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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ug 13. 2019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소제목: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1년 전,

30년간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던

엄마가

내 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나와 상황이 비슷해서 더 몰입한 이 책의 저자 샐리도 30세에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난 엄마의 죽음을 유난히 두려워했다.

5살 때부터 엄마가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매일 밤 통곡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에게 병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매 순간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간병이란 것을 시작할 때,

친구, 지인, 가족, 엄마의 엄마가 병문안 올 때,

잔소리나 해대는 그저그런 사람들이 병문안 올 때,

미뤄졌던 두 번째 수술 일정이 잡혔을 때,

수술 한 시간 뒤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를 치를 때,

남은 가족과 한동안 어색한 일상을 지낼 때

까지 모든 과정을

이 책은 영상 틀어주듯 생생히 재현해 줬다.

죽음, 날 것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


끝까지 죽음이란 것을 외면하고 싶었다.

'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싶었다.

알아도 인정하기 싫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것

엄마를 통해 강제 경험하게 됐다.


책을 읽는 3주간

다시 엄마가 죽어가는 과정을 겪는 듯 힘들었다.

자기전 읽다가 다음날 팅팅부은 눈으로 출근하곤 했다.






엄마 없는 삶은 상상이 안된다고

친구에게 울면서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 상상도 되지 않는 삶을 사는 요즘

난 시시때때로 울컥한다.


엄마와 딸이 보여서,

엄마란 단어가 들려서,

엄마란 단어가 보여서,

엄마 좋아하던 노래가 나와서,

엄마 미소가 떠올라서,

엄마 아팠던 모습이 생생해서,

이 생생한 모습들이 꿈에 나와서,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은데

영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아서.


마음 심란한데

편하게 기댈 곳 없어서.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

편하게 재잘댈 수 있는 곳 없어서.


이런 혼란한 감정이

1년이 지나도록 정리가 안되어 있다가

이제야 같은 처지의 친구를 만나

감정이 그대로 인정받고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성숙한 조언에 따라

더 나은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나 대신 내 입장과 감정들을 요목조목 정리해주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잘 이해하도록 풀어 설명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지금에야 그렇지

죽음을 이렇게 가까이 겪기 전엔 절대 읽지 않았을 만큼 손대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엄마가 아프기 전에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의 무게가 조금 더 가벼워졌을까.


가족이 아픈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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