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최집사 Apr 21. 2024

교토의 주말 : 카모강

나 홀로 교토 여행기 06

누군가 나에게 '교토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카모강변'이라고, 아주 개인적이과 주관적인 답을 내놓을 것 같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교토에는 카모강이 있다. 규모 자체는 비교할 바 안 되지만, 어찌됐든 카모강은 교토 중심을 가로지르는 작고 예쁜 강가다. 


나는 실질적인 여행 둘째 날이었던 토요일, 교토부립 식물원과 카모강변을 다녀왔다. 마치 교토에 사는 일본인의 어느 한적한 주말처럼 보내고 싶은 마음에. 교토의 데마치야나기 역 근방에는 '카모가와 델타' 라는 공원이 있다. 그 지점에서 강은 대문자 'Y'모양으로 합류하는데, 합류 지점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물멍을 때리며 휴식하는 것이 머리를 비우기 위한 나의 루틴 중 하나이기에, 여느 교토인의 주말 아침처럼 느긋하게 버스에 올랐다.


행자교 인근의 카모강줄기. 여기도 역시 나의 베스트 스폿


카모가와 델타의 더 북쪽에, 교토부립 식물원이 있다. 교토 사람이 아닌 이상 오지 않는 곳에서 오전을 맞이했다. 넓고 푸르른 광장에, 봄의 여왕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주말을 맞아 어린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을 나온 일본인들이 대다수였다.

교토부립 식물원

대단히 볼 것이 있냐고 하면, 없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실에는 꽤나 다채로운 종류의 식물들이 전시가 되어있고, 날씨가 너무나 화창했던 덕에 피크닉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렇게나 크고 아름다운 식물원이 있다는 점도 부러웠다.


식물원에서 나와 밥을 먹고, 근방 카페에 들어섰다. 프리미엄 블랜드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 여유로운 주말, 나를 위해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는 느낌으로 한 잔. 책을 읽으며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으니 현지인들이 나를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보기도 했다. 주말 카페에서 누가 봐도 한국어로 쓰인 책을 읽고 있는, 한국인이라니. 여기 사는 사람으로 생각했을까.

보물같은 책, 선물같은 커피


커피를 마시고 다시 길을 걸어, 카모가와 델타로 향했다. 여전히 오후 4시. 뜨거웠던 햇살이 아주 살짝 열기를 잃긴 했지만 여전히 화창한 날씨였다. 가까워질수록 사람들로 북적였고, 물 흘러가는 소리, 아이들의 꺄르르 소리, 누군가의 기타 소리가 커지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카모가와 델타로 가는 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합류하며 몰아치는 강 위로, 조그만 섬과 같은 모양의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대형 돗자리를 펼친 어떤 무리는, 음악을 하는 모임 사람들인지 저마다 악기가 손에 쥐어져 있다. 어린 아이들은 얕은 물에서 물장난을 치고, 어느 노부부가 정답게 손을 잡고 강변을 걷는다. 그 위로, 이제는 철이 좀 지났다는 벚꽃들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꽃비를 뿌리며 지고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이 꼭 꿈같아서, 홀로 조용한 벤치에 앉아 멍하니 풍경을 눈에 담았다.


봄 소풍


여행이 아니라 나의 일상 속 어느 주말과 같았던 지난 토요일. 한국에 돌아가서도 주말만큼은 이렇게 여유롭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다져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재미란 무엇일까 : 알아 듣지도 못하는 영화를 보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