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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gram Mar 07. 2020

아침인사는 언제까지 해야할까

신입사원의 고된 아침


월요병이 없던 시절이었다.


동기들과의 메신저가 기다려지고, 내일은 좀 더 자기주도적으로 일하겠다고 야심차게 다짐하며 잠들었던 입사 3개월 차의 나..

(3년이 지난 지금은, 월요병은 기본.. 모든 날 모든 순간 아프고, 기절하듯 잠에 든다)


지금 돌이켜보니 밝았던 그 때의 나 역시도 나름 스트레스는 받고 있었다. 신입사원이라면 대부분 고민하는 그런 고민들이었다.

   

   


1. 직장 환경에 적응해야겠다는 부담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2. 팀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뭐든지 적당히가 중요!)


3. 어떤 업무를 맡을까 하는 기대감

(어려서부터 운이 좋지 않은 편이다)


4. 일을  잘 못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      

 (어차피 인생은 마이웨이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안 괜찮아질 것 같은 문제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사' 였다.



'인사는 대체 누구한테까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는걸까'



이것은 "밀레니얼 세대는 아침인사를 하기 싫어!" 라는 외침이 아니다.


심지어 나는 인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뒤 돌아 달려가서라도 인사를 하는 성격이니까. (그 사람이 너무 멀리 갔으면 다음에 하기도 한다..)


신입이니 출근시간보다 30분 정도 먼저 와 있는데 매일 아침마다 상사들의 아이컨택을 유도하여 인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부자연스럽고(휙 지나가서 타이밍 놓치거나, 핸드폰+에어팟 조합이면 진심 낭패ㅠ), 3개월동안 인사를 매일 했는데 갑자기 인사안하는 것도 좀 튀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매하고 어쩡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도 고민 포인트다. 참고로 유관 부서가 많고, 내 자리가 복도 쪽 가장 바깥자리에 있다면 고민은 로 늘어난다.


다음과 같은 유형의 사람들을 특히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유형1. 화장실에서 손 닦기 전후의 상무님 (뭔가 민망하다고!)

유형2. 메신저에선 친근한데 실물은 본 적 없는 유관 부서 과장님 (세월과 함께 프로필 사진과는 사뭇달라진 그의 모습..)

유형3. 엘리베이터 안에서 핸드폰 보고 있는 옆팀 팀원분  (feat. 이어폰)

유형4. 빛의 속도로 내 뒤를 통과해서 저 멀리 착석하신 우리 팀장님 (일어나서 가야할까? 오바겠지?)  


인사를 하기에도 안하기도 민망한 이 순간들,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역시 별다른 대처법은 없었고 민망한 상황을 애써 무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상 깊었던 것은 제조업에 다니는 친구의 얘기였다. 무려 입사이래 출근때마다 전 층을 돌아다니며 문안인사를 올리고 있다 것이다! 이제는 최대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을 때 인사하기 스킬을 써서 60번의 '안녕하세요'를 40번 정도로 줄였다는 얘기를 무용담처럼 들었다.


상호무관심적 배려


우리 회사가 그나마 기업문화가 자유로운 편라 나는 층을 도는 일 따위 상상조차 해본적 없었다.

뭔가 서글펐다. 인사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사람 신경쓰이게 하는건지! 단 나는 적당한 타협점을 찾기로 음먹었다. 뭐든지 자연스러운게 최고니까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고 (일단은 모니터 전방주시 ㅋ) 나보다 먼저 출근한 분한테는 자리 앉기 전에 인사하기로 했다. 타이밍 놓치면 '오늘 날씨 춥죠?/덥죠?'로 슬쩍 말걸거나 탕비실에 물뜨러갈 때 같이 따라가서 텀블러 칭찬하기 등으로 인사를 대체하였다.


며칠 이렇게 쿨하게(?) 지내보고 깨달은 건, 사람들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회사 생활을 해보니 대놓고 눈치보이는 일 (연차 길게 쓰기, 사수보다 일찍 퇴근하기, 회식 빠지기 등) 외에도 은근 사소한건데 눈치보이는 일들이 꽤 있다. 어쩔 때는 내 과자를 어느 파티션까지 나눠줘야할지 고민이 된다.


그런데 솔직히 '나의 인사 여부'를 떠나 애초에 내가 여기 숨쉬고 있단 사실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일단 다들 너무 바쁘기 때문에 일을하다보면 어느덧 11시, 3시, 5시, 6시 그리고 퇴근이 다가올 뿐, 누군가를 인지할 겨를 따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우린 돈 받는 PC방이라는 한 공간에 있었뎐 거라고!) 또한, 바쁜 직장인에게는 형식적인 인사치레보다 출근 시간 입력이 더 시급한 법이다. (주52시간제로 출퇴근 시간은 시스템에 입력 중이다. 1분이라도 빨리 찍어야 1분이라도 일찍 간다. 마음이 급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상대를 향한 지극한 관심보다 이런 무관심이 의도치 않게 상대를 배려해주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Hi there~ I'm here

자, 이제 인사 문제에 대한 답변이다!

만일 그 때의 나처럼 괜히 눈치보며 잠시나마 현타온 신입사원 후배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인사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을 해보자면, 나보다 바로 윗 선배가 어떻게 하고 다는지 보면서 조직 내 암묵적 룰을 익히는게 좋을 듯 싶다.  초반에는 중간만 가는게 제일 좋다. 45도로 고개숙여 이 구역의 인사왕은 나야~라고 목청껏 어필하면 당신은 이제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그리고 당신의 동기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라고!ㅠㅠ)


몇년 지내며 느낀바로는 인사에 너무 부담을 느낄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은 그 조직의 일부로 자연스레 스며드는게 중요하다. 인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주며 이곳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가볍게 안부도 물어봐주고, 새로 바뀐 헤어스타일을 알아봐주는 등 soft skill의 하나이자, 사람을 향한 자연스런 인기척인  것이다. 구태여 억지스럽게 형식처럼 인사할수록 인사치레가 되어버린다. 서로 부담인 것이다. 혹시, 인사 여부를 체크하고 그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한다면 괜찮다. 그런 사람은 빌런일 확률이 높다! 멀리하는게 이롭다. 형식보다는 가볍더라도 진정성 있는 눈웃음 하나가 더 반가운 게 인지상정임을 잊지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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