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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Dec 27. 2022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언어 (3)

언어처리는 어떻게 연구될 수 있을까

심리언어학에서 쓰이는 연구방법론

심리언어학은 인간이 어떻게 언어를 이해하고 발화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입니다그러나 언어처리는 워낙 다양한 층위가 있고 복잡한데다가주어진 자극에 대한 분석과 맥락(context)이나 세계에 대한 지식(world knowledge)등을 바탕으로  화자의 예측(expectation) 결합하는 과정입니다게다가 자동적으로 빠른 시간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히  기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분야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시간 언어처리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려는 실험 방법론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만큼이번 글에서는 심리언어학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는 과제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1. 수용성 판단 과제 (Acceptability Judgment Task)

먼저 수용성 판단 과제가 있습니다. Grammaticality Judgment Task라고도 불리는데요미세한 의미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틀에서 보면 “화자의 직관으로 판단하였을   문장이 문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지는가?” 라는 질문으로 요약해볼  있습니다이때 피실험자에게 다양한 문장을 보여주면서 문장이 문법적으로 괜찮다고 여겨지는지 /아니오 질문으로 물어보기도 하고얼마나 타당한지 리커트 척도 등을 사용하여 정도를 매기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수용성 판단 과제는 기본적으로 원어민 화자들이 모국어에 대해서 공통되고 비슷한 지식과 직관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모국어 화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지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합니다따라서 2언어 화자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에서는 자주 이용되지 않는 방법론입니다.


[그림1] 수용성 판단 과제

수용성 판단 과제에서 중요한 점은 문장의 의미가 아닌 문법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가령 “나는 빨간색 양을 좋아한다라는 문장은 의미적으론 어색하거나 이상하다고 느껴질  있지만문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문장이 됩니다따라서 주로 언어에서 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문법적 제약(grammatical constraints) 알아내기 위해서 사용되는 과제입니다다만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화자들이 의미적/맥락적 타당성을 과연 얼마나 통사적인 타당성에서 얼마나 분리해내고 배제할  있는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수용성 판단 과제에 대한 다양한 한계점도 아직 존재합니다가장 많이 제기되는 우려  하나는 참가자들의 직관의 편차가 생각보다 크고따라서 같은 현상에 대한 판단이  연구에서 상반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참가자들의 판단이 과연 얼마나 신뢰성을 지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을  있습니다또한주어진 결과의 원인은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참가자  차이나  참가자가 다양한 구문에서 보이는 차이는 전체를 평균내는 과정을 통해서 사라지게 되며타당도에 대한 판단이 문법적인 제약에 의한 것인지통사구조 처리 과정과 관련된 것인지도 알기가 어렵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실험 방법과 결과 분석이 비교적 간단하고 용이하기 때문에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대량의 데이터를 얻을  있으며하나의 언어 현상에 대해서 모국어 화자들의 갖고 있는 직관을 확인해볼  있는 가장 편리한 방법  하나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자기 조절 읽기 과제 (Self-paced reading)

자기 조절 읽기 과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문장이나 문단을 단어나 (phrase) 같은 짧은 단위로 제시하고 읽으면 버튼을 눌러서 다음 단어나 구로 넘어갈  있도록 하는 과제입니다다음 단어나 구로 넘어갈 때까지의 반응 시간(Response Time) 모두 기록되며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구간을 처리하는  어려움이 있거나 인지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판단할  있습니다따라서 주로 중의성이 존재하거나 처리 난이도가 높다고 여겨지는 문장의 처리 과정을 알아보기 위하여 이용됩니다시선 추적(eye-tracking) 비슷하게 언어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관찰할  있는 방법이지만장비가 필요없어 훨씬 간편하게 실현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림2] 자기 조절 읽기 과제

단어가 제시되는 방식에도 여러 종류가 존재합니다단어가 차례로 제시되어 문장이 완성될때까지 전에 제시된 단어들이 남아 있는 cumulative 방식과 다음 단어가 제시될  전에 등장한 단어는 사라지는 non-cumulative 방식이 있습니다또한 단어는  화면 중앙에 제시될 수도 있고 (centered), 우리가 실제 글을 읽는 방식과 유사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제시될 수도 있습니다. Cumulative 방식을 사용  참가자들이 전에 등장한 단어들을 미리 읽지 않고 하나의 구나 문장이 완성되면  번에 읽으려하는 경향이 있고화면 중앙에 단어가 제시되면 우리가 실제 글을 읽는 방식과 유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자기 조절 읽기 연구는 non-cumulative하고 선형적으로 단어들이 움직이며 제시되는 창문-이동형 (moving window)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기 조절 읽기 과제가 사용되었던 현상  하나는 정원길 문장(Garden path sentence) 대한 처리입니다정원길 문장은 문장 처리  일시적인 중의성이 발생하는 문장으로읽다가 자신이 문장을 해석했던 방식이 잘못됨을 알아차리고 다시 되돌아가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주로  사이의 쉼표가 생략되거나관계절에서 관계대명사가 생략된 문장이 여기 해당됩니다예를 들어, “The girl told the story cried” 라는 문장이 주어지면처음에는 told 문장의 명사라고 생각하지만문장의 동사인 cried 등장하면 told who 생략된 관계절의 동사였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게 되는 것입니다이러한 문장을 자기 조절 읽기 과제를 통해 읽도록 지시하면기존 해석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에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확인할  있습니다.




3. 점화 (Priming)

점화는 심리언어학뿐만 아니라, 인지심리학 전반에서 쓰이는 방법론입니다. 그러나 심리언어학 연구에서 점화는 언어의 다양한 층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의미 점화 (Semantic Priming)와 통사 점화(Structural Priming)를 예시로 들 수 있는데, 여러 언어 층위에서 점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언어 발화, 이해, 습득 등의 과정에서 통사 구조, 단어의 의미, 음운 정보 등에 대한 처리가 독립적으로 서로 다른 단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의미 점화는 우리의 마음 속 사전(mental lexicon)에 단어들이 어떤 체계를 갖추고 저장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자주 사용됩니다. 의미적으로 연관된 단어가 점화 자극으로 사용되면, 관련 없는 단어가 제시되었을 때보다 target 단어를 인출하기 쉬워진다는 것은 의미가 관련된 단어들 간에 연결성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점화 단어를 보여주고 나서, 그림을 보여주고 그 그림의 이름을 말하게 하는 그림 명명 과제 (Picture naming task)나 단어의 카테고리를 골라야 하는 과제 등에서 점화가 자주 사용되는 편입니다.

통사 점화를 이용한 실험은 그동안 주로 수동-능동 구문이나, 영어의 이중 목적어 구문 등 하나의 의미가 두 가지 이상의 형태로 표현 가능한 문장 형태에 대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언어 이해 과제에서는 문장을 들려주거나 보여준 후, 의미에 부합하는 그림을 선택하게 하거나, 점화 문장 제시 후 target을 제시했을 때 앞서 말씀드린 수용성 판단 과제에서 사람들의 점수가 높아지는지 등의 방식으로 실험이 가능합니다. 언어 발화에 대한 실험은 그림을 보여주면서 점화 문장을 들려주거나 보여주고, target 그림을 보여주며 그림을 설명해보도록 하는 그림설명과제 (Picture description task) 등을 통해 많이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점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두 구문이 같은 방식으로 저장되거나 처리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언어나 문장 구조에서의 점화 유무를 확인함으로써 문장 구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점화를 이용한 심리언어학 실험은 아동부터 성인까지 모두 가능하며, 제2언어 화자들의 단어나 문장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위해서도 자주 쓰입니다. 또한 시선 추적이나 visual world paradigm, EEG나 fMRI 등 뇌영상기술을 이용한 실험 등 다양한 과제나 패러다임에 결합하여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



<참고문헌>

Batel, E. (2020). Context effect on L2 word recognition: Visual versus auditory modalities. Journal of Psycholinguistic Research, 49(2), 223-245.

De Groot, A. M., & Hagoort, P. (Eds.). (2017). Research methods in psycholinguistics and the neurobiology of language: A practical guide. John Wiley & Sons.

Jegerski, J. (2014). Self-paced reading. In J. Jegerski & B. VanPatten (Eds.), Research methods in second language psycholinguistics (pp. 20-49). New York: Routledge.

White, A. & Rawlins, K., (2020). Frequency, acceptability, and selection: A case study of clause-embedding. Glossa: a journal of general linguistics, 5(1), 105. doi: https://doi.org/10.5334/gjgl.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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