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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최집사 Apr 13. 2024

교토에서는 버스를

나홀로 교토 여행기 03

교토에서는 버스를 주로 탄다는 말을, 오기 전부터 많이 들었다. 제작년 오사카에 갔을 때는 버스는 단 한 번도 안 탔었는데 교토에 오니 반대로 이틀 째 버스만 타고 있다. 일본은 워낙 사철 시스템으로 인해 지하철이 복잡하기도 하고, 유독 교토가 버스로 연결이 잘 되어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버스탈 맛이 나는 도시다.


교토의 봄날

교토에서 처음 버스를 탈 때, 놀란 것이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타는 위치. 우리나라는 철저히 앞에서 타고 뒤로 내리는 시스템인데 일본은 정반대다. 버스 중간쯤 있는 뒷문으로 타서, 기사님이 있는 앞쪽으로 내린다. 게다가 요금 지불도 내릴 때 한다. 때문에 교토의 버스는 느긋하다. 한국에서는 행여라도 못 내릴까 역에 도착도 전에 사람들이 분주히 일어나는 게 당연했는데, 교토에서는 기사님이 사람들이 요금을 지불하고 내릴때까지 기다린다. 못 내린 사람이 없는지 끝까지 확인한다. 누군가는 나처럼 교통카드로 태그해서 순식간에 결제가 가능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동전을 넣고 정산한다. 서울에서 버스를 탈 때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게 교토 버스의 매력인 것 같았다.


두 번째는 기사님들이 마이크를 차고 운행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본 적 없는, 시내버스 기사님인지 관광버스 기사님인지 헷갈리는 시스템이다. 기사님은 매 역에 정차할 때 마다 어떤 역에 정차하는지, 다음 역은 무엇인지 직접 알려주신다. 그 뿐 아니다. 정차하면 정차한다, 출발하면 출발한다, 심지어 운행 중간중간에도 이 버스가 어디까지 가는지 알려주신다. 

교토의 버스 운전사분들은 운행 업무 뿐 아니라, 목소리로 승객들을 안내하는 일까지 하는 것이다. 이제는 버스에 타면 따뜻한 목소리로 환영해주고, 내릴 곳을 알려주는 기사님의 목소리가 익숙해졌다. 기사님들마다 안내 스타일이 다른 것도 재미 중 하나다.


마지막은 버스 정류장을 보면서 느낀 것인데, 교토의 버스 정류장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버스 정류장은 거의다 디지털화가 된 지 오래인데, 일본은 여전히 종이로 버스 시간표를 적어 둔다. 

그런데 그 위로, 아주 독특한 표시판이 있다. 버스 번호 아래로 구멍이 세 개. 처음엔 이게 대체 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그 구멍에 버스 모양이 나타난다. 어라,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버스가 전전역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버스의 위치를 표시해준다. 분명 디지털 느낌이 나기는 하는데, 디지털이라고 할 수는 없고. 뭐라 설명이 어려운 신기한 스템이었다. 



교토를 여행하면서, 아직까지는 모든 이동을 버스로 하고 있다. 편한 것도 있지만, 비슷하다면 지하철보다는 버스틑 타고 싶다. 화창한 봄날의 날씨가, 기사님의 목소리가, 오묘한 버스 정류장 안내판이, 자꾸만 버스를 타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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