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를 위한 TIP
오늘은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가 왜 발생하는지부터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민법 제565조 해약금 규정
민법 제565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65조(해약금)
①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많이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조금 쉽게 설명해드리자면,
매수인과 매도인이 매매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한 이후에는 매수인이 중도금 또는 (중도금 약정이 없는 경우)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하는 조항입니다.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습니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참조).
그렇다면 매도인이 받은 계약금의 2배를 돌려주고라도 계약을 해제하고 싶은 경우는 언제일까요? 계약 이후, 해당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을 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매수인은 어떻게든 계약이 해제되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이 때, 매수인이 사용하는 것이 중도금 기일 전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 입니다.
2.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의 유효성
이러한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는 유효한 것일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계약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의 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그와 같은 경우에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판결).
즉, 중도금 또는 (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의 지급기일 이전에라도 '중도금 또는 잔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경우에는 매수인의 이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매도인은 이러한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위에 소개해드린 대법원 판례에 그 방법이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되는데요, 그 특별한 사정은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두는 것입니다.
다만, 주택이 아닌 '건물'을 매매하는 경우에는, '용도변경', '대출' 등을 이유로 종종 '중도금 및 잔금을 당길 수 있는 조항'을 집어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도인 분들은 이러한 경우를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3.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가 인정되지 않은 최근 판례
하지만 2024. 1. 대법원 판례 중에 이러한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가 인정되지 않은 판례가 있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또는 잔금 지급기일은 일반적으로 계약금에 의한 해제권의 유보기간의 의미를 가진다고 이해되고 있으므로, 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의 이행기가 매도인을 위해서도 기한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채무자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채무 내용, 이행기가 정하여진 목적, 이행기까지 기간의 장단 및 그에 관한 부수적인 약정의 존재와 내용, 채무 이행행위를 비롯하여 당사자들이 계약 이행과정에서 보인 행위의 태양, 이행기 전 이행행위가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에 해당하기보다 상대방의 해제권의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착수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56624 판결).
대법원은 이러한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가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에 해당하기보다 상대방의 해제권의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을 하였습니다.
하급심(서울고등법원 2022나2005213)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수인은 계약일인 2020. 11. 3.로부터 불과 6일 후인 2020. 11. 9. 매도인에게 20,000,000원을 송금하였는데, 이를 전후하여 매도인 또는 매도인측 대리인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금 등 지급의무를 이행한다는 취지를 전혀 고지한 바 없고, 위 송금 당시 거래 명목란에도 ‘축 생신’이라고만 입력하였습니다.
2) 매수인이 2020. 11. 9. 매도인에게 송금한 20,000,000원은 매수인이 지급해야 하는 잔금 대비 약 5.2%에 불과하였습니다.
3) 매수인이 2020. 11. 3. 계약 당시 매도인에게 지급한 이 사건 계약금 20,000,000원은 총 매매대금 대비 5.0%에 불과하여 시세 상승 정도에 따라서는 매도인인 피고가 보다 수월하게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가능성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상호협의 하에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약정 조항은 문언상으로도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잔금일을 앞당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잔금의 5.2% 정도를 밀어넣기 한 매수인의 행위가 매도인의 해제권의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한다고 판단하여 '중도금, 잔금 밀어넣기'가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4. 실제 거래시 TIP
건물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1) 매도인은 '중도금 또는 (중도금 없는 경우) 잔금' 지급 기일 이전까지 중도금 또는 잔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특약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만약, 매수인이 '사용승인', '용도변경', '대출' 등을 이유로 중도금 또는 잔금의 기일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을 넣자고 한다면 적어도 '상호협의 하에 중도금 또는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 정도로 작성을 하여야 합니다.
2) 매수인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중도금 또는 잔금 지급 기일 이전까지 중도금 또는 잔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특약을 넣지 말아야 하고, '중도금 또는 잔금'을 밀어넣기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총 매매대금의 15-20% 정도의 금액을 밀어넣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