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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Aug 23. 2024

시대변화

불변의 상식은 없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남자 / 여자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각각 따로 있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었다. 이를테면 공학자, 제조업 생산직, 의사, 법조인은 남자들에게 더 어울리고 약사, 간호사, 교사, 디자이너는 여자들에게 더 어울린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런 말을 꺼내면 몰상식하고 시대 착오적인 사람이라는 핀잔을 받기 쉽다. 


개인의 자유는 늘어날수록 좋은가? 민주주의가 독재체제보다 우월한가? 이것 역시 최근 들어 조금씩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개인에게는 당연히 자유가 늘어날수록 좋겠지만, 국가의 장기적인 생존이라는 문제로 가면 답은 조금씩 엇갈릴 수 있다. 전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은 일단 독재정치 체제고, 1인당 GDP 세계 2위 싱가폴 역시 독재 국가다. 현재 민주주의를 채택한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독재 성향이 강한 이슬람 아랍 국가들과 남미 국가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위기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목적으로 여겨지곤 했다. 20대 중반만 넘어가도 결혼할만큼 좋은 사람 만나기 어려우니 그 전에 빨리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는 이야기, 30대가 되면 결혼 시장에서 완전히 퇴물 취급 받는다는 이야기, 여성의 경우 35세가 넘어가면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그 지점을 넘어서면 혼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등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나뒹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30대가 되어도 아무도 결혼 출산 생각을 하지 않고, 40대를 목전에 둔 사람들 중 1/3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 40대 가까이 혹은 그 이후에 결혼한 사람도 의료의 힘으로 출산을 하고 있고, 아무도 결혼이든 출산이든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사람들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이미 절대 다수의 머리 속에 자리를 잡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도 TV의 개그 프로나 쇼프로, 토크쇼에서는 상대방 남녀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 외모를 소재로 한 저질 농담이 아무렇게나 흘러나오곤 했다. 심지어 자신의 외모 비하를 소재로 인기를 얻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함부로 남의 외모를 비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외모 비하를 당한 사람은 몇 가지 상황적 조건이 충족되면 상대방을 민사, 형사로 고소할 수도 있게 되었다. 


아무리 기계가 발전하고 AI 가 발전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인간의 창의성과 고도의 지적 능력이라는 말을 대학때 많이 들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창의력을 키우고 끊임없이 지식을 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든 쓰임새가 있을 거라고. 그런데 지금의 AI 는, 바로 그 창의성과 고도의 지적 능력 부분부터 접수해 나가고 있다. 오히려 이제 인간은 다수가 놀면서 기본 소득으로 취미 생활이나 해야 한다든가, 머리를 쓰지 않고 몸을 쓰는 일, 감정 노동을 주된 직업으로 삼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90년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은 넘볼수 없는 선진국이었다. 전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깜도 안되는 국가'가 감히 초격차 선진국인 일본을 무시하는 태도는 지양하고 일본을 공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의 1인당 GDP 수준은 이미 일본을 넘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일본은 더이상 우러러볼 곳이 아니라 그냥 낮은 엔저 덕분에 저렴하게 즐길 거리가 많은 여행지 정도의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인류를 몇 번이고 멸망시킬 만큼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이제 더이상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그런 생각을 무참히 깨버렸다. 그 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이 언젠가 전쟁을 할 지 모른다는 생각, 한반도 역시 언제든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들이 슬슬 나온다. 언제까지나 미국이 우리를 방어해줄 수는 없기에, 우리 역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시대다. 


최근 뇌과학과 노화, 건강에 대한 연구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계속해서 깨고 있다. 노화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생활 방식이 존재한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고, 25세 이후로 쇠퇴할 일만 남은 인간의 뇌가, 90세 이후에도 뇌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구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몸과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이 들어서도 계속해서 뇌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지난 오랜 세월동안 노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각한 편견이 깨졌는데, 그건 바로 '노인이 되면 편하게 살아야 한다' 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노인이 되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젊었을 때보다 더 불편하게 사는 것이 좋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운동하고, 입에 좋은 것은 줄이고, 덜 먹고... 특히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운동하는 것이 뇌를 젊고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특효라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60세 이후엔 반드시 은퇴해서 편하게 노후를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는 그 연령이 65세로 늦춰졌다. 한편에선 은퇴를 생각하지 말고 평생 공부하고 새로 뭔가를 배우고 새로운 일을 계속 하는 것이 정신 건강과 행복을 챙기는데 좋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아예 < 노인처럼 > 살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무엇이 옳으냐 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없다. 각자의 선택일 뿐. 


그런데 위에 적은 모든 현재 상황들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10년, 20년 후가 아니라 1년, 2년 후에라도.. 우리는 이미 절대적인 상식이 존재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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