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브런치를 처음 접한 이후로, 첫 글을 쓰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년 동안 학회 브런치 계정으로 글을 올리고 검수하긴 했지만,내가 아닌 집단의 이름으로 생산되는 글에는 왠지모를 자기검열의 단계가 한두차례 정도 더 수반되었던 것 같다.
2020년 어느덧브런치 재수생이었던 나는 두번째 작가 신청을 하게 됐다. '한달쓰기'를 2달 간 참여하며 적었던 블로그 게시글 57개 중, 마음에 드는 몇개를 참고자료로 골라냈다. 어찌보면 이것이 내 인생 최초의 포트폴리오는 아니었을까.그외에도 이런저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포부까지 자소서에 살붙이듯 적어냈었다.
결과는 합격. 솔직히 말하면 꽤 많이 기뻤다. 취업 준비가 잘 되지 않아서 슬럼프에 빠져있던 참이었다. 연이은 서류탈락의 아픔을 다소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달까.
2021년, 그 뒤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퇴근길의 2호선에서 첫 글을 적는다. 어느덧 직장인이 되고, 회사-집 반복하는 평일에는 퇴근해서도 일 생각을 온전히 내려놓고 쉬지 못하는 어른 비스무리한게 되었다.첫 면접자에게 덜덜 떨며 안내 전화를 걸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팀에서 인턴들을 교육하고 외부에서 회사를 대표하며 일하는 실무자 비스무리한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브런치를 켜지 않은 지도 거의 8개월이 흘렀었는데. 그냥, 정말로 그냥 오늘은 무언가를 적어서 남기고 싶은 기분일 뿐이었다. 안전대를 넘어서지 않는 한, 충동에 온전히 휩쓸리는건 늘 즐거운 일이다.더이상 블로그와 메모쟝에만 적어놓고 덮어두기엔, 내 삶의 또다른 터닝포인트(이벤트)가 필요해졌다는 사후설명도 덧붙인다.
9시 30분, 거의 직전 30분 동안 적었던 서너개의 문단을 모두 지웠다.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말은 덜어내야한다. 하고싶은 말을 모두 털어놓는다면 글이 아니라 수다일 뿐이다. 모든게 단순해질 때까지 덜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어릴 때부터 좋아보이는건 다 섞어두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지난 1년 간, 글쓰기와 사회 생활을 통해 조금씩 버리고 다듬어가는 작업에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글들은 적고,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하여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담아낼 예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20대의 생각들을 잡아두고, 나중의 내가 무언가가 되어 있다면 오늘의 글이 헛되지 않은 기록으로 걸어온 길을 빛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