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과 경제력 둘 중 하나를 완전히 포기할 수가 있나요?
새로운 이직처를 두고 극심한 고민을 하던 내게
엄마는 한 가지를 내려 놓으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고,
좋은 일 하고 사람들 돕는 사명감에 살면서
동시에 부자가 되고 부를 축적할 수는 없다고.
그걸 다 가지려고 하니까 내가 힘든 거라고.
내가 원하는 건 사실 명확하다.
사람들을 돕고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은데,
동시에 집에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니까 나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긴 한데,
그렇다고 나까지 빠듯하게 살고 싶진 않은 거다.
근데 이게 위선적인 건가?
내가 잘 하는 것을 통해서 사람들을 도우면서도
나와 우리 가족이 등따시게 살기를 원하는 게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일 수록
더 안정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사람을 돕는 일은 항상 열정페이여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작되었다.
그런데, 나도 사실 알고 있다.
내가 사명감 하나만 따라가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
나는 진즉에 송무판이 아니라
공익단체에 취직을 했을 것이고,
반대로 내가 돈 하나만 추구했다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대형펌에 가려고 기를 썼을 것이다.
근데 나는 그 두 방향 모두 100이 아니다.
50 대 50이다.
나에게는 사명감-나는 이걸 "쪼"라고 부른다-
그리고 적당한 경제력이 모두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쌓아가는 삶을
살고 싶고 그를 통해서 경제적으로도
남에게 빚지고 쪼들리면서 살지 않고 싶다.
내가 이 둘 중에서
어떤 것 하나를 포기할 수 있을 거란 말인가?
꼭 그래야 하나?
그렇게 되면 내 마음이 편해지나?
내가 최근에 내 가장 친한
오랜 동창의 자취방에 놀러가서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는 삶이란
얼마나 단단하고 아름다운 것인가-하는 것이다.
내 친구는 출판사에서 일한다.
내 친구는 음악과 글을 좋아한다.
그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자기 주변을 계속해서 채우고 있다.
그 친구에게 당장의 월급이 얼마 오르고
당장의 생활비가 얼마 부족하고 하는 것은
그렇게 큰 고민거리가 아니다.
서울 집값이 얼마나 오르고 있고,
언제 집을 살 수 있을지 하는 것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근데 나는?
1. 나는 내 일의 본질이 부끄럽지 않은 것이어야 하고,
(적어도 거짓말하는 성범죄자 변호나
애초에 안 될 사건은 아니어야 하고)
2. 그래도 서울에 나와 가족이 살 집은 있어야 하고,
(그 집이 너무 외곽이거나 너무 좁지는 않았음 좋겠고)
3. 전시, 여행, 요가를 좋아하는 내 일상에
하고 싶은 것을 돈 때문에 못하는 불행은 없어야 한다.
이 3가지를 다 가지려니 당연히 힘든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뭐를 버린단 말인가.
인생 선배님들 날카로운 조언 좀 해주세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