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특별함
지금은 연어라는 생선은 흔하게 접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생선이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2003년 회라고는 광어, 우럭이라는 이름만 듣고, 맛이나 생선의 모양새는 구별하지 못하던 내 초등학교 시절, 온 가족이 `빕스`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처음 가보았다.
외식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던 우리 가족에게 빕스의 메뉴들은 낯설었다. 마치 중국집에서 1인당 식사시키고 요리시키듯 첫 주문부터 1인당 스테이크를 하나씩 시켰다. 당시 스테이크를 시키면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에 처음인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샐러드바를 처음 가본 나에게는 신세계가 펼쳐졌다. 샐러드바라고 해서 채소와 풀때기들만 주야장천 있을 거라는 초등학생의 편협한 시선을 비웃듯이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이 펼쳐졌다. 냉동식품을 조리한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담고 있던 어린 나에게 한 가지 메뉴가 눈에 들어왔으니, 그것이 바로 훈제연어였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책에서 보았던 훈제로 음식을 오래 보관한다는 생존 방식을 떠올린 나는 훈제연어를 접시에 담아서 왔다. 부모님은 그저 훈제연어를 하나의 회로 생각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회가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한 점씩 먹었다. 나 역시도 무인도를 상상하며 훈제연어를 집어먹었다. 연어를 먹은 우리는 새로운 맛에 눈을 떴다. 일반적인 회에서 느껴지는 담백하고 쫀쫀한 식감이 아닌, 기름지고 부드러운 그 맛에 우리는 다음 접시에 모두 연어를 와장창 담아왔다. 주문한 스테이크는 모두 거들떠보지도 않고, 연어의 맛에 심취하여 우리는 불곰들처럼 연어에 집착하였다. 이날 이후로 우리 가족에게는 빕스는 연어를 먹으러 가는 곳이라는 의식이 생겼다.
학창 시절이 지나고 성인이 된 지금, 연어는 너무나도 흔한 음식이 되었다. 참치 통조림처럼 통조림으로 나오기도 하고, 집 앞 마트에 가서 훈제, 냉동, 생 다양한 방식의 연어를 구매할 수도 있게 되었다. 연어가 흔한 음식이 되어가는 와중에 우리 가족의 입맛은 흔하지 않은 각자의 입맛을 보유하게 된 것이 역설적인 변화일 것이다.
더 이상 엄마는 지방이 주는 기름진 맛을 즐기지 못하고, 순하고 심심한 입맛으로 변하였다. 동생은 공산품이 주는 자극적인 맛에 매료되었으며, 나는 재료 본연이 주는 신선한 맛에 넋이 나가 있으며, 아버지는 술안주에 적합한 음식만을 찾는 현재이다. 입맛이 변하다 보니, 외식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가 먹고 싶은 메뉴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토론의 장만 열렸고 그렇게 우리 집을 하나로 묶던 외식 메뉴 하나가 그렇게 없어졌다. 그러던 어제는 연어샐러드를 먹던 나를 보고 엄마가 흥미롭다는 듯이 한입을 뺏어 먹으며 말했다.
"예전에 이 연어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말이야 그렇지?"
"그러게, 그때 빕스 가면 연어만 몇 접시씩 담아 먹는 거 보면서 난 우리 가족이 웅녀의 후예임을 알았잖아."
"엄마는 그때 너희가 연어를 그렇게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자식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걸까 생각했다? 지금은 연어가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도 안 들고, 흔하게 보기도 하는데 그때는 특별한 음식인 줄 알았고 또 너희가 너무 맛있게 먹으니까 그냥 보고 있어도 좋더라."
엄마의 말에 나만이 추억을 찾으러 음식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 모두는 각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던 것이다. 오늘 오랜만에 연어 초밥이라도 사서 가족들과 노나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