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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L May 22. 2022

또 다른 챕터

⚠️ 제가 Medium에 적은 글을 약간 수정하고 번역을 거쳐 올린 글입니다 (원문: https://medium.com/@yunkee/yet-another-chapter-57029d3b53b4)

지난 2년 반 동안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서울은 살아본 도시 중에 가장 활기찬 곳이었고 다른 나라 대도시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가져다줬다. 변화가 빠르다 보니 항상 할 게 넘쳐났다. 코로나가 시작된 뒤에 거리두기나 영업제한은 있었지만 락다운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보러 다닐 수 있었다. 서울에서 살고 일하면서 도시는 복잡하지만 마음은 편했고, 마침내 이곳이 집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내 토론토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에 들어간 후로 총 4개의 회사에서 일했다. 빅테크라 불릴 수 있는 규모의 회사들과 그 정도로 크지 않지만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진 회사들이었다 (200명 이상의 직원 수). 한국 회사에서 했던 일들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했던 일들과 비슷했다. 아마 개발자라는 직업은 세계 어딜 가더라도 비슷할 것이다. 코드를 작성하고, 변경된 부분들을 테스트하고, 운영 환경에 배포하고,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대다수의 회사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프레임워크, 개발자 도구들도 다 동일하다. 그러나 비기술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한국 테크 회사들은 (IT 회사?)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결국 내가 캐나다로 "역역이민"을 하게 만들었다.


회사들의 공통분모 중 하나는 임직원의 커리어 성장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체계적인 구조가 없다는 점이다. 그저 주어진 프로젝트들을 맡아서 일하다 보면 언젠가 시니어의 역할이 주어진다. 팀의 일원으로 나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어떤 커리어 방향을 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술적인 능력 외에 어떤 부분을 향상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개발 매니저로 (engineerng manager) 성장하는 것에 관심이 생기면서, 이 역할에 필요한 스킬들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역할 변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에 매니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했다. 문제는 개발자를 매니저로 승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점들이 적힌 구체적인 문서가 없었다 (존재했을 수 있지만 내겐 공유되지 않았다).


효과적인 1-on-1이 없는 상황에서 성장 방법에 대한 내 혼란은 더 커졌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일한 회사에서 1-on-1을 격려하는 문화가 있었다 (모든 미팅이 효과적이었다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다닌 대부분의 한국 회사에서는 규칙적인 1-on-1 자체가 없었다.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교환하고 내 커리어 목표를 논의할 수 있는 1-on-1은 개발자라는 직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그래서 1-on-1이 쓸모 있다고 여겨지지 않고 일상 업무의 한 부분이 아닌 게 실망스러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몇몇은 "돈을 벌거나 혹은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원문). 한국에서 일한 첫 해 동안 내가 경험해본 것 중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환경에서 일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악명 높은 긴 업무 시간은 제쳐두자면, 이 경험은 빨리 움직이고 싶어 하는 팀에 필요한 개발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줬다. 아쉽게도 다른 회사에 가고 나서는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 채 경력만 쌓고 있다고 느꼈다. 받은 피드백들은 이미 내가 하고 있던 점들을 반복하는 내용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력을 쌓는 것은 분명 좋은 점이지만 이건 세계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내가 서울에서 계속 일하도록 설득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한국의 시니어 개발자의 평균 보상은 북미에서 일하는 시니어 개발자에 비하면 훨씬 적다 (물론 회사와 도시에 따라 다르지만, 월세를 제외하면 서울에서의 생활비는 토론토와 비슷하다). 너무 솔직할 수 있지만, 나는 원하는 만큼 배우고 있지 않았고 돈을 벌고 있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그대로 정착하는 것과 캐나다로 돌아가는 것 사이에서 1년 넘게 고민했다. 두 가지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비교한 부분들은 많지만, 최종 결정은 위에서 적은 내용들로 정해졌다. 어떤 환경이 내게 더 잘 맞는지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다양한 옵션들을 탐색해 볼 가치가 있었다. 2019년에 캐나다에 머물렀더라면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것이 어떤지, 그리고 내 커리어의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국경을 넘는 이사를 두 번이나 하는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토론토로 돌아와서 인생의 새 챕터를 시작하게 되어 기대가 많이 된다.


사진 출처: Photo by Philip Myrtorp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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