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들을 보며 찰나와 같이 지나간 여름을 뒤적이고 있었다. 사진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유독 무더웠던 올여름 사진의 대상은 다양했다. 두 번이나 찾은 청량한 제주바다, 신비로 가득 찼던 제주 바닷속,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계곡, 여름날 태어난 이들의 생일 케이크, 그저 색감이 좋아 찍은 이름 모를 피사체, 매일 출석도장 찍었던 피아노 연습실 등. 그중 제일 많은 것은 애정하는 사람들이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갑자기 뚝딱이가 되는 탓도 있고, 찍히는 것보다는 찍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나온 사진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담은 사진의 수가 항상 더 많다. 함께 여행을 가도 대부분 그렇다. 그리고 그게 좋다.
그런데 자꾸 맴도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이렇게 수많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도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담아내고도 왜 나는 어떠한 쓸쓸함에 자꾸 멈추는가. 이유 모를 질문의 답은 사진의 반대편에 있었다.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든 붙잡아 잘 보관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마음이 분주할 때가 많다. 그래서 보다 내 눈앞에 풍경을, 찬란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사랑하는 이들의 웃음소리를 담으려 애쓰게 된다. 마치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것처럼. 사진에서 그런 마음이 보였다. 우리는 사진에 대상을 담지만, 그 대상을 담아내는 이의 마음은 사진 반대편에 있다.
뭐가 그렇게 신났나, 빙구웃음 짓고 있는 내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나는 여전히 뚝딱이고 있지만. 찍는 이의 애정이 담긴 사진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데, 사진의 반대편 얼굴들이 문뜩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