막함, 두려움, 짜증을 감당하느라 피부가 엉망이 되었고 뾰루지들이 잔치를 하고 있다. 왜 결심했을까, 왜 잘 다니던 직장은 그만두었고, 왜 캐나다여야만 했을까, 왜 1년이어야 했을까, 많은 이들이 내게 묻는 질문을 이제는 내가 나에게 하련다. 답을 모를 땐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답을 찾고, 쓴 글대로 살기 위해 애쓰며 이전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엄마들의 로망인 캐나다의 한적한 작은 도시에서 영어 서툰 네 식구가 살아갈 이야기, 한 푼 아끼려고 온갖 애를 쓰며 궁상 떨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학원 한 번 안 다녀본 순수한 영어두뇌를 가진 아들들의 학교 적응기, 그들만큼이나 치열하게 캐나다 학부모 노릇에 진땀을 뺄 한국엄마의 캐나다 적응기, 가족을 책임지고 뭐라도 일을 찾고 돈을 벌어야 마땅할, 하지만 그러기엔 영어가 상당히 짧기만 한 아빠의 고군분투기까지.

한국에서는 아이들만 성장하고 아이들에게만 발전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아이들보다 더 급하게 성장해야만 할, 그러는 사이 조금씩이나마 이전보다 성숙해질, 아직은 철없는 부부를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길. 그래도 돈 있고 여유 있어서 저러는거야, 싶다면 정말 우리 부부에게 찾을만한 것이 그것밖에 없는 건지 한 번만 더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우리의 도전이, 우리의 결심과 공유가 지금 치열하게 일상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삶이 흔들리고 방향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을 공유함으로 받게 될 비난, 비아냥, 평가를 기쁨으로 감수하련다. 그게 내가 서툰 글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며, 누구도 묻지 않는 우리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개하며 기대하는 진짜 소원이다.

1년의 캐나다, 결코 간단치 않은 도전, 이제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