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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욱 Aug 09. 2017

투자에 대한 생각

하워드 막스의 책,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외부세계의 변화를 관찰하는 대다수의 책들과 달리 하워드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은 외부세계를 대하는 개인의 자세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가 얘기하듯 편안해서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깊이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 특히 경제, 금융, 산업 그리고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또 전망하기도 하면서요. 특히나 최근에는 얼마나 그 변화가 역동적인지 뉴스를 따라가기에도 벅차지만,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즐거운 자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라는 것은 거기에 조금 더 깊숙이 발을 들여놓겠다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확률과 가능성'을 가늠해보고 승산이 있다고 생각할 경우 과감하게 리스크를 감당해 보려는 것이지요. 내가 생각하는 변화에 나의 무언가를 걸어보겠다는 뜻입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이상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그 이상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비록 돈을 벌지 못하더라두요.


투자는 나와 외부세계와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내가 외부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일방적인 관계지만, 투자를 시작하는 순간 이는 쌍방향의 관계가 되어버립니다. 거리감 있고 평화로운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충돌'이 생겨나게 됩니다.


저는 이 관계에서 오는 피드백을 좋아합니다. 저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이 시장에서 증명되면 우쭐해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실망하기도 하면서요. 무엇보다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많이 깨닫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이었는지, 내가 이렇게 작은 성공과 실패에도 이렇게 감정적으로 휘둘리는지, 또 실패를 겪고 나면 포기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무리를 하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요.


전에 어떤 책에서 김어준 씨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나네요. 그는 연애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사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거대한 간극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바닥을 경험하고,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 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투자가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은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도 말입니다.


리스크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모두가 투자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가를 위해 일하고 때론 자본가를 욕하면서, 본인이 자본가가 되어 보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쉽게 자본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말이죠.  물론 좋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만의 것'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일정 시간 이상의 경험과 생각이 축적되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한편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높은 지적인 호기심과 향상심을 투자의 관점으로 약간만 pivoting 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정 하는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첫 장에 보면 소설가에 관한 얘기가 있습니다. 소설가는 프로레슬링처럼 누구나 링에 오를 수 있다고 하지요. '누구라도 다 올라오십쇼'라는 기풍과 포용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오래 버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이제 링에 들어간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신참일 뿐입니다.  제가 링 위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고, 저는 저 나름대로 기술과 체력을 연마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입니다.


투자의 링에도 누구나 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의 세계는 광범위해서 굳이 선수들의 영역에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에 상관없이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 링에서 경기를 하다가 망하게 됩니다. 다양한 투자의 링에서 본인의 지식과 경험이 강점이 되는 분야에서만 경기를 한다면 충분히 즐기며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링에서의 슈퍼스타와 비교하거나 부러워하지만 않는다면요.


링에,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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