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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L Sep 04. 2021

회고: 한국에서의 1년 (2020)

⚠️ 제가 Medium에 적은 글을 약간 수정하고 번역을 거쳐 올린 글입니다 (원문: https://medium.com/@yunkee/retrospective-a-year-in-korea-57aec52000ad)


정확히 1년 전, 토론토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13시간이 걸리는 비행이었지만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고 내가 옳은 결정은 내린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극적인 변화 뒤에 온 지난 12개월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그래서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2개월을 어떻게 더 잘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냥 어땠는지 적기보단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회고를 통해 되돌아보기로 결정했다.


잘 된 점

취업

첫 4개월은 내 커리어에 있어서 탐험 시기였다. 어떤 직업이 진정으로 내게 맞는 것인지 찾기 위해서 여러 파트타임 일을 했다. 개발과는 거리가 먼 다양한 수업들도 들었다.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 찾진 못했지만, 역할에 상관없이 IT/테크 산업에서 일하는 게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제품 중심의 팀들과 업계 최고의 동료들이 있는 토스에 입사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
이전에 올린 글들 중 하나에는 역문화 충격과 내가 어떻게 2개 국어를 하는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는지에 대해 적혀있다. 이 글을 올리고 몇 달이 지난 후, 익숙하지 않았던 한국 문화에 적응한 나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제는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사람에게 절대 말을 안 건다!). 사실 내 모국어는 한국어여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업무에 사용되는 표현과 단어들을 한국어로 다시 배우면서 한국어 실력도 늘었다. 글이 아닌 대화로 업무를 진행할 때는 아직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건강

이 점은 내 우선순위에 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퍼지면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 온 뒤 멈췄던 운동을 규칙적으로 다시 시작했고 음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육체적 건강에 집중하는 것이 꽤 우려스러울 정도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캐나다와 다르게 봉쇄가 없던 한국 상황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다.


아쉬운 점

워라밸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뒤로 일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이 급격한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캐나다를 떠날 때 다들 걱정해줬던 부분이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 시간 관리 능력은 변하지 않았지만 회사 밖의 내 시간은 줄어들었다. 당연하게도 퇴근 후 삶의 생산성이 떨어졌고 자기 관리가 잘 되지 못했다.


Peer Pressure

회사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경력도 더 많은 사람들이 즐비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을 영향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압박을 받게 된다. 적당한 압박은 업무를 이어나가는 데에 동기부여는 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순간 내 실력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만든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회사, 새로운 문화에서 시작을 한 입장에서 많은 peer pressure를 느꼈다. 압박을 견뎌내고 있었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스스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커리어

내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제품 관리자?) 되는 것이다. 이 목표 때문에 한국에서 개발자로 다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토스에 합류하고 나서 개발자로서 큰 성장을 이뤘지만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단순히 해당 직군의 사람들과 가까이서 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걸 느꼈다.


앞으로 해야 할 것

퇴근 후 삶의 우선순위 정리

열심히 쉬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앞으로 책임과 업무가 더 늘어날 것을 알기에 더 바빠질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진행 시 업무 일정을 관리하는 것처럼 회사 바깥의 내 삶도 우선순위 정리가 필요하다. 회사에서의 우선순위 정리만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다음 1년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시간관리를 위해서 우선순위 설정은 꼭 필요한 단계라 생각한다.


커리어 상담
훌륭한 동료들과 일을 하면서도 그들에게 커리어에 관한 조언을 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언제든 도움을 기꺼이 줄 사람들이지만 항상 모두가 바쁜 상황인지라 그들의 시간을 부탁하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지금 회사에서는 규칙적인 1-on-1 미팅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팀장이란 직급이 없기 때문에). 전 회사에서 했던 1-on-1들이 커리어 방향과 개인적인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아쉬운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
단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번 회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필요한 것에 온전한 집중을 하는 성향이 지금까지 날 이끌었고, 이게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일을 하든 주말에 놀고 있든, 항상 모든 종류의 방해를 멀리하려 한다. 명확한 초점을 두는 것이 큰 스트레스 없이 무엇을 할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기에 앞으로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간단한 회고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어떤 점을 적어야 할지 고르는 것부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도 아닌데 회고를 하는 것이 귀찮긴 했지만 보람찬 경험이었다. 한국에서의 첫 1년을 복기하는 게 의외로 재미있었고 다음 1년은 어떤 얘기들로 채워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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