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상징인 미술이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약 700년 전 영국의 유명한 초상화 작가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 1497~1543)이 그린 <대사들(The Ambassadors)>이란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영국 대사로 파견되었던 29세의 젊은 외교관 쟝 드 댕트빌(Jean de Dinteville)과 그의 친구이자 프랑스 라보르(Lavaur)의 주교였던 25살의 조르쥬 드 셀브(Georges de Selve)의 모습을 그린 이 초상화로 당대 파워와 재력을 가진 두 프랑스 젊은 귀족들의 플렉스 즉 부유함을 자랑하는 그림이다. 실크와 비싼 모피로 장식된 고급 옷을 입고 화려한 목걸이와 장신구를 갖춘 미래가 촉망받는 두 젊은이는 당대의 새로운 과학 기술의 발전을 상징하는 해시계, 지구본 등과 같은 최신 유행하는 고가의 물건들로 장식된 공간에서 한껏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질감의 짙은 초록색 커튼이 있고 금색의 화려한 패턴으로 장식된 대리석 바닥으로 된 럭셔리한 공간에서 두 젊은이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혹은 틱톡에서 자신들이 가진 비싼 명품과 아이템을 자랑하는 것처럼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다 갖춘 자신들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초고가의 최신 유행 아이템이자 과학의 발전을 상징하는 천구의, 나침판, 수학책, 류트(기타와 비슷한 악기) 등을 늘어놓고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많이 하고 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가의 미술품이나 명품들을 자랑하는 플렉스(Flex)의 800년 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그림은 주로 왕족이나 돈 많은 귀족 혹은 부르주아와 같은 상류층들이 자신들이 가진 부와 파워를 자랑하기 위해 화가들을 고용해서 자신의 모습이나 영토 등을 그림으로 남겨서 자랑하는 것이 상류층의 문화였다. 19세기 초에 사진기가 나오면서 비싼 화가를 고용하지 않고도 경제적으로 조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자랑할 수 있는 문화적 혁명 일어났다. 즉 지식인, 의사, 상인 등 귀족이 아닌 좀 더 많은 평범한 대중들이 화가의 수공예적 노동력이 들어간 그림보다 사진기라는 기계로 대량 생산된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 폰이 전 세계에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급되고 틱톡, 트위터 같은 인터넷 가상세계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만나서 소통하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플렉스 문화가 일상이 된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 살게 되었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 그리고 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그림, 슈퍼카, 비싼 목걸이나 시계, 스니커즈 등을 온갖 미디어를 통해서 자랑하며 자신들이 가진 부와 파워를 과시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이 먹는 음식이나 친구들과 함께 추는 춤 등과 같은 사소하고 다양한 장르를 자랑하는 문화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집에 갇혀 있게 되고 여행, 학교, 직장, 쇼핑 그리고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공간이 주로 인터넷 가상세계가 되면서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면서 자신을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소통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과거 자신의 멋진 초상화나 고흐와 같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집에 걸어놓고 친구들을 불러 자랑하던 플렉스가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락다운 되면서 자신의 개인 SNS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전 세계가 하나 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개인 SNS를 통하여 누구든지 세상과 혹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 바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가 부의 과시 즉 플렉스의 수단이 되었다.
유명한 미국 농구 선수 스테판 커리에 이어서 레퍼 스눕독(Snoop Dogg)도 자신의 이미지와 비슷한 크림토펑크(Cryptopunks)의 NFT 파일을 59억(약500만불)에 구매한 뒤 자신의 트위터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약 200억이 넘는 NFT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 코스모 드 메디치(Cozmo de Medici)가 자신이었다는 것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리면서 화제가 되었다.
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당대 유명한 문인들과 화가를 지원해서 르네상스 시대의 문을 열었던 중세시대 메디치 가문(Medici family)처럼 21세기 가상세계에 메디치가 되고 싶어 하는 스눕독의 야심이 코스모 드 메디치라는 가명에서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조차도 언론 매체를 통해서 알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직접 알리고 그것을 오히려 언론 매체들이 받아서 기사로 쓰는 것이 인풀루언서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라이브 티브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자신들이 산 유행하는 새로운 아이템이나 비싼 명품 등을 실시간으로 바로 자랑하며 홍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게다가 나를 팔로잉하는 사람들이 많은 인풀루언서라면 비싼 광고나 홍보업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나를 팔로잉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상품이나 생각을 바로 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성인이 되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도 끝났다. 어린아이들도 본인들이 원하면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플랫폼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아이템을 만들어서 판매하며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 게임이 어렵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면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자신의 그림을 개인 SNS에 올려서 알리면서 이미지를 팔아서 돈을 벌 수도 있다. 누구든지 나이, 지역, 인종, 언어, 학력 등 모든 것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정보를 찾고 디지털 자료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경제 활동을 하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 플렉스의 시대는 이제 시작되었다. 앞으로 메타버스 세계가 확장되고 전 세계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하나의 세계에서 만나게 되면 더 다양하고 많은 디지털 플렉스 이미지들이 생산되고 거래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