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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Mar 17. 2018

우리는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우리를 만듭니다

서울시,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

We shape the city and the city shapes us


안녕하세요 박원순입니다.

여러분을 대신해 싱가포르에 가서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하고 왔습니다. 이 상은 천만 서울 시민들을 위한 상이지만 부득이하게 제가 대신 다녀왔습니다^^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분들을 위해 제가 어떻게 서울을 자랑하고 왔는지 살짝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아래는 그날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제가 했던 연설문을 정리한 것 입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리고, 그럼 제가 관계자 및 기자분들 앞에서 서울을 어떻게 자랑했는지 같이 보실까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대리수상자의 자격으로 왔습니다. 진짜 수상자는 서울에 있습니다. 지금 서울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었는데요. 점심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식당 주인, 식당 옆에서 구두 수선을 하는 아저씨,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가려고 기다리는 직장인, 커피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 학생, 그리고 몇 명은 여기 와 있는데요. 저와 함께 일하는 서울시청 공무원들입니다. 서울의 주인은 서울 시민입니다. 서울 시민은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에서 일하고 배우면서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서울 시민은 눈부신 성장과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또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경험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 시민의 시장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달린 덕분에 지난 가을에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풀코스는 아니고, 10km입니다^^ 올해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면 좋고, 못 해도 괜찮습니다. 이미 매일 달리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생각할 시간도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려면 귀찮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꾸준히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저와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달리냐가 중요합니다. 저의 러닝메이트는 천만 서울 시민입니다. 저는 열정적이고 민주적인 서울시민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서울 시민은 더 이상 정책의 소비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바꾸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서울시 행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작게는 동네 어린이 놀이터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서울의 미래 기준을 정하는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시민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최상위 법정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은 시민, 전문가, 행정가, 학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도시계획은 행정가와 전문가들의 몫이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전했고, 모두가 끄덕일 만한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열정적이고 민주적인
서울시민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제가 주로 달리는 곳은 서울 중심에 있는 남산입니다. 정상에서 시내를 바라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서울은 정말 축복받은 곳이라고요. 서울에는 크고 작은 산이 솟아있고, 한강이 도심을 가르며 흐르고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도시는 없습니다. 특히 1,000만의 대도시 중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서울은 랜드마크가 따로 필요 없는 도시입니다. 그러나 크고 멋진 기념비적 랜드마크를 갖기 위해 노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평지에 세워진 외국의 선진도시들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서울의 랜드마크는 천혜의 자연, 유구한 역사,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천민 시민이라는 사실을요. 서울은 기존의 것을 없애고 새로 만들던 도시개발 패러다임을 끝내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보존하고 존중하는 도시재생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일주일 된 일입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작은 문화공간이 열렸습니다. 이곳은 지은 지 87년 된 오래된 교회입니다.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의 랜드마크였지만, 주변 상권 성장세 속에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교회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이 서울시에 건축물을 매입해달라고 요청했고, 서울시는 그 가치에 동의하여 주민들의 요구를 수락한 것입니다. 이것은 작은 사례입니다. 서울 곳곳에서 크고 작은 도시재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건축물을 만들고, 다시 그 건축물이 우리를 만듭니다. 우리는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우리를 만듭니다. 시민의 참여는 공간의 민주화를 이끌고, 공간의 민주화는 시민이 연대하고 협력하게 만듭니다. 광장은 그 좋은 예입니다. 광장은 당연히 시민 모두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예전 광장은 허가제였지만, 지금은 신고제입니다. 작년 촛불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던 광화문광장은 일상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팽창이 아닌 관계와 지속이 중요한 메타폴리스(Metapolis)로의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와 성찰이 함께 축적된 결과입니다.


우리는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우리를 만듭니다



서울이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의 정의가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신년사에서 각자도생을 끝내고 사회적 우정의 도시로 나아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경비 감축을 위해 경비원들을 해고하려고 하자, 아파트 주민들이 나서 공동관리비를 절감하고 경비원의 해고를 막은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경쟁하고 각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국가와 가정이 미처 채우지 못하는 것을 서로 서로 채우면서 서울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변화는 더 빨라지고, 더 강력해지고, 오래 갈 것입니다. 오늘의 서울보다 내일의 서울을 주목해주십시오. 서울은 천만 시민의 삶이 빛나고, 사회적 우정을 꽃피울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세계도시와 함께 공동의 문제를 함께 풀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서울의 도전을 지지하고 주목해주신 리콴유 세계도시상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도시 소개동영상

https://vimeo.com/259791111


리콴유 세계도시상 심사평

https://www.leekuanyewworldcityprize.com.sg/laureates/laureates/2018/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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