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누군가의 지지가 필요하다
공장에서 다니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 3교대로 근무하는 고된 삶과 단순 작업을 끝없이 반복하는 업무에 질리디 질려 회사를 그만두고 나의 행복을 찾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프리랜서로 사는 날을 매일 그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5시 55분에 회사로 향하는 통근버스에 몸을 싣으면서도 회사를 탈출하는 것을 꿈꿨다.
매일 회사를 그만 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출퇴근길 오며 가며 만나는 새벽달에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렇게 나의 바람에 달에 닿은 어느 날 회사로부터 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바라던 대로 계약이 종료되고 나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내가 꿈꾸던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는 일기를 쓰고 글을 쓰거나 영상을 편집했다. 매일 그런 삶을 반복했다. 여행을 가고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했다. 그렇게 반복하길 6개월쯤 지난날,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현실에 없었다.
며칠을 걸려 편집한 여행 영상을 가족들 외에 아무도 봐주지 않았고, 공모전은 내는 족족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분명히 시작할 때는 자신만만했던 것 같은데 이제 나를 지탱해 주던 자신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감이 사라진 자리는 의심이 남았다.
'네가 정말 잘할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재능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
'네가 정말 이걸로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정말 특별하다고 믿었어?'
'너는 계속해서 회사에서 돈을 벌고 회사에 충성하며 살아야 하는 걸 왜 몰라?'
한번 자라나기 시작한 믿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자라났다. 분명히 행복하게 했던 일인데, 어느덧 글을 쓰는 일도, 영상을 편집하는 일도, 여행을 가는 일도 그 무엇도 아무것도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여행을 가는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내 글은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어 보였다.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다. 이제 내가 만든 영상을 보는 것이 창피했다.
내가 만든, 세상에 창조한 모든 것들이 무가치하게 느껴진 어느 날, 외부로부터 나의 가치를 확인받고자 했다. 툭하면 엄마에게, 동생에게, 친구에게 내 글이 어떤지 물었다. 내가 만든 영상이 재미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그들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잘했다는 말', 그 말 하나였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응원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날들이었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내가 만든 의심의 싹에 잠식되어 버릴 때, 주변사람들의 응원으로 앞으로 계속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날이 있다.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응원에 기대어 미래를 그리는 날. 그런 날이 있다.
가장 깊은 어둠에 잠겨 나조차 내가 대단치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글 잘 보고 있다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네가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것에 힘을 얻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달아준 작은 댓글에도 다음을 기약하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아니 누군가의 호의에는 힘이 있다. 그 사람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애정이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게 해 준다.
길었던 터널을 지나고 나니 보인다. 어둠 속에서 혼자 더듬더듬 두드려보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함께 터널을 같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절대 그 시간들을 혼자서만 보낸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내보낸 나의 말들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날이 되기를, 나에게 힘이 되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