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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Aug 06. 2023

23.03.30 - 23.04.03 나고야 여행 후기

나고야 성에서 오늘날 일본건축을 엿보다

일본의 도시를 거닐다 보면 서울의 거리와는 다른 느낌이 들곤 했다. 단순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다거나 거리가 깨끗하다, 전통 건축물들이 도심 곳곳에 있다고 하기에는 설명이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보기에 일본 거리는 깨끗하고 전통 가옥 형태가 있는 것도 맞지만, 상업용 건물의 형태도 우리보다 훨씬 다양해 보였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의도, 광화문, 강남 같은 중심지를 제외하곤 건물들 형태가 전부 단순 직육면체에 가까웠다. 건설하기에는 용이하겠지만 이런 형태의 건물들이 나열된 거리는 아무래도 보행자에게 단조롭고 지루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크게 보면 직육면체이겠지만 그 속에서 건물들만의 정체성이 조금씩 엿보였다. 같은 전통 일식집이라도 네모난 건물과 개성 있는 건물은 느낌이 달랐고, 또 그런 건물들이 모여있는 거리는 보행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왜 이게 가능했을까 생각했을 때, 일본은 우리보다 더 다양한 건축가들이 각자의 자유도를 가지고 설계를 해서 그렇지 않았나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그렇듯이 건설사가 찍어내기 식으로 대부분의 상업용 건물도 만들어 내는 것 같지만, 일본은 좀 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설계를 시도해 보는 듯하다. 그래서 안도 다다오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나오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사회는 또 어떻게 탄생했을까?  토모카 덕분에 나고야성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는데, 일본은 건축가를 우대해 주는 역사를 이미 가지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나고야 성의 장엄하지만 아름다운 해자 그리고 그것을 설계한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보니 이런 전통들이 현재의 일본 거리를 만들지 않았나 한다. 장인을 우대하는 문화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건축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준 토모카에게 고맙다! 토모카의 설명이 없었다면 기요마사의 동상을 의미도 모르고 그냥 지나갔을 듯하다.

더불어 유현준 교수님한테도 감사하고 싶다. 교수님의 책이 없었다면 이런 경험을 못 했을 것 같다. 시라카와고에서 두텁고 경사가 급격한 지붕을 봤을 때와 집을 지탱하는 중앙의 가장 큰  대들보(?)를 발견했을 때 교수님의 책이 아니었다면 그 중요성을 몰랐을 것이다. 옛날 건축에는 자연과 인간의 경합이 그대로 녹아 있더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정말 맞다.

마지막으로 나고야 마지막 날에 방문했던 이자카야에서 맛있는 꼬치와 하이볼을 먹었던 경험은 잊지 못할 것이다. 4월의 기로는 너무 아름다웠고 나고야에 다시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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