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도시를 동시에 살고 있는 자유인
2022년 사진첩을 돌아보니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장르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1. 거제도 이사
단독주택을 찾다가 거제에 빠져서 이사를 하고 사랑스러운 앵무새 아가와 함께 집을 예쁘게 꾸몄고, 집 옥상에서 바로 옆 벚꽃과 꽃무릇, 가을 단풍과 한께 별과 달을 원 없이 구경했다. 바다가 가까워서 해돋이를 눈 떠서 15분 만에 보러 가는 경험은 작년 새해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자연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그리고 서울과는 이어져있는. 나는 섬과 도시를 동시에 살고 있는 중이다.
2. 싱글앨범 발매
거제에는 옥포라는 동네가 있는데 이태원 같은 느낌이라 인디밴드나 재즈공연이 많아 그쪽 플랫폼과 함께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음악을 원래 했던 건 아닌데 작사와 멜로디를 처음으로 작업하면서 너무 의미 있는 과정들이었다.
3. 로컬 캐릭터 상품화
거제에 오자마자 한 것은 관광상품을 만든 것, 거제를 대표할 심볼이 딱히 없어 보여서 남해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팔색조와 거제 지도 모양을 따서 '팔색이'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그걸 아이패드로 그린 얼마 후 부산 디자인 위크에서 연락이 왔는데, 거제 바로 옆 부산 전시회를 그렇게 참가했다. (서울에 있을 사람한테 그 연락이 온 게 너무 신기한 부분)
4. 디자인 위크 '루키 디자이너' 참가
직감을 따라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전시였다. 디자인 전에서 제품도, 로컬도 아닌 사진과 텍스트 기반의 묘한 카테고리의 전시였다. 그럼에도 부스는 사람이 넘쳤고 그 벡스코에서 진지하게 그 많은 글들을 읽어주시는 분들과 대화하며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다는 건 내가 최고로 치는 가치이니까. 그래서 거제에서 전시를 열기로 했다.
5.거제를 넘어 경남, 넘어 전국
그 사이 주요 관광지에 몇 군데에 상품들이 입점되었고 청소년 축제와 다른 브랜딩 작업들을 하며 또 거제만의 이야기와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생겼다. 또한 거제에 더 많은, 다양한, 재능 있는 분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동시에 충북, 부산에도 어쩌다 로컬씬의 좋은 분들을 알게 됐는데 그 경위도 참 신기하다.
6. 복합문화공간 오픈
어째 차선으로 선택하던 공간 계약이 잘 안 되더라니 친구 만나러 우연히 집 근처로 간 곳에서 너무 마음에 드는 곳으로 바로 계약하게 되었다. 완벽한 조건이었다. 공간은 전혀 모르는데 인테리어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과 배움이 있었다. (정겨운 에피소드들도 많다)
7. 웹드라마 주연 출연
어릴 때 가장 먼저 한, 오래 한 업이 연기였다. 작년부터 계속 연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 기억만 해두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알게 된 영상팀이랑 노래 커버를 찍게 되었고 어쩌다 웹드라마 주연 촬영 제안이 들어왔다. 와.. 세상에 너무 멋진 일이잖아. 물론 거제시 채널에 올라가는 단편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되는지 감격이었다. 제안을 준 분도 대단한 부분이라 매우 감사한다. 15년 만에 받아 본 대본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과연 어떻게 나올지는..희희
8.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
그리고 올해의 가장 중요한, 연애를 시작했다. 한동안 오래 쉴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우연한 과정들을 통해 나와 생일이 같은 10월 10일생의, 또 한 알고 보니 대학교가 같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연애나 이성 쪽으로는 뇌를 꺼놓는데,, 이쯤 되니 내 어떤 경계를 그냥 넘어와버린 듯. 우린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해 10월 1일 연인이 되었고 같은 날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 줬다. 우리는 서울과 거제라는 롱디커플이지만 서로 오며 가며 꽤(많이) 자주 만나는 중이다. 대단해..
9. 수상 수상, 인터뷰
상을 받았다. 선정된 로컬 사업에서 최우수상을, 다른 대회에서도 수상을, 한 해의 마무리를 상과 함께 하니 되게 기분이 감격스럽기도 하고 많이 기뻤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감사하게도 로컬 매거진 인터뷰로 내 이야기와 공간 소개가 실렸다.
10. 회고
그 외에도 소소하게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걸 왜 기록하지 않았을까, 휘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2년은 신기한 한 해였다. 나는 진심으로 현대인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도 있으면서 어느 정도의 도심생활이 가능한 거제도가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그리고 좋은 컨텐츠와 서비스와 함께 나도 성장하길, 실은 내가 쫄보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슈가 있어서 전시오픈이 늦어지는데 뒤를 돌아보니 왜 고민하고 걱정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23년은 또 어떤 퀀텀 점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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