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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Jun 09. 2023

프라하의 반전 매력을 즐겨보자!

프라하의 낮. 밤과는 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어요.



최악의 호텔(호텔이라고 불러도 될지…하하하.)에서 눈을 뜬 친구와 나. 찝찝한 카펫을 맨발로 지르밟으며 짐을 챙기고 준비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일찍 일어나서 이른 시간이라 조식 먹으러 내려왔을 때 사람이 별로 없었다. 조식 먹고 있는 사람들 80프로가 한국인이었다. 역시 빨리빨리 민족. 이렇게 티가 나는구나. 숙소가 별로라서 조식은 기대 안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늘 똑같은 메뉴가 있었지만 야채 종류가 더 많았다. 햄 종류와 빵 종류도 여러 가지였다.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많았다. 역시 기대를 안 하면 만족하게 되는 마법이란.. 숙박할 수 있는 객실 수가 많아서 그런지 많이 준비해 놓은 느낌이다. 좋다. 조식을 한가득 담아왔다. 많아 보이지만 우린 다 먹을 수 있다. 객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조식에 우리는 조금 마음이 풀렸다.


그전 호텔들보다 파릇파릇한 아채가 많았다. 야무지게 담아온 접시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에그 스크램블.
친구의 유머러스한 토스트. 테이블도 예뻐서 조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사실 어젯밤 숙소에 도착할 무렵 근처에 슈퍼가 있다고 가이드님이 말씀해 주셨다. 친구와 나는 내일 조식을 먹고 가보자고 했었다. 구글맵을 켜고 이리저리 향해봤는데 와.. 길치가 된 기분을 제대로 느꼈다. 이리저리 헤매다 슈퍼로 들어왔는데 뭐지.. 굉장히 무서운 분위기의 마켓이었다. 중고 전자들도 판매하면서 식품도 판매하고(?) 굉장히 차갑고 메마른 가게 분위기였다. 친구와 나는 입구에서 멈춰 섰다. 우리가 원한 슈퍼가 아닌데.. 이게 아닌데.. 뒷걸음질 치듯이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직원분도 굉장히 싸늘하게 우리를 쳐다보셔서 무서웠다. 가이드님이 말씀하신 슈퍼는 여기가. 아닌 것 같다. 친구와 나는 패키지로 온 우리가 정말 다행이라며.. 자유여행으로 왔으면 끔찍했을 것 같다고 서로를 칭찬해 줬다.


숙소 오는 길에 만난 사라.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사라라는 강아지를 만났다. 친구가 강아지에게 “왓츠 유얼 네임?”이라고 물어봤는데 사라 보호자님이 본인 이름을 말하셔서 빵 터졌다. 착하고 귀여운 사라를 예뻐해 주고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생각해 보니 동유럽에서 만났던 강아지들 대부분이 큰 친구들이었고 믹스견이 많았다. 품종견이나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견종, 크기 상관없이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들.

  

오늘은 체코 프라하를 밝은 대낮에 돌아다녀보는 코스다. 프라하 근처 숙소에서 묵었기 때문에 짧은 이동시간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자다 깬 몽롱한 정신이 아닌 맨 정신에 돌아다닐 수 있었다. 프라하 성을 방문했는데 경찰이 검문을 했다. 가방을 열어달라그래서 열어 보여주고 몸수색도 했다. 대통령 관저가 있어서 검문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한다. 가이드님이 미리 알려주셔서 알고 있었는데 왜 긴장됐을까.. 죄지은 것도 없는데…


성 비투스 성당. 이 성당은 사진을 크게 봐야 합니다.
고딕건축물이어서 무겁고 약간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위엄이 느껴지는 걸까?
이 성당이 지어질 동안 있었던 역사를 조각으로 새긴 문.
문에 역사를 조각할 생각은 어찌 한 걸까..


처음으로 간 곳은 성 비투스 성당. 사진으로도 느껴지지만 실제로 보면 건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내리는 것 같다. 견고함과 위엄이 내 어깨를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압박감이 들 정도로 멋있는 건축물이다. 이 성당이 완공되기까지 600년이 걸렸다. 문에는 600년 동안 어떤 역사가 흘렀는지 조각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각되어 있으니 진짜 600년이라는 시간이 실감이 났다. 이 성당을 짓다가 사람이 죽고 그 후세가 또 그 후세들이 지었다니.. 위엄이 안 느껴질 수가 없다. 감동적인 성당의 외관을 관람 한 뒤 실내로 들어섰다.


인간의 갈비뼈를 연상시키는 늑재 궁륭.


대성당 천장은 아치모양(늑재궁륭이라고 한다네요!)으로 이어져 있는데 이 아치가 무게를 분산시켜서 큰 대성당을 무너지지 않게 잘 지탱해 준다고 한다. 그 시대에 어찌 이런 건축설계를 했을까 너무 신기하다.



성 비투스 대성당에서 유명한 장미의 창.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오는 빛이 신성한 느낌을 더욱 증폭시켜준다.


나의 종교는 불교지만 여행을 다니며 다른 종교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게 되는 게 색다르고 즐겁다. 웅장하고 성스러운 느낌의 성당에 있으니 내가 참 작고 미성숙하게 느껴졌다. 난 죄짓고 사는 사람은 아닌데.. 한 없이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걸 노리고 웅장하게 만드는 걸까?


기념사진을 남기고 성 비투스 대성당을 나섰다.
성 비투스 대성당 옆 외관도 놓칠 수 없지!






프라하 성 안 대통령 관저.
입구에 있는 타이탄 동상.
성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


성 비투스 대성당을 나와 프라하 성을 거닐었다. 입구 쪽에는 타이탄 동상이 있었는데 나쁜 타이탄을 혼내주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의 동상이라고 가이드님이 설명해 주셨다. 친구는 취향저격당했는지 열심히 동상을 찍었다. 덕분에 이렇게 사진을 올릴 수 있어서 친구에게 감사하다.


프라하 성 위에서 바라본 전경인데.. 네? 이건 안개도 아닌 것이.. 해가 너무 강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프라하 성을 돌아다니면 이곳저곳 찍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나온다. 사진으로 보면 더워 보이지만 추웠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전경이 안 보이다니… 사진에도 전경이 뿌옇게 담겨서 와.. 진짜 유럽의 해는 세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느꼈다. 이 아래쪽에는 프라하 성 스타벅스가 있는데 야외테이블도 이용 가능해서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지 않았다. 패키지니까.. 갈 수 없었다..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프라하 성의 계단. 뭔가 낭만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나요?


버스킹 하고 계시는 아티스트 분을 그냥 지나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친구의 모습.
사진을 먼저 권해주셔서 편하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런 게 낭만이지.


내 친구가 버스킹 하는 아티스트분을 보더니 주섬주섬 동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티스트분이 연주를 멈추고 내 친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조금 무서웠다. 연주팁을 줄 것이라는 걸 확신한 걸음걸이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셔서 나도 자연스럽게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정말 환상의 호흡.. 아티스트분 파워 외향인이신 듯했다. 재밌는 추억을 생성하고 우린 프라하 성을 빠져나왔다. 사실 프라하 시내 올드트램이 선택이었는데 우리는 선택하지 않아서 자유시간이 생겼다. 선택관광을 신청하지 않은 우리를 셀프 칭찬했다. 우리 자유시간이 생겼는데.. 카페라는 곳을 가볼까? 드디어? 신나서 빨라진 걸음걸이로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향하는 신난 발걸음.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었다. 개인카페를 갈 것이냐 스타벅스를 갈 것이냐. 우리는 화장실을 위해 스타벅스를 선택했다. 이유는 화장실이 깨끗할 것 같아서.. 사실 어느 카페든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기만 해도 감격할 것 같다. 유럽의 스타벅스는 처음이니까. 궁금하기도 했다. 다른 팀은 스타벅스를 왜 가냐며 개인카페로 향하셨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화장실 청결,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프라하의 스타벅스. 뭔가 한국과는 다르게 사진이 잘 찍히는 것 같다. 기분탓 인가..?


프라하는 또 쓰는 돈이 다르다. 유로를 쓰지 않아서 계산할 때 우리에게 뭐라 뭐라 했는데 못 알아들었다. 답답해하는 직원을 보니 미안해졌다. 미안해요. 영어 못해서.. 그래도 어찌어찌 눈치로 카드를 꺼내 계산했다. 친구는 디저트 먹자고 했는데 나는 생각이 없어서 음료만 시켰다. 날이 추워서 모카라테를 시켰다. 왜 추우면 달달한 게 당기는 걸까. 참 신기하다. 친구는 바닐라라테가 없어서 다른 음료를 시켰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모카라테나 내 친구가 시킨 음료나 맹숭맹숭했다. 음식은 너무 짠데.. 음료는 싱겁네?  조금 아쉬운 음료맛을 뒤로하고 우리는 각자 화장실을 들렸다.


스타벅스 영수증이 없으면 입구 컷입니다. 동유럽엔 공짜 화장실 없거든요.
거울의 위치가…이게 맞나요? 이마 밖에 안 보이는데요?


화장실을 다녀온 내 친구가 무슨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웃으면서 왔다. 왜 웃냐고 물어보니 위에 사진을 보여줬다. 거울이 높게 위치해 있어서 내 친구 얼굴이 안 보였다. 와.. 그래 이곳 사람들의 신장이 컸었지.. 순간 피부로 실감했다. 사실 변기에 앉을 때도 높은 변기 높이 때문에 발이 닿지 않아서 무의식적으로 많이 느끼고 있었다. 볼일을 보고 있으면 땅에 발이 닿지 않아 발에 쥐가 났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 참 크구나.. 부러웠다.


자연광이 넘실대는 프라하의 스타벅스.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드디어 가졌습니다.




행복한 자유시간이 끝나고 모이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카를교 다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제도 봤던 곳이지만 밤과 낮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한번 더 봐야 한다고 가이드님이 설명해 주셨다. 일찍 도착해 다른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카를교 다리 쪽 입구 쪽에서 핫와인을 팔고 있는 귀여운 포차(?)가 눈에 들어왔다. 난 별로 당기지 않았지만 친구는 한번 먹어보자며 나에게 돈을 줬다. 왜 친구가 먹는데 나에게 돈을 주고 주문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니 웃기지만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판매대로 향했다.


수줍게 주문해보는 핫와인.


수줍게 핫와인 플리즈를 외쳤고 점원분이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니 그냥 진짜 핫와인이었다. 와인을 따라서 우리에게 건네주셨다. 앞에는 기호에 따라 뿌려먹을 수 있는 레몬, 라임, 설탕이 준비되어 있었고 나와 내 친구는 뿌릴 수 있는 건 다 넣어서 제조하기 시작했다. 내 친구는 뱅쇼를 기대한 것 같은데 모든 걸 때려 넣어도 와인의 술맛이 강하게 난다고 했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내 친구를 위해 내가 다 마셨다.


원 샷! 원 킬!


추운 날씨에 따듯한 와인이 들어가니 몸이 풀렸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사 먹는 게 추억으로 진하게 남는 것 같다. 많은 날이 지난 지금도 핫와인의 맛이 잊히지 않고 혀 끝에 맴돈다.


카를교 위에서 찰칵. 밤에 봤던 센치한 느낌이 아닌 활기찬 느낌이었다.


그렇게 카를교 입구(?) 쪽에서 핫와인을 원샷한 뒤 우리는 카를교를 걷기 시작했다. 카를교는 문화의 다리로 유명하다. 다리 위에는 음악과 미술, 퍼포먼스가 넘쳐났다. 초상화를 그려주시는 화가분들도 계시고 연주를 하시는 아티스트분들도 많았다. 분위기가 활기찼다. 겨울이라서 별로 없는 것이라고 가이드님이 알려주셨는데 날이 풀리면 얼마나 더 활기찬 다리의 모습일까 상상하니 따듯한 날에도 이곳에 와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강아지만 만지기 있어요? 나도 만질래요. 강아지 귀여워~.


다리 중간에는 30개의 동상이 서 있다. 그중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네포무츠키 상인의 동상은 하도 만져서 색이 변했다. 행운을 놓칠 수 없지 만지려고 갔는데 옆에 강아지 부분으로 된 곳이 하도 만져서 강아지도 색이 바래있었다. 역시 강아지 귀여워는 만국 공통인가 보다.


카를교 위에서 보이는 전경. 여행 왔다는 실감이 팍팍 나는구나.
밤과 낮의 분위기를 비교해 보아요.
밤과 낮 분위기가 많이 다른 프라하의 카를교 전경.


갔던 곳 다시 안 가는 나와 내 친구도 프라하는 밤과 낮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한번 더 봐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야경의 느낌이 더 웅장하고 멋지긴 하지만 낮의 모습도 활기차고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의 벨이 나와서 노래 부르며 책 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낮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밤은 마음이 뭉글뭉글해진달까? 카를교만 볼 수는 없지. 구시가지 광장과 천문시계탑의 낮의 모습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젯밤에 봤던 순서의 반대로 걸어가니 어제와 다른 느낌의 건축물과 사람들의 활기가 보였다. 빛을 반사하는 건축물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며 활기차게 걷는 사람들로 거리에는 생기가 돌았다.


밤에 봤던 거리와 확연히 다른 느낌과 분위기.


그렇게 도착한 천문시계탑과 틴 성모교회가 있는 구시가 광장. 우와 진짜 너무 다르잖아.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어서 북적북적이는 광장느낌을 더 느낄 수 있었다.


틴 성모 교회. 밤에 봤을 땐 무서웠는데 지금은 무섭지 않아!
밝은 낮에 보니 더 잘 보이는 천문시계탑.
구시가지 광장의 활기가 느껴지시나요?


어젯밤에 설명도 다 해주신 곳들이라서 가이드님이 자유시간을 주셨다. 지금까지 줬던 자유시간 중 제일 길게 주셨다. 이얏호! 사람들이 모두 신나서 빠르게 뿔뿔이 흩어졌다.


자유시간을 즐기려는 빠른 발걸음.


일단 소품샵을 들어갔다. 영 할 게 없어서 나왔다. 디저트를 먹자니 이따가 밥 먹어야 해서 애매하고.. 자유가 갑자기 주어지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이 자유시간을 잘 보내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 고즈넉한 서점을 발견했는데 엽서도 판매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친구에게 우리 여행 다하고 나서 서로에게 편지 써줄까?라고 제안했다. 친구는 소름이라며 자신도 편지 써보자고 말하려 했는데 내가 귀찮을까 봐 참았다고 했다. 아니 귀찮을게 따로 있지. 내가 투박하고 무심할 때도 있지만 파워 F로써.. 이런 감성적이고 아기자기한 면도 있단 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울릴만한 편지지를 골랐다. 경쟁이 붙어서 더 예쁜 거, 더 서로에게 어울리는 걸 고르겠다고 고심을 했다. 카드로 결제하고 나서는데 우리가 나가자마자 문을 열고 환기시키는 점원 때문에 마음이 상할 뻔했지만 나름 낭만 있는 자유시간을 즐긴 것 같아서 뿌듯했다.


고즈넉한 책방. 책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열어보지도 않았다.


자유시간이 끝나가서 슬슬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어가는데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났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맥스라고 대답해 줬다. 내 친구가 동전을 바구니에 넣어주고 맥스를 쓰다듬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사람손길을 좋아해서 된다고 했다. 쓰다듬어주고 예뻐해 주니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였다. 남자의 품 안에서 남자 곁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표정의 맥스를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강아지들의 사랑은 그 어떤 사랑보다도 진심이다. 맥스야 행복하렴.


귀엽고 예쁜 맥스야 행복하렴.


재미났던 자유시간 끝!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지금까지 여행한 날 중 오늘이 가장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시간 텀이 길었다는 사실이다. 거의 사육당하 듯 아침 점심 저녁을 촘촘히 틈틈이 주는 패키지여행이라서 오늘 밥시간 텀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의 식사는 체코등갈비를 먹는다. 체코말로는 베프조바 제브리카라고 하며 어린 돼지 등갈비 요리로 달짝지근한 소스의 립요리이다.


같이 나온 스프와 체코 등갈비 베프조바 제브리카.


같이 나온 수프는 맑은 사골국 느낌이라서 너무 반가웠다. 맛있게 싹싹 다 먹은 뒤 나온 체코 등갈비는.. 양이 그 어떤 식사 때보다 많았다. 특유의 고기잡내가 살짝 났다. 지금까지 먹었던 고기들 다 냄새가 났기 때문에 당황스럽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고기가 진짜 잡내가 안 나는 거였구나 느끼게 됐다. 식사를 다하고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한 분들을 기다려야 해서 시간이 남았다. 패키지여행자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신선했다. 여유롭게 식사와 수다타임을 마치고 오늘의 마지막여정을 위해 자리를 나섰다.




패키지여행이라 하면 쇼핑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쇼핑센터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는 건 자유지만 꼭 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시간 아깝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친구와 나는 괜찮았다.  프라하의 쇼핑센터.. 궁금한걸? 물론 영어 잘하고 프라하 지리에 대해 빠삭한 사람은 시간 아깝겠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시민, 일만 하다 온 바보들이기에 패키지가 괜찮았다.


뒤에 작게 보이는 동상이 바츨라프 동상.


우리가 가야 하는 쇼핑센터는 바츨라프 광장에 위치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바츨라프 광장엔 바츨라프의 동상이 있다. 바츨라프는 체코인들이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의 수호성인으로 여기며 국가의 상징으로 여기는 인물이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성 비투스 대성당을 건립하게 했던 군주이다. 동상은 광장 초입에 위치해 있고 1913년에 세워졌다.  격동의 체코 근현대사의 주 무대였던 바츨라프 광장은 현재 쇼핑몰, 기념품 가게, 호텔 등이 있는 혼잡한 관광지가 됐다. 약간 서울역느낌도 나면서 명동느낌도 복합적으로 났다.


바츨라프 광장의 분위기. 느껴지시나요?


쇼핑센터에 들려서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 생각보다 같이 간 여행팀원분들이 많이 구매하셔서 놀랐다. 나는 쇼핑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기에 화장실 이용하는 타임으로 이 쇼핑시간을 즐겼다. 같이 간 친구도 가족들의 선물을 살까 망설였지만 사지 않았다. 비싸기도 했고 짐이기도 했고 이미 친구는 오스트리아에서 선물을 구매했기 때문에 구매욕구를 참아냈다. 나는 그런 친구를 폭풍 칭찬했다.


기념품 쇼핑센터에서 한컷!




바츨라프 광장에서 숙소까지 4시간이 소요됐다. 프라하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일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던 부다페스트를 다시 가서 관광을 하다가 한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너무 길어지는 이동시간을 나눠서 중간에 숙소를 잡은 듯했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버스를 탑승했다.


4시간 이동. 마음의 준비 단단히하고 타자.


사진 정리와 보정을 하며 2시간을 버티다가 결국 기절했다. 나는 또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내 친구는 노래 듣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고 한다. 정신 차렸을 때는 식당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려야 할 때였고 나는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로 풀어주며 내렸다. 이제는 내가 너무 신기할 지경이었다. 너무 잘 자는 나의 모습이 참… 겨울잠 몰아자는 겨울곰도 아니고.. 사실 점심을 먹고 바로 탑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패키지니까..


학교 급식에서 먹었던 크림 수프에서 약간 업그레이드 된 맛이 나는 수프와 낯설지 않은 비쥬얼의..이것은 버섯덮밥?


크림수프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 경양식집에서 나오는 수프느낌이랄까? 후추가 뿌려져 있는 수프.. 너무 맛있었다. 동유럽여행하면서 크림수프 구경하기 힘들었다. 크림수프를 좋아하는데.. 그리고 이어 나온 간장버섯덮밥 같은 느낌의 양식. 분명 안내글에 현지양식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밥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조금 짜긴 했지만 다들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고 숙소로 이동하려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늦지 않았다. 밤 8시 반 정도 된 시간이었는데 혹시나 해서 숙소 근처 마켓을 찾아봤더니 큰 아울렛? 같은 느낌의 건물이 있는 게 아닌가. 친구는 같이 살고 있는 반려견들의 선물과 간식을 사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반려견용품점이 있었다. 하지만 10시에 닫아서 아슬아슬해 못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친구를 보니 ‘가보자. 문 닫으면 어쩔 수 없고!’라는 생각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순서였는데 이번엔 반대로 마지막 순번부터 체크인을 하겠다고 해서 좌절했다. 부랴부랴 체크인을 하고 방에 짐을 넣고 우리는 빠르게 아울렛(?)으로 달려갔다. 같이 여행 다니는 팀원분들 중 몇 분 들도 아울렛 구경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 이 한국인의 열정과 부지런함을 어쩌지. 그렇게 걸어 다니고도 아울렛 구경을 하겠다고 같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웃겼다.


극적으로 도착 한 반려견 용품점.


극적으로 9시 30분에 반려견용품매장에 도착했다. 친구는 너무 신나 했다. 신난 친구를 보니 나도 너무 신났다. 해냈어! 이제 선물을 살 수 있어!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매장의 규모에 친구는 신나서 쓸어 담기 시작했다.


30분안에 쇼핑을 끝내야한다는 압박감.


무사히 쇼핑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재밌었던 하루였다. 이번 숙소는 깔끔하고 깨끗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엘리베이터부터 아기자기한 느낌에 숙소 안 깨끗한 카펫.. 이 카펫의 감촉은 어제 호텔과는 달랐다. 따듯한 물로 샤워하고 숙소 안 티비를 틀어놓고 알 수 없는 언어가 나오는 광고를 보면서 친구와 나는 잠들었다.


알차게 보낸 5일차. 내일이 마지막 여행이라니.. 시간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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