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카드
이건 누가 보냈을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정성껏 그려 보낸 사람.
저 사인만으로는 누가 보냈는지 알 길이 없다.
봉투가 없는 걸 보니 아마 직접 손에 전해 준 것일지도....
그 시절 우리는 대부분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지 않고
직접 그려서 보냈었다.
“ 평생 크리스마스에는 카드를 직접 그려서 보낼 거야” 나는 그런 다짐도 했었다^^
크리스마스 카드 하면 H가 기억난다.
고3 대입이 끝난 겨울이었다.
내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친구 H에게 주었을 때 그녀가 말했다.
“ 나는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한 번도 편지를 쓰거나 카드를 보낸 적이 없어”
“ 정말? 그게 가능해?”
생각해 보니 H에게서 나는 쪽지 편지도 카드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 어떻게 친구에게 편지도 안 쓰고 카드도 안 보내고 살아갈 수가 있지?'
편지 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그 친구와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친구와 여럿이 아직도 지금까지 모임을 잘 이어가고 있다.
그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그래서 무탈하게 더 오래 만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에야 나는 H 그녀가 현명했다는 생각을 한다.
뭐든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젊어서 보내고 또 받은 많은 편지들... 지금 보니 다 부질없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사랑을 고백했지만 마음을 얻었는가. 사랑을 지켰는가.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찝찝하고 그렇다고 갖고 있을 수도 없는,
곰팡이 핀 짐들이 되어 있을 뿐이다.
편지의 주인들이 유명인이 되었다면 이들의 가치는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내가 빛나지 않으면 추억들도 초라할 뿐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동안 남긴 것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아무도 감동하지 않는 이 편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