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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Aug 13. 2022

넷플릭스 모범가족 리뷰, 욕망에 얽힌 꼼꼼한 이야기

넷플릭스 <모범가족>이 12일 공개됐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한국 드라마다. 정우 배우님부터 박희순, 윤진서 배우님 등 명배우들이 총출동한 드라마이면서 소재도 흥미로워 들여다봤다. 줄거리와 함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아래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아래 내용을 조심해주세요!



<모범가족> 줄거리


선천적으로 심장을 앓고 있는 둘째아들이 있는 박동하(정우). 교수 임용을 위해 아들의 수술비를 '떡값'으로 아내 몰래 받쳤지만 교수 임용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돈이 급한 상황이 된다. 그런데 그때, 도로 위에서 사고가 난 차량에서 엄청난 돈가방을 발견하고 얼른 가져온 동하. 나름 증거 인멸을 위해 차량 속 두 인물을 모두 자기 집 앞마당에 묻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가방은 마약 거래 조직 '상선'에 배달될 돈이었고, 이 돈에 엮인 마약 조직과 차량 속 인물과 연관된 경찰들이 이 돈가방을 찾게 된다. 결국 마약 거래 조직에 들킨 박동하(정우)는 가족을 지키고 돈을 받기 위해 마약 운반책이 되고, 아내 은주(윤진서)까지 엮인다. 그런데 마약 거래 조직 내에서도 조직을 지배하기 위한 내부 분란이 생기고, 돈가방을 둘러싸고 마약 거래 조직, 마약 거래 조직을 일망탕진하려던 경찰 강주현(박지연) 등이 부딪힌다. 더 얘기하면 반전이 있으니까 줄거리는 요기까지!





<모범가족> 관전 포인트1. 캐릭터별 탄탄한 서사


<모범가족>은 10부작임에도 비교적 늘어지지 않고 끝까지 결말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돈가방에 관련된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탄탄한 서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 이 캐릭터별 서사를 설명하고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10부작이 된 듯.


아들의 수술비를 위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야하는 박동하(정우). 존경하는 선배를 희생시켰기 때문에 반드시 이 마약 거래 조직을 일망타진 해야하는 강주현 형사(박지연), 마약 조직의 2인자이지만 1인자로 거듭나기 위해 이 돈가방이 꼭 필요한 '깡철이' 마광철(박희순) 등 이렇게 3명의 캐릭터만 해도 서사가 탄탄해서 극을 힘있게 이끌어 간다.


<모범가족> 관전 포인트 2. 지킬앤하이드처럼 선악이 모호한 캐릭터들

<모범가족>이 재밌고 짜임새 있는 이유는 이런 탄탄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들이 모두 입체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주인공 박동하(정우)는 전개 내내 강조되는 것처럼 벌금 한 번 낸 적 없는 '모범' 시민이다. 하지만 아들 수술비를 위해 돈이 급박한 상황이 되자 시체 유기를 하고 마약 운반책까지 하게 되는 인물이다.


가정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동하의 아내 은주(윤진서)도 마찬가지. 아들은 아프고, 딸은 자꾸만 엇나가는 이 상황에서 꿋꿋하게 가정을 지키는 아내와 엄마이지만, 바람을 피기도 했던 게 은주이다.


이 입체적인 캐릭터의 정점에 있는 것은 바로 마약 거래 조직 상선의 수장(원현준). 그는 사실 특수수사본부의 마약 수사관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부를 위해 어떤 사람이든 서슴없이 잔인하게 죽이는 마약 조직의 리더이다. 그리고 이런 악마같은 캐릭터를 처단하는 것이 바로 마광철(박희순). 마광철(박희순)이 상선의 수장을 죽인 건 그냥 개인의 욕망때문이지만, 결국 가장 악한 캐릭터를 죽인 것이기도 하다.



강주현(박지연) 형사는 가장 선한 인물같지만 사실은 마약 거래 조직을 일망탕진하기 위해 존경하는 선배가 희생될 수 있는 상황을 무심코 넘기기도 했다. 선배가 죽은 걸 안 뒤 강주현(박지연) 형사 수사의 목적은 복수와 선배의 시체를 찾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으로 흐른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무작정 선하게 그리기 마련인데 쌍욕도 하고 담배도 진하게 피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마약 거래 조직의 조직원과 손을 잡기도 하는 캐릭터로 그려 입체감을 살렸다.


이 <모범가족>에서 가장 '모범'은 결국 박동하의 아픈 둘째 아들 박현우밖에 없다. 아직 어린이이고, 그가 가진 욕망이라곤 가슴이 터지도록 달리기를 하는 것 뿐이다. 그 욕망조차 순수한 캐릭터다. 그러니 이 <모범가족>에서 유일하게 가장 선한 캐릭터다. 처음에는 아이가 너무 모범적이고 어른스러워서 왜 이렇게까지 이 아이를 이렇게 그렸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모범가족> 내에서는 현우라는 캐릭터 덕분에 모든 인물들의 양면적인 모습이 더욱 대비되어 보인다.



<모범가족> 관전 포인트 3. 각 캐릭터들 사이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돈가방


보통 이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면 극의 전개가 중구난방되기 쉽다. 각 캐릭터의 서사를 설명하면서,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다보면 산으로 가거나 캐릭터의 서사가 부족해지면서 극의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극이 허술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은 돈가방이 아주 단단하게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대부분의 전개가 매끄럽고 이해하기 쉽게 흘러간다.


각 캐릭터별로 이 돈가방이 왜 중요한지, 돈가방이 어떻게 여러 캐릭터를 연결하고 있는지, 이 돈가방 때문에 각 캐릭터들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탄탄히 설명해주면서 관객이 애쓰지 않아도 극의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10부작이나 나온 게 아닐까. 그리고 이 10부작 내내 허투루쓰는 시간이 대부분없이 이 캐릭터들의 연결성, 서사, 입체적 면모를 꼼꼼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돈가방 하나로 캐릭터가 연결되다 보니 영화 <머니백>이 생각나긴 한다. <머니백>은 정말 유쾌한 맛으로 보는 영화라면 <모범가족>은 10부작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이니만큼 훨씬 깊이감 있는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모범가족> 관전 포인트 5. 짜임새 있는 연출


<모범가족>에서는 버릴 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물론 10부작까지 필요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아주 꼼꼼한 장면 전개와 쫀쫀한 연출로 10부작도 무리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다. 모든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캐릭터들의 서사와 성격을 설명해주면서 극의 개연성을 높여준다.

게다가 중간 중간 빠짐없이 복선 같은 장면들을 복습시켜서 잊어버리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장면을 힘들이지 않고 관객이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친절하면서도 장황하지 않은 연출을 하기기 힘든데, <모범가족>이 그걸 해냈다. 그리고 여기에 끈끈하게 붙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 바로 배경음악이다.


마치 평화로운 로드무비에서나 들을 법한 배경음악이지만 미묘하게 이 <모범가족>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대놓고 긴박한 음악을 쓰거나 비장 혹은 웅장한 음악을 썼다면 오히려 촌스러웠을 수도 있었는데, <모범가족>은 적절한 분위기의 음악을 적절한 순간에 배치해 극의 몰입감을 한층 더 올려준다.




<카터>를 비롯한 최근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계속 좀 아쉬웠는데, 이번 연휴에 몰아볼만한 작품이 나와서 좋다! 10부작이니 연휴 내내 즐기기에도 좋은 <모범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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