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만든 저녁 한끼를 위하여
두 달 전 즈음부터 요리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하루에 한 끼를 먹는데 그 한 끼를 남편과 함께 먹으므로 하루 한 끼 같이하는 그 시간에 조금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 매일 먹는 한 끼가 일주일, 한 달, 일 년 단위로 쌓이게 되면 꽤 많은 음식을 해야 하는 셈인데 그에 비해 내가 알고 있는 음식 조리법 가지 수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국을 한번 끓여서 이틀 동안 먹기도 하지만, 같은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갈 나만의 곁 가지 방법들을 상상하니 시도할 법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서 마트에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미리 계획을 짜서 장을 보게 되었고, 내가 요리할 메뉴에 맞추어 장을 보다 보니 확실히 다양하게 식 자재를 구입하게 되었다. 내 안에서 변화하는 지점들이 느껴졌고 더불어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나를 보았는지 남편도 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품이 확실히 많이 든다.
감정. 지식. 기술. 정성.
그렇지만 생각보다 요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하루 일과 중 마음 측면에서 품이 많이 들어가는 노동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게 된 것은 다른 사람을 '먹이겠다'는 생각이었다. 먹이는 것은 삶과도 연결되고 가지고 있는 생명이 누릴 수 있는 풍요로움을 넓히는 방법이 되기도 했다. 시도를 하기로 마음 먹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당장 시도하지 않으면 그 날 저녁상은 예전에 늘 먹었던 연료처럼 주입해야 할 저녁 한 끼가 차려진다는 사실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먹어야 사는 존재... 그래, 하루에 한 끼라면 생각보다 못 견딜 만큼 힘든 일은 아닐 거야. 어쨌든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면 고통스럽게 하는 것보다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과 마음이 있을 거야.
같은 애호박 하나가 있으면 물에 넣어서 끓이기도 하고 튀김옷을 입혀서 기름에 넣기도 하고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서 볶을 수도 있었다. 내가 의지만 잃지 않는다면 지치지 않는다면 꽤 만족스러운 메뉴들을 시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지평이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요리법과 음식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그랜드캐니언을 바라보고 있는 듯 눈에 다 담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요리들이 있었다.
따라가기에도 벅찰 만큼 넓은 요리의 세계. 뿐만 아니라, 요리는 내가 먹는 것도 있지만 남을 위한 마음도 꼭 필요했다. 내게 더 그랬다. 나는 음식을 먹는 것에 별 흥미가 없지만 하루에 한 끼를 꼭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같이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시드는 것은 나 혼자서도 감당이 가능한 일이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시드는 것은 내가 움츠러드는 것과 동시에 함께 시들어가는 누군가를 바라봐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비극 중에 작은 몸집을 한 녀석. 하지만 내가 움직이면, 한번에 둘이 행복해지는 쉬운 기적이 일어난다. 기적은 언제나 일상에 있다. 내가 작은 기적들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항상 매는 작은 가방을 어깨에 두른 채 지갑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생 처음 요리에 대하여 '사랑'이라는 관념을 갖게 된 이후 첫 번째 장을 보러 나갈 준비를 했다.
그 날의 도전 메뉴는 간장돼지찜이었다.
반찬으로는 '날 보러와요'하며 내게 손을 뻗고 있을 것만 같은 제철 나물무침을 생각했다.
사실 메뉴와 상관없이 요리종류와는 상관없이 순수하게 정성을 쏟아붓겠다는 생각에 마트로 가는 걸음까지도 결연했다. 식자재를 포로로 잡아오겠다는 포부로 집을 나간 이 여장군의 결연함 언저리에는 사실, 사랑이 새순처럼 자라나고 있었지만, 장군말고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