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태고지 그림으로 보는 성모 마리아
눈부시게 밝은 빛이 작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빛이 천사처럼 빛나며 마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마리아는 매우 놀랐다. 눈부시게 밝은 빛이 마리아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그대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
놀람과 두려움에 두 손을 꼭 쥐고 기도하던 마리아가 눈을 뜨고 살며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기에게 말을 하는 빛을 쳐다보았다.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라면 나는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서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알려주고 마리아가 믿음으로 그것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누가복음 1장에 26절~38절에 나오는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장면을 고르고 싶다.
약혼자가 있는 결혼을 앞둔 십 대 소녀의 집에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서 처녀의 몸으로 하나님의 아들을 임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갑자기 자기한테 나타나서 말을 거는 천사를 보고 놀람과 두려움에 빠져서 정신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간신히 기도의 힘으로 정신을 잃지 않고 잘 버텼다고 해도 이미 약혼자가 있는 마리아에게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을 처녀의 몸으로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을 천사가 한다면 의심과 두려움에 빠져 도망가고 싶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앞둔 어린 처녀가 남편이 아닌 지극히 거룩한 하나님의 아들을 성령님의 힘으로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까? 약혼자 요셉에게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비천한 인간의 몸으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을 갖게 될 것이라니 그 순간 엄청 혼란스러운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당혹스러움 그리고 두려움의 감정들이 몰려왔을 수도 있다.
누가복음 1장 1절부터 25절에 의하면 마리아의 먼 친척이자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켜 의로운 사람이었던 사가랴가 제사장으로 성전에 들어갔다가 천사 가브리엘을 만난다. 그리고 나이가 많아 아이를 갖지 못했던 부인 엘리사벳이 선지자 요한을 낳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지만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대답을 해서 갑자기 벙어리가 되는 일을 겪는다.
“보아라, 그때가 되면 다 이루어질 내 말을 네가 믿지 않았으므로, 이 일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서 말을 못 하게 될 것이다.”
누가복음서 1:20
십 대 소녀 마리아보다 누가보아도 나이도 경륜도 많고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섬기며 믿음이 커보이던 사가랴도 천사를 보고 두려워하며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의심에 빠져 하나님께 벌을 받았다.
그러나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이라는 작은 동네에 살고 있던 나이도 어리고 보잘것없지만 하나님만 믿고 경외하던 작은 소녀 마리아는 달랐다. 십 대 소녀 마리아는 누구보다도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에게 나타난 빛의 천사가 하는 모든 말을 믿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아무 의심 없이 무릎을 꿇고 담대히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천사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이라 생각하고 믿음으로 순종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어둠을 뚫고 한줄기 성령의 빛이 마리아에게 비친다.
하늘에서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더없이 높으신 하나님의 눈부신 빛이 무릎을 꿇고 말씀에 순종하는 마리아를 휘감았다. 빛 한줄기가 어둠을 뚫고 모든 곳을 밝게 비추듯이 작은 빛 한줄기가 눈부시게 커다란 빛의 폭포가 되어서 마리아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해와 같이 빛나듯이 마리아의 얼굴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빛이신 예수님이 하나님께 믿음의 은혜를 받은 마리아를 통해서 우리에게 왔다. 어린 소녀 마리아가 그 순간 아무 두려움과 의심에 빠지지 않고 천사를 통한 하나님의 모든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하나님의 사랑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성경의 모든 말씀들과 장면들은 다 소중하고 귀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과 같은 것이지만 그중에 나는 무엇보다도 이 장면이 너무 소중하고 좋다. 천사를 보고도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마리아의 담대함도 좋고 아무 의심 없이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순종의 믿음도 너무 좋다. 믿음이 흔들리는 시험의 순간이 올 때 나보다 어린 나이의 마리아를 생각한다. 그리고 말씀을 읽고 주님께서 나에게 믿음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28. 천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29.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라,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30.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그대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 31. 보아라, 그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32. 그는 위대하게 되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그의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실 것이다. 33. 그는 영원히 야곱의 집을 다스리고, 그의 나라는 무궁할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였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그대에게 임하시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능력이 그대를 감싸 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한 분이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보아라, 그대의 친척 엘리사벳도 늙어서 임신하였다.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라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벌써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누가복음 1장 2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