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 당신 최고야
넷플릭스 <수리남>을 봤다. 윤종빈 감독의 첫 넷플릭스 시리즈인데 요즘 자꾸 한국 넷플릭스 작품들이 노잼이어서 걱정했었는데 6개 에피소드가 그냥 2시간짜리 영화를 본 것처럼 후루룩 지나갔다. 그럼 지금부터 리뷰 시작!
넷플릭스 <수리남>은 그동안 한국 영화가 숱하게 흥행 코드로 써먹은 '마약 범죄'소재로 했다. 거기에 언더커버로 활동하는 줄거리까지. 소재나 아이템이 새롭지 않다. 물론 민간인이 범죄 소탕 작전에 투입되는 건 특이하지만 '언더커버'라는 전개 안에서 엄청 새롭진 않다. 그러나 <수리남>은 전혀 뻔하지 않다. <수리남>이 결말까지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그만큼 치밀하고 꼼꼼하기 때문이다.
각 인물들이 1:1로 속이는 전개 속에 여러 캐릭터들의 속임수가 겹치면서 쫄깃한 흐름을 만든다. 게다가 결말을 터뜨릴 때까지 보일듯말듯하게 스파이를 숨겨놓고, 주요 캐릭터들 사이의 속임수를 완벽하게 들어내지 않음으로써 관객이 계속 추측을 하며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런 속임수나 관계를 파악하느라 6개 에피소드를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초반에 <수리남>을 위한 무대와 배경을 아주 속도감있게 만들어서 처음부터 바로 관객이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주인공 강인구(하정우)가 수리남에서 홍어를 떼다 한국에 파는 것, 그러다 수리남의 중국 세력들에게 털릴 뻔한 것,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전요환(황정민) 목사의 도움을 받은 것, 그리고 마약사범으로 몰리기까지 그냥 1회에 바로 끝내버린다. 일부러 본격적인 전개까지 빠르게 진행해서 관객을 초반에 <수리남> 흐름에 바로 실어다 놓는다.
<수리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탄탄한 캐릭터 빌드업이다. 강인구(하정우)가 왜 수리남에서 '홍어'를 떼다 팔게 됐고,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지 우리는 강인구(하정우)의 나레이션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왜 전요환(황정민)이 종교를 이용해 마약왕이 됐는지, 어떻게 마약왕이 됐고 왜 이 드라마의 배경이 하필 '수리남'인지 모두 인물들의 입이나 행동으로 충분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왜 강인구(하정우)가 박살난 홍어 사업때문에 전요환(황정민)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지,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지, 왜 최창호(박해수)가 충분한 돈을 주겠다고 하자 강인구(하정우)가 임무에 참가하는지, 왜 전요환(황정민)은 수리남이라는 이 작은 나라까지 흘러 들어와 굳이 교회라는 도구를 이용하는지 등등을 납득하면서 볼 수 있다. 결국 이런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수리남>에 몰입하게 만든다.
중요한 건 이런 설명들이 전혀 지루하거나 장황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다는 것. 특히나 아주 작은 요소들조차 캐릭터성 빌드업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강인구(하정우) 아이의 성적표가 그렇다. 성적표를 보면 첫째는 기본적으로 수학, 국어 등에 모두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둘째는 게임 능력에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 강인구(하정우)가 숫자 놀음에 강하고,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적 마인드가 잘 장착되어 있어 사업에 머리를 잘 굴리며 게임같은 상황을 잘 타개하는 인물임을 한번 더 보충 설명해주는 요소다.
이렇게 캐릭터 빌드업을 잘한 드라마가 개연성을 놓칠리 없다. 넷플릭스 <수리남>은 쫀쫀한 개연성으로 모든 사건을 연결한다. 왜 강인구(하정우)가 수리남에 가야만 했는지, 왜 강인구(하정우)는 최창호(박해수)의 작전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미국을 그렇게 피했음에도 전요환(황정민)이 결국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마약을 보내는지 등등 모두 <수리남> 드라마만 봐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하다못해 강인구(하정우)가 전요환(황정민) 목사를 만난 계기도 완벽하게 설명해놓는다. 강인구 아내(추자현)가 수리남에 가서도 꼭 교회를 가라며 한인교회를 알려줬기 때문. 그리고 강인구 아내(추자현)의 이런 종교적 믿음은 벽에 십자가를 거는 그녀의 행동으로 설명을 보탠다.
이런 범죄 첩보 영화는 자칫하면 중간 이음새를 대충대충 바르기 십상인데 꼼꼼하게 짜놓아서 다소 복잡한 심리싸움과 속도감있는 전개에도 충분히 납득하면서 <수리남>에 몰입할 수 있다.
<수리남>은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각본을 바탕으로 뛰어난 연출까지 더해진 드라마다.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흥행 코드를 쓸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신파도 필요없다.
보통 이런 범죄 영화는 꼭 같이 작전을 전개하는 동료가 죽고, 동료의 죽음에 분노하는 주인공이 나오거나 가족이 인질로 잡히고 울고 불고하는 장면이 나오기 마련. 하지만 <수리남>에는 이런 장면이 없다. 왜냐면 스토리상 필요도 없고, 신파 없이도 충분히 재밌고 몰입감 있는 드라마니까. 초반에 강인구(하정우)의 친구가 죽는 건 어디까지나 영화의 스토리를 위해서이지 신파적 요소는 아니다.
최창호(박해수), 최종 스파이였던 변기태(조우진) 등 죽는 사람없이 긴박하게 작전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해피엔딩도 납득 불가능한 '정의의편이 이긴다!'식의 엔딩이 아니라 그전에 쌓아올린 탄탄한 전개 덕분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엔딩이다.
<수리남>을 만약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었다면 이렇게 만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윤종빈 감독은 6화라는 시간을 잘 사용해서 짜임새 있는 전개로 납득 가능한 엔딩을 이끌어냈다. 전반적인 전개가 박진감있고 스릴 넘치면서 재밌으니까 굳이 쓸데없는 신파나 '선수입장'같은 흥행 코드를 넣지 않아도 셀링이 되는 콘텐츠인 것.
그리고 여기에 박진감 넘치는 총기액션 장면과 인물들간의 치밀한 두뇌싸움은 <수리남>에 화룡점정이다. 이 모든 게 갖춰져서 간만에 볼만한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가 나온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킹덤2>보다 한 수위라고 본다.
한줄평 : ����� 3.5/5
6화 내내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는 개흥미진진한 영화
넷플릭스 <수리남>을 보고 한국 영화가 좀 배웠으면 좋겠다. 잘 만들고 잘 된 영화에서 소재를 그대로 베껴다 쓰지 말고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분석해보길 바란다. <수리남>은 흥행 코드 여부에 따라 콘텐츠의 재미가 갈리는 게 아니라 그냥 '잘 만들면' 장땡인 걸 보여준 드라마다. 그냥 잘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