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000년 ~ 1900년
학창 시절에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하신 분들은 이런 단어 이야기들이 언뜻 기억나실 것이다.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메소포타미아, 삼각주, 문명의 발원지. 어렴풋이 이 근처에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걸 배운 기억이 있다. 예로부터 인간은 물이 필요했기에 강가에 모여살지 않았던가. 이 큰 강 둑 위에 인간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문명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곳의 이름이 '우루크'이다.
메트로폴리스
저자 벤 윌슨
출판 매일경제신문사
발매 2021.03.08.
지금의 지명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이라크, 터키와 이란에 이르는 비옥한 지역 근처이다. 우루크는 세계 최초의 도시였고, 1,00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도심으로 군림했다. 그런데 이 최초의 도시는 이 비옥한 지역이 아니라 그 가장자리인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에 탄생했다.
인간 승리의 산물, 도시
최초의 도시들이 비옥한 지역이 아닌 상대적으로 척박한 지역에 생겨난 이유에 대해 이런 이론을 소개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토양도 기후가 그리 좋지 않고, 강수량이 적어 땅은 메마르고 평평하다. 유프라테스 - 티그리스 강의 물을 끌어 와야만 농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대대적인 관개사업으로 물을 끌어 오기 위해 힘을 합쳤고 협력하며 도왔다. 이렇게 끌어온 물로 농사를 지어 잉여 식량이 생기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모여서 정착한다. 이렇듯 도시는 온화하고 풍요로운 환경의 산물이 아닌 최대한 협력하고 독창성을 발휘해야 하는, 비교적 혹독한 지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도시가 그렇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이론인 것 같다.
인간은 스스로 자족이 가능하면 모이지 않고, 대항해서 이겨내야 할 역경과 상대가 있으면 뭉치게 된다. 그 결과 도시가 탄생한다는 개념은 무척 흥미롭다.
도시의 발전
도시의 시작은 신전이었다. 신을 섬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부양하기 위해 농장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잉여 식량으로 사람들은 더 많이 모이고 더 다양한 필요를 느끼게 된다. 장식을 만드는 기술자, 식량을 거래하는 데 필요한 회계사와 같은 직업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도시는 점점 더 성장해 가고, 서로 합의한 공동의 과업으로 출발한 도시는 고도로 중앙집권화되고 거대한 불평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최초의 도시 우루크가 인류에게 선사한 도시화와 문자이다. 우루크가 이렇게 확장되면서 도시 행정이라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 중 하나는 점토에 쓴 영수증이라고 한다.
보리 2만 9,086자루. 37개월. 쿠심
이 점토 영수증에 기록된 회계사의 이름, 쿠심이 인류가 역사상 알고 있는 최초의 이름이라고 한다.
도시와 환경
지난 주 메트로폴리스 '프롤로그' 편에서도 다루었지만 도시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를 가져오는 모양이다. 이 사실은 기원전 4000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도시는 일종의 치명적인 살인자다. 인간과 동물이 배출하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저 한 쪽에 괴어 있는 물로 흘러가는 우루크 같은 도시는 미생물을 위해 특별히 지은 도시처럼 보일 정도였다.
도시는 생성부터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며 건설되지만, 일단 건설되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피해들을 만들어 낸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도시를 치명적인 살인자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한때 막강했던 우루크와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도시들은 기후변화와 경제난으로 황폐화되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5~6천 년 전의 도시 이야기지만 오늘날 심각한 기후변화와 경제문제를 겪고 있는 현대의 도시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이런 교훈을 얻으며 다음에는 기원전 2000 ~ 539 년의 도시 '하라파와 바빌론' 이야기다. 2장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
그때까지 우리의 할 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