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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ul 03. 2020

어차피 이게 한계라면 : 글쓰기 외도의 고백

한계를 마주하고 이를 달리 해석하다.

580여 명.


묘하게도 페이스북과 브런치 구독자가 모두 유사한 숫자다. 물론 페이스북은 학교, 군대, 전 직장, 지금 직장, 그리고 심지어 현재 파견 중인 기관 등을 통튼 지인들이 포함된 숫자이고, 이곳 브런치는 대부분 새로이 알게 된 분들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 숫자는 580여 명이고 자명한 이 현실 앞에 달리 가감할 거리는 없다.


나는 이것을 내 구독자 수의 한계라 칭하기로 했다.


물론 내가 그 숫자에 일희일비하거나 그 숫자를 바탕으로 또 다른 가지치기를 한다는 등의 추가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두 매체에서 상당 기간 변하지 않는 그 숫자를 보고 뭔가를 결심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고자 한다.


사실 브런치의 구독자 숫자는 내게 장족의 발전이다. 지인을 바탕으로 별다른 퇴고나 검토 없이 휘발적으로 올리는 페이스북과 달리 처음부터 신경 써서 글을 썼고, 그렇게 백지상태에서 하나하나 쌓아 올린 숫자다. 마땅한 정보나 크게 깨우침을 주는 울림도 없는 글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구독을 눌러주신 것에 무한히 감사드린다. (사랑합니다. 진심이에요.)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꼭 만으로 3년이 되어간다. 그때 급작스럽게 휴스턴으로 단신 파견을 가게 되면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외부와 소통할 창구가 필요했다. 매일 쓸 거리를 머리에 담아 퇴근하던 즐거움이 아직 생생하다. 3년 동안 200개가 넘는 글을 올렸으니 거의 5일에 하나씩 올린 격은 된다. 나름의 꾸준함을 스스로 칭찬한다.


그러나 글쟁이는 항상 뭔가가 고픈 법이다. 그건 때론 관심일 수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의 변화 욕심일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친구 수와 이곳 구독자 수고 비슷해진 어느 날, 나는 또다시 이 고픔을 느꼈다. (이번에도 미국인 건 단순한 우연인가. 어쨌거나 그래서 '미국 잡상' 매거진에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블로그를 새로 텄다. 국내 유수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고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주소를 따고, 계정 유지에 대한 호스팅 비용도 낸다. 3년 치를 선결제해서 좀 할인받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내 글에 대해 스스로 이 정도는 투자해도 되지 않겠느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티스토리가 아니라 그냥 개별 주소를(나의 경우는 무려 '닷컴'이다!) 쓰는 자체 블로그로 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앞서 호스팅 비용에서 설명했듯이 내 글을 내 돈 내고 나만의 공간에 따로 담아두고 싶었다. 어쩌면 이건 지금 미국에서 있으면서 길거리 중간중간 보이는 'Personal Storage' 간판들을 보다 나도 모르게 든 생각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보관하려면 내 돈 내고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그렇다면 무엇이 '내가 원하는 대로'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페이스북, 브런치 모두 나를 어느 정도 보여주는 공간이다. 나를 홍보하기에는 좋으나 내 속마음을 그대로 쓰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기장이 필요하단 건 아니다. 나는 애초에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편이다. 그저 내가 원하는 주제, 때로는 민감한 것이라도 그것을 좀 더 파보고 싶었다. 그러자면 어느 정도의 익명성과 새 출발이 필요하다.


그런 고로 우리나라 검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나, 광고 수익력이 좋은 다음 티스토리가 아니라, 구글에서도 그나마 검색이 힘들 (한글 검색 점유율은 초라하다.)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오픈을 한 것이다.


그 블로그엔 오늘부로 글이 17개다. 그리고 원래 지금도 블로그에 글을 하나 더 쓰려고 PC를 켰는데 문득 브런치로 선회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몇 분 전, 기다리던 마일스톤 하나가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구글 애드 승인이 난 것이다.


물론 광고비를 벌자는 목적에서 구글 애드를 신청한 건 아니다. (검색을 해 보면 알겠지만 한국어 유저의 워드프레스 블로그 수익률은 돈 벌자는 목적에 무색한 수준이다. 관련하여 모 매체의 글도 있을 정도다.) 이건 브런치 작가 선정과 유사한 내 스스로의 검증판이었다.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 된 것이다. (브런치는 두 번 만에 되었는데, 첫 번째는 페북 프로필 링크 달랑 한 줄 보낸 것이었니 (당시 검토하신 분이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죄송합니다.), 실질적으로 한 번이라 해두자.)


이제부터는 진짜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제대로 파 보려 한다. 구글 애드 승인도 났으니 이제 더 이상 눈치 볼 것도 없는 셈이다. (방문자가 워낙 적어지면 승인이 취소되기도 한다지만..)


현재 글 거리로 생각하며 일부 자료를 훑어본 것은 다음과 같다. 모두 직/간접적으로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며 머리에 담아둔 것들인데 차마 그 자료들을 여기나 페북에 풀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교사 노동조합의 역사적 흐름과 그 특성, 미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에 대한 전반적 논의, 왜 일부 사람들이 유독 정치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지에 대한 논문들. 그리고 최근 코로나 집단 면역 테스트 실패를 선언한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대한 추가 공부까지.  


딱 봐도 조회수랑 무관한 소재들인데 내가 이런 쪽으로 이상한 건지, 이걸 굳이 내 돈 내고 인터넷에 뻥 뚫린 공간에 저장해 두고 싶었다. 결국 이 글은 브런치 입장에선 외도의 고백인 건데, 그래도 이제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직접 만든 나룻배에 오르려는 제작자 + 선원의 마음이라 뭔가 혼자서 되게 요란하고 웅장하다.


페북/ 브런치/ 블로그에 올릴 글들을 어떻게 나눌지 기준을 조금씩 잡아가고 있다. 이 글은 브런치를 떠난다는 이별 선언이 아니며 되레 매체를 늘린다는 고백에 가깝다. ('너도 사랑하고 그 사람도 사랑해!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뭐 이런 고백은 아닙니다.)  





*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미국에 있으면서 영어 공부에 용맹정진(?!)한 덕분인지 내 블로그 글을 영어로 번역하면 (그 위젯을 블로그에 넣어뒀다.) 거의 완벽한 영어가 된다. 아마도 숱한 메일/메신저 소통을 하면서 구글/파파고 번역기를 활용하며 어떻게든 좀 더 부드러운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게 내 문체에 나도 모르게 반영된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습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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