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맘대로 May 06. 2024

마음의 병

우울증, 불안, 무기력과 공허함, 그 외 여러가지 마음의 병은, 물론 현대 의학의 관점에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자주 찾아오는 감기나 위장병, 혹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만성질환의 일종으로 보는 관점이죠. 그러나 또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는 해석이죠.


자기가 해야 할 일이란, 자신이 타고난 성향에 맞는 일을 한다는 의미도 되고, 먼 조상부터 유전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나라는 존재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존재하는 이유는 나를 구성하는 유전자들이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선택받았기 때문인데, 그 선택받은 이유 자체가 그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의무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 때문일 수 있죠. 


연쇄 살인마의 유전자가 현재까지 내려오는 이유는, 한 사람을 연쇄 살인마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유전자들이 현재 생존해 있는 인류에 꽤 도움이 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과거 고대나 중세시대 전쟁 중에 누구보다 더 앞서 나가 적을 무찌르는 사람, 사냥을 하는데 있어 누구보다 용감하게 맹수에 돌격하는 사람이 바로 연쇄살인 유전자의 조상들일 수 있죠. 어떻게 보면 그 연쇄살인 유전자를 갖고 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은 셈입니다. 살육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는 마음의 병에 걸리게 되고, 엉뚱한 사람들을 죽이게 되는 것이죠. 현대에 태어난 연쇄살인마들은, 어쩌면 국제 용병단 같은 곳에 지원해 세계 각지의 내전에 투입되는 것이 가장 자기 답게, 그리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기 충족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조직으로 일해야 하는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고, 그 돈을 모아 결혼과 출산을 하고 집도 사고 가족들을 케어하며 중노년을 지내는 것을 삶의 목표로 가져야 한다고 은연중에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목표는 엄밀히는 사회가 사회 유지를 위해 모든 개개인들에게 부여한 목표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다수는 유전적으로도 그런 목표 과제를 수행할 때 삶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도록 태어났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 덕분에 이 세계가 유지되고 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의 병을 얻게 된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이 전혀 다른 삶의 목표와 해야 할 일의 세트를 갖고 태어난 극소수의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는 평범하게 직장생활 하고 돈 벌고 사는 것보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세계의 오지를 탐험해야만 삶의 기쁨을 느끼도록 타고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돈도 잘 못벌고, 평범한 가정 생활도 하기 힘들겠죠. 하지만 그런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돈 안되는 예술이나 순수 학문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은 현실과 타협을 하든, 아니면 리스크를 걸든 어떻게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을 찾아야만 마음의 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일 수 있겠죠. 마음의 병을 유지한 채 정신과 약을 먹으며 근근히 보통의 삶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는 거겠죠. 


그러나 진심으로 마음의 병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의 목표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상들이 전해준, 자신을 구성하는 유전자가 시키는 내 삶의 비밀 암호를 푸는 것은 자기 자신 밖에 없겠죠. 과거와 삶의 형태와 사회 구조가 달라진 현대에는 그 암호를 푸는 것이 몇 배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의 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렬하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긴 노력이 필요해도 그것을 찾아 나서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역시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겠죠. 

작가의 이전글 목적의식의 중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