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라이팅: 라면

돈 없는 청년기의 영혼 짝

by 천곰

사람에게는 소울푸드라는 것이 있다. 다이나믹 듀오가 불렀던 '어머니의 된장국', 김범수의 '집밥'과 같은 노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에겐 각자의 소울푸드가 존재하고, 소울푸드를 통해 마음과 영혼, 그리고 굶주린 배에 평온을 찾곤 한다. 나에게도 단 하나의 소울푸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라면'을 선정할 것이다.


라면이라는 음식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가장 우수한 맛과 균형 잡힌 영양소를 만들어 낸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사람이 만들던 그 사람만의 맛이 나고, 먹으면 먹을수록 균형 잡힌 영양소로 내 몸의 균형을 없애는 걸 볼 수 있다. 내가 라면을 처음 기억하기 시작하는 때는 7살 유치원생 시절이다. 당시 상대적으로 밍밍한 잔치국수가 싫었던 나에게 어머니는 라면을 끓여주시곤 했다. 혹은 온 가족이 일요일 아점으로 라면과 찬밥을 먹으며 두 끼를 동시에 해결하고는 했다.


그렇게 라면을 누군가 끓여주는 음식으로 생각하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부모님이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가장 쉽고,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이란 라면밖에 없어 라면을 주로 해 먹었다. 항상 우리 집에는 라면이 있었고, 저녁에 동생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부모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성인이 돼서 대학에 와서는 자취를 할 때나 되어야 라면을 먹었다. 돈 없는 ROTC 후보생에게 라면이란 동기들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으며, 두 개를 끓여먹어도 이천 원을 넘어가지 않는 금액으로 후배들 밥 사 주고 텅 빈 지갑에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래서일까 장교 양성과정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훈련 끝나면 무얼 가장 먹고 싶냐는 동기들의 잠들기 전 수다에서 치킨, 피자, 고기 등등을 제치고 나에게는 라면이었다.


군 복무를 하면서도 라면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긴 하였으나, 당직사관을 하면서 근무하는 인원들과 먹는 라면은 항상 신세계를 보여줬다. 빅팜, 간짬뽕, 공화춘, 불닭 등등 개인별 新조합을 만들어내는 걸 따라 하고 먹 다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재미를 느꼈다. 전역 전날 나의 마지막 만찬 또한 라면에 냉동이었으니 새삼 라면을 좋아하기는 했다.


사회인이 된 지금, 생각보다 라면을 먹기란 쉽지가 않다. 직장인들의 점심메뉴 고민에서 라면을 먹으러 가자고 할 경우, 10명 중 8명은 라멘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1명은 라면을 어디서 먹냐고 묻고, 1명은 라면을 왜 점심에 먹냐는 반응을 보인다. 더불어 퇴근을 하고 온 내가 라면 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리는 순간,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과 함께 냉장고의 진수성찬들과 밥이 나오게 된다. 결국 소박한 라면 한 그릇 먹겠다던 나의 소망은 그렇게 사라지곤 했다. 가볍지만 든든한 라면을 먹으면서 나의 지친 마음과 영혼에 힘을 주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뱉지 못한 채 차려진 밥상을 먹는 나날의 연속이다.


나의 소울푸드 라면을 못 먹은 지 벌써 2달이 돼간다. 요즘 같이 덥고 습하고 할 때는 비빔면 2 봉지 비벼서 먹으면 다음날 얼굴도 퉁퉁 붓고,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을 거만 같다. 집 가면 라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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