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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망디 Oct 21. 2024

확실한 성공만 손에 쥐겠다는 욕심

실패할 두려움

늦던 빠르던 지금 회사는 12월에 공사가 종료되고 나와의 계약은 끝난다.  그 후의 시간에 대해서 방향을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가를 중심으로 잡을 건지, 싱잉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제3의 무언가를 할 것인지. 나 스스로 중심이 될 도구를 세워두면 좋을 것 같아서 타로에게 물어보았다.


A를 이어갈지, 싱잉볼을 할지, 요가를 계속할지, 새로운 회사를 찾아갈지.


A에 대해서는 내가 마음 한편에 체념을 해둔 상태이고, 싱잉볼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많았다. 요가는 레드오션이었고 그나마 회사는 일은 많지만 적어도 돈에 대해서는 편한 상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슬프게도 나에게 있어서 4개의 선택에 대한 좋은 답을 듣지는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많이 슬펐고 마음이 복잡했다. 하루밤을 자고난 뒤 생각해보니까 나는 질문에 이미 정답을 정해두고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아서 제3의 무언가를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타로카드가 전하는 말은 지금은 회사가 가장 베스트 선택이라는 것이 날 냉정하고 차갑게 만들었다.


타로카드의 결과를 곱씹으면서 생각한 것은 내가 명확하게 '재능 있는 것'을 찾아서 그 길을 파고 싶어 한다는 욕망이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 온몸을 내던져도 실패하지 않을 단 하나를 찾고 싶어 했다. 그것이 레이키든, 싱잉볼이든, 타로카드든, 글이든. 실패하지 않을 '안전한 성공'을 얻고 싶어 했다.


아주 오랫동안 영혼의 소명을 찾아다니고 있다. 10대 시절에는 '적성에 맞는 직업'이었고, 20대에도 '돈을 많이 주는 편한 직업'이었다가 30대의 초입이 된 어느 날부터는 '영혼의 소명과 일치하는 직업'을 찾아다녔다. (우습게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지도 못했는데 그것보다 더 높은 단계에 있는 영혼의 소명과 일치하는 직업을 찾겠다니.)


이 과정은 '실패하지 않을 안전한 길', '고난과 두려움이 없이 천사의 도움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다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주의 힘에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성공이란 달콤한 과실을 얻고 싶어서.


나에게 성공은 변수가 아니라 '확신'이라는 상수여야 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나의 안락하고 평온하고 끝없는 지복의 상태를 위해서는 무조건 성공을 하여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실패하지 않을 길을 찾아 끝없이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이란 허상을 만들어놓고
그곳과 100% 일치하는 낙원을 찾아 떠도는
우매한 부랑자처럼. 


다음날 아침, 눈을 떠서 출근하는 길에 생각해 보니 나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큰 것이 아니라 '실패를 끝없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안전과 안정은 너무나 당연하고 중요한 것이라서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실패를 통해 더 이상 재기할 수 없게 될까 봐.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당연한 평안과 안락함이 상실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 두려움을 인정하기엔 너무나 큰 '공포'라서 이것을 작은 두려움이라고 포장해 두고 오히려 그것을 '성공에 대한 집착과 갈망'으로 치환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인정하면 내게 그러한 현실이 창조될까 봐 애초에 모든 가능성을 무의식적으로 차단해 버린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의식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내 삶은 평생 실패하는 경험만을 했다. (때때로 성공하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은 아니었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회사는 정규직으로 입사가 어려워 계약직으로 시작했고,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고 끝없이 노력했지만 공모전은 번번이 떨어졌다. 여행을 좋아하니 여행으로 돈을 벌어보자고 촬영, 영상, 사진 등을 배웠지만 그 길에서도 실패했다. 회사를 다녀도 내가 만족할 자리까지 승진이나 보상을 받은 경험도 없었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출근을 하고 있었다. 


평생 실패로 점철되어 있었다.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도전은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계속해서 끝없는 실패가 이어졌고, 때때로 벼랑 끝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면 삶은 다른 것으로 '이걸 한 번 시도해 볼래? 너 이거에 완전 재능있어보인다.' 라며 나를 유혹했다. 새로운 시도는 초반에는 성공을 안겨주다가 결국 또다시 실패의 늪에 번번이 빠뜨렸다.


이것이 나의 끝없는 인생의 패턴이었다. 내 무의식에 뼛속까지 박혀있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쩌면 이 두려움이 너무 커서 일상에서 느껴지는 작은 두려움은 인식도 못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조금 더 이 부분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리지 않는 성공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너무나 무서운 실패에 대한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내가 풀지 못한 감정들은 어쩌면 애초에 접근을 잘못했기에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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