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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이라는 우스운 자아

by 변호사 G씨

언제부터 그리 돈과 경제에 밝았다고

우연히 한 투자에 적지 않은 수익을 얻은 걸로

금세 일확천금을 얻어

집도 사고 일도 관두고

어디 부잣집 인형이나 강아지같은

삶을 편히 살게 될 거라는

근원도 모를 상상에 빠졌고

이윽고 나라는 자아는

교만과 오만이라는 자아에게

잡아 먹혀버렸다.


아직 내게 다가오지도 않은

일확천금의 미래는 어느덧

나를 세상 이치에 밝은 현자로,

세상 사람들은 성실하지만 좀 부족한

사람들로 치부하고는 전혀 근거없는

우월감 같은 것도 조금은 느낀 것 같다.

맙소사, 지금 내가 너무도 우습다.

부끄럽다.


지금 이 글은 내가 잘 벌다가

돈을 잃고나서 깨닫고 쓰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돈이 벌려도, 벌리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나를 보고 깨달은 것이다.

의미도 없이 몇배 벌었다고

자랑하는 익명의 사람들과

자신이 맞다며 저렴한 언어로

사람들을 유인하고 자랑스레

수익을 자신의 트로피처럼 들춰내는

이 시대가 만든 기괴한 위인들을 보다

정신이 번뜩 들어 쓰는 글이다.


나를 웃게 하는 건 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돈으로 가질 수 있을

우리 가족의 따뜻한 보금자리,

아이와 남편을 잘 챙겨줄 수 있는

나의 여유시간과 자금,

가족들과 못 다한 여행을

실컷 하며 회포를 풀 기회,

고생한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릴 기회,

세계여행이라는 아빠의 꿈을 이뤄줄 기회,

마침내 돈 걱정 없이 누렸음 좋겠는

엄마와 이모들 마음의 여유.

멀리 떨어져버린 가족들을

언제든 보러갈 시간과 비용,

돕고 싶은 만큼 도울 수 있는

내 품의 크기.


내가 가지고 싶었던 건

사실 돈이 100억, 600억이 있어도

여전히 부족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지금이라도

조금 다른 방법일지라도,

일부라도 다가갈 수 있는 것인 것 같다.


마침내 내게 600억이 생겨,

타워팰리스에 살며

일을 안 하고

매일 나 자신 혹은 집을

꾸미는 일에 거의 모든 시간을 쓰고

새로 나온 옷과 가방은

한 두개 정도 쉽게 사고

어딜 가도 기 죽지 않는 차를 끌고

내 가족들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여행을 보내줄 수 있게 되더라도

내가 바라는 위의 것들이

곧바로 다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건 600억에 달린 게 아니니까.


"따뜻한" 보금자리의 방점은

"따뜻한"에 있는 거니까.


오늘은 할머니께 굿나잇 인사를 들고

엄마를 다정히 맞이하고

기도를 하며 잠을 청해야지.

성령님, 오늘도 제 영혼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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