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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기 Dec 14. 2020

예쁘게 말하기.

20201214

유부남들이 총각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결혼하지 마", "결혼하면 네 인생은 사라져", "더 즐기다가 천천히 결혼해".

육아를 하는 아빠, 엄마들도 꼭 하는 말이 있다.

"아이를 나으면 너무 좋은데 너무 힘들어.", "신혼생활 즐길 만큼 즐기고 생각해 봐.". "아이가 나오면 네 인생은 사라져"

이 말은 정말 맞는 걸까?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이 있다. 나보다 조금 더 빨리 결혼, 출산을 경험했던 친구이다.

그 친구는 내가 결혼을 하기 전, "이제 네 인생도 끝이네, 열심히 놀아라", "아직 안 늦었어, 더 고민해봐."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난 이 이야기가 너무 듣기 싫었다. 결혼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했었기에 나는 결혼식 자체가 너무 기대되고 행복했었다. 그런데 나한테 저런 이야기를 굳이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그 이후, 짝꿍이 임신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도, "축하해, 그런데 이제 진짜 네 인생은 끝이야."라는 이야기를, 출산소식을 들은 이후에는 친구들에게 "OO는 이제 못 만나 ㅋㅋ"라고 이야기하였다. 얼마 전에는 "백일의 기적이 곧 찾아오겠네, 그런데 백일의 기적도 뭐 대단한 건 없어."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굳이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로스쿨을 다녔던 동기 형이 있다. 형은 결혼과 출산을 나이에 비해 천천히 하셨다.

형은 내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드리려고 만났을 때에, "결혼 쉽지 않은 일이야. 어렵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함께이기에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은 것이다. 축하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출산소식을 들은 형은 카톡으로 "지금부터 매 순간 기쁨의 연속이지. 신생아 때 잠 못 자서 힘든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느무 짧아 아쉽더이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셨다.



결혼하고 6달 정도는 많이 싸워서 고민이 많았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잠을 잘 자지 못한 상태로 일을 하러 나오고, 퇴근해서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함께 보는 것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하지만 초반에 많이 싸우면서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조금은 더 안정적인 결혼생활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너무 힘들지만 그로 인한 기쁨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 정말로 이미 85일이나 커버린 아이의 신생아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내 고등학교 친구와 로스쿨 동기 형은 같은 경험을 하였지만 그에 대해 다르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힘이 들 때에 로스쿨 동기 형이 해주었던 조언을 떠올리면서 힘을 냈던 것 같다.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 줄 때에 내 고등학교 친구처럼 이야기한 적도 많다. 로스쿨 나와서 변호사를 하고 있으면서 변호사가 되고 싶어서 로스쿨을 간다는 아이에게 "로스쿨 가지 마, 뭐 없어." 이런 말이나 했었고, 나보다 늦게 결혼하는 친구에게는 "아직 안 늦었어, 더 생각해봐."라는 이딴 말이나 배설했었다.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 줄 상황이 온다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그 힘은 큰 것 같다. 꼭 그렇게 살아야겠다.


그 실천으로 오늘 지난주 토요일 결혼식 때 (코로나로 인하여) 축의금만 보낸 동생에게 온 카톡에 이렇게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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