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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G씨 Oct 28. 2024

빌립보서 4장 12절

I know what it is to be in need, and I know what it is to have plenty. I have learned the secret of being content in any and every situation, whether well fed or hungry, whether living in plenty or in want.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가 진정 두려운 것들이 뭔지 그 실체를 발견해보자.



1. 지인 분 사건 수임한 게 불송치 되어서 욕 먹는 것

2. 지금 회사에서 맡고 있는 사건들이 다 패소하는 것

3. 현 사무실에 퇴사 의사 밝혔는데

퇴직금 주기 싫다고 빨리 나가라고 하는 것

4. 새로 가는 회사에 인적 리스크 있는 것

5. 급여도 깎이고 복지도 없으니 가서 후회하는 것

6. 생각보다 그 곳이 일도 안 맞는 것

7. 급여 깎여서 대출도 잘 안 나오게 되는 것

8. 원래 살고 싶었던 아파트 매수 어려워 지는 것

...



그럼 이제 위 항목들이 정말 두려워할 만한 것인지,

두려워한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는 건지 생각해보자.



1. 고소 사건 불송치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내가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만 보여줬다면 나는 그래도 할 말이 있다.

사건이 어쩔 수 없게 이렇게 판단되었다,

우리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실제 처벌 사이에는 갭이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설득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내가 사건을 되게 수는 없지 않는가?

그저 의뢰인에게 사안을 잘 전달하고 설명하고,

추후 진행 방향은 어떻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정말 최악의 경우에, 나와 친했던 지인 분이

이 일로 나에게 실망하고 그 분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그럼 그냥 그럴 인연이었던 거고,

그런 일로 자기 변호사에게 실망하고

거리 두게 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 인연으로 끝내는 게 훨씬 내 삶에 이득인 거고!

그냥 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만 하면 충분한 거 아닌가?


2. 지금 회사에서 맡고 있는 사건들 결과가

안 좋게 나오는 거야 말로 정말 내 손에 달린 일이 아니다. 사실관계는 확정 되어 있고,

유의미한 새로운 증거를 가져오지 않은 건 의뢰인이고

내가 뭐 대신해서 증거를 만들어줄 수도 없고

나는 그냥 존재하는 팩트 내에서 최대한 설득하는 게

전부인 거니까 그리고 지금 사무실 사건들은 패소해도

그 책임은 우선 대표님 몫이니까

의뢰인 업뎃도 대표님께 맡기면 되는 것이니.


3. 퇴직금 주기 싫다고 빨리 나가라는 것?

내가 근무하겠다는데 나가라고 한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데,

진짜 구질구질하고 수준 떨어지는 거지.

해고도 30일 전 예고해야 하고,

안 되면 해고예고수당도 줘야 하니

괜히 서로 더러운 꼴 보게 만들지 않지는 않을까?

게다가 내가 지금까지 진짜 최선을 다해서

내 맡은 책임을 다 해줬는데?

만약 그런데도 나가라고 하고,

퇴직금 지급 안 하면 그냥 신고해야지 뭐.

그리고 다시는 어쏘 못 뽑게 직장평 남겨야지 뭐.

나도 이런 결말을 원하는 건 아니라구..


4. 새로 가는 회사의 모든 인적, 경제적 리스크는

정말 가보지 않는 한 모르는 것.

그래도 가지 않으면 거기가 어떤 곳이고

일은 어떤지 절대 알지 못할 테니

그건 그대로 후회되지 않을까.

그 리스크까지 감내하고 이직하는 거 아닌가.

가서 복지, 급여 이런 문제로 후회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안 가는 게 더 후회 아닐까?

복지, 급여는 더 괜찮은 곳 찾아서 가볼 수 있지만

이 일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거니까.


7, 8. 집 문제는 꼭 내 급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대책이나 대출 규제 등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워낙 많이 받는 것이니.

만일 대출 안 나와서 집 못사는 거면

집을 그냥 사지 말라는 뜻 아닐까.

집을 꼭 사야 할까, 그것도 지금 이 타이밍에, 꼭 그 집을?

이거야말로 조급해서 망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상황이 여건이 안 돼서 집 당장 못 사게 되는 건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해서 아쉬울 필요가 없을 듯.

오히려 현금 잘 모아서 더 좋은 기회에 좋은 집 사게 될 수도.



 




이렇게 두려움의 실체들을 까발리고 보니

뭐 진짜 고민하고 걱정해서

나아질 일은 1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원래 이 땅에서의 삶은 매일 이렇게

잔잔한 걱정과 두려움과 막막함을 짊어 져야 하는 걸까.

그래서 비천에도 풍부에도 변함 없이,

아니 어떤 외부 상황에도 관계 없이

충만하게 감사할 줄 아는 게 진정한 믿음의 삶인 걸까?



그래도 나 아직 안 죽었고

어디 안 아프고

가족과 친구가 있고

보금자리도 있고

일자리도 있고

기도할 곳도 있으니

충분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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