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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Jun 10. 2024

떠날 마음을 먹으니 너를 맞이할 수 있었어.

정착이 아니라, 책임의 무거움을.

외국에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을 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뭔가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듯 했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했고, 실제로 나와 보니 그렇기도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서로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질문이, "여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어?" 인 걸 생각하면, 우리에게 이사는 일상인 동시에 때로는 나라를 옮겨야 하는, 간단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만, 고양이를 데려온 지 한달이 지났다. 내 고양이 마고는 어렸을 때 구조되었고, 얼룩덜룩한 털이 재를 뒤집어 쓴 신데렐라 같기도, 신비한 망토를 뒤집어 쓴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를 입양했다는 말을 했을 때, 친구들과 가족들은 이 말로 대답했다. 


" 거기 눌러 살게? " 


그러게.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내가 덜컥 고양이를 데려왔을 리 없다. 하지만 입양의 순간은 짧았고 나는 망설임도 없었다. 지난 십여년을 고민했던 "반려동물"에 대해 나에게 확신을 준 건 "정착'의 여부가 아니라 "책임 규모"의 파악이었다. 여기에서 평생 살자 보다는, 어디든 함께 가자. 의 마음이랄까. 


카타르에서 인도로, 인도에서 하노이로 고양이 두마리를 데려온 친구는 나를 걱정했고, 한국에서 하노이로 고양이 두마리와 이사온 친구는 나를 응원했지만, 그 둘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나는 내가 질 수 있는 책임의 규모를 파악했다. 그리고 내가 내어줄 수 있는 나의 곁도 계산했다. 


 나는 지금까지 공포에 사로잡혀 그 책임의 해결책은 무조건 정착이라고 단정지었던 건 아닐까? 물론 아이들을 데리고 나라를 옮기는 것이 고양이에게 좋을 리 없겠지만. 임시보호는 해볼 수 있을 거야. 하는 마음으로 보호소를 방문했던 그 날. 오토바이가 난무한 이 곳,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하지마비가 되어 아파하는 곳. 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 많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보호소에서 나는 마고에게 감히 선넘는 말을 해버렸다. "서로의 집이 되어주자. 내가 너의 정착지가 되어줄게". 


당연하게도, 마고가 나의 집이 되어 주었다. 털레털레 돌아오던 퇴근 길이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순간부터 미안함과 행복함이 와르르 쏟아지는. 한달밖에 안된 주제에 나는 벌써 이런 생각을 한다. 미사오네 고양이가 18번째 생일파티를 했었는데. 2살짜리 이 아이가 나와 15년을 사려나. 네가 떠나면 어떡하지. 


책임의 규모를 알고 기꺼이 짊어진 줄 알았는데, 마고가 덜어준 나의 일상의 무게가 더 크다. 떠날 수도 있다. 남을 수도 있다. 떠날 수 있다는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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