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거나달 Sep 19. 2019

향수


 난 채취가 강한 편이다. 무엇 때문인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독특한 향이 있긴 하다. 

아주 기분 나쁜 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아닌, 살짝 땀 냄새와 풀 냄새가 섞인 그 무엇이다. 주변인들의 느낌을 종합해 보면 솔직히 향보다는 냄새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반갑게도 10살 딸이 이 독특한 냄새를 좋아한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나를 보면 달려와서 작고 귀여운 콧구멍을 킁킁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어떤 날은 중독이 아닐까 싶은 게, 운동을 마치고 풀 냄새가 사라진 오직 땀 냄새만 100% 남은 상태에서도 진정 내 채취에 감동한다. 


 그리고 얼마 전 그녀가 던진 말, “아빠 냄새를 향수로 만들었으면 좋겠어.”

독특한 취향일까? 지독한 사랑일까? 


폭발적인 꽃향을 자랑하는 와인, 이탈리아에선 여인에게 꽃다발 대신 이 와인을 건네기도 한다고. 이 정도는 돼야 좋은 향일텐데 

아니면, 정말 내 채취가 대중적인 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우문현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