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눈 May 23. 2019

와짝 5.9~23

 






<먹거리 의식의 차원을 더 높이자> 글을 읽고.


글 읽으면서 최근에 봤던 다큐, 농민약국이 떠올랐다.

시골에는 병원이 읍내에 있다든지, 대중교통도 여의치 않아

농민들이(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들) 마땅한 건강권을 보장받기 어려운데,

가까운 마을회관에서 주말마다 보건 현장, 건강 교실을 열어 

몸도 살피고 마음도 살피며, 뜸과 부황을 떠주고, 주사도 맞히고, 약도 지어주는..

그리고 그런 약국들이 지역에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내는 약사들의 이야기였다.

글을 읽으면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랬듯, 

농민들의 대부분은 어려운 농사 현실에, 농약에 중독되어 있다.

어렸을 때 누구네 삼촌이, 어디 할머니가 자살했다는 이야기에는 농약이 빠지지 않았다.

누가 어젯밤에 농약 먹고 자살했다더라.. 하는 소문을 자주 들었다.

농약은 시골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계기로 자주 사용됐고, 그만큼 도처에 널려 있었다.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짓는 농사, 그 농사를 위한 농약이, 결국 자신을 죽이는 일이 되는 상황에는

뼈빠지게 고생해도 해풍에 따라, 쌀 수출입 형편에 따라, 쌀값이 달리 매겨지는 현실에서

농사만으로는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버거움이 있었다. 

그래서 아빠도 농사짓는 것만으로는 힘들어서

농협 뒷켠 판매장에서 일을 하셨고 거기서 농약, 모종, 농기구를 판매하고 대여하는 일을 하셨다.

아빠는 농사를 지으며 농약을 쳤고,

나를 낳고 기르면서는 병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히고 약처방 받는 데 서슴 없었다.

아빠가 땅과 작물에 대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키우고 길러졌다.


화학비료, 농약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 배경을 알게된 게 새로웠는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석유 화학물질과 살충제 종류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실용화된 2차 대전 이후라는 거였다.

땅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벌레들도 함께 죽이는 살충제가 농약으로 쓰이게 된데에는

인구가 늘어나고, 늘어난만큼의 먹거리를 생산해 내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것..

그 작은 선택은, 결국 땅의 영양분을 잃게 하고, 더 화학비료에 의존하게 되고,

농작물은 점점 약체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상황이 된다는 것..

'이런' 벌레들을 없애려면 자꾸 새롭고 더욱 독성이 강한 농약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글에서는 이런 상태를 '만성중독'이라고 했다.

내 마음의 중독적 상태도 떠올랐다.

지내면서 과제를 발견할 때 새로워지고 싶은 마음은

새로워지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워지고픈 마음을 근기있게 유지하는 게 어려워

방법으로 저당 잡고, 집착 하고, 합리화 하고픈 마음이었던 것 같다. 

정말 변화하고 싶다면, 변화하는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변화하면 되는데..

그 변화는 가벼운 율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생, 삶.. 예수라는 땅으로 뿌리 내리는 것..

내게 이미 길들여진 이 농약같은 가볍고 게으른 대처는 또 무엇이 있을지,

먹거리든 관계든 진중하게 돌아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와짝 4.29~5.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