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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윤여재 Nov 12. 2021

매듭짓기 Day 15,16,17

새로 시작한 것, 그만둔 것 그리고 후회 없는 선택

밀린 글을 쓰려다 보니 시작한 것, 그만둔 것

그리고 후회 없는 선택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아

같이 써보았습니다.


삶에는 언제나 때가 있고

나에게 주어진 때가 언제인지를 

구별하고 사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신부님께서는 제게

이러한 때를 스스로 돌아보게끔

질문을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기뻤던 날, 화났던 날

슬펐던 날, 즐거웠던 날

그리고

시작한 것, 그만둔 것     


내내 코헬렛서를 함께 읽으며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한 것   

  

아이러니하게 코로나가 준 선물이 있었습니다.

성서공부를 위해 시간 내기가 수월하지 않아

늘 아쉬웠는데 코로나 시기 동안

온라인 성서공부 콘텐츠가 풍성해진 것입니다.

이전에는 선택지 없이 해야 했던 성서공부를 

다양한 강의 영상들을 비교하며 할 수 있었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여러 해석들, 강론들을 골고루 들으며 

다양하게 비교, 분석하며 들을 수 있었고,

궁금한 점에 대해 일대일 질문도 너무나 친절히 잘 대답해주셨습니다.


코로나의 때가 제게는 성서 공부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귀한 때를 준 것입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코헬렛 3,6)     


그리고 첫 영성체반 교리를 zoom으로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첫 해인 작년에는 허둥대며 서둘러 할 수밖에 없었던 교리들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여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들과 꼼꼼하게 준비하며

완벽하진 않았지만 시작할 수 있었고,

초기 적응기간을 거친 후에는 나눔 또한 오프라인처럼

풍성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만나서 직접 얘기를 나누는 만큼은 아니었기에

그만큼 더 간절했고 시작과 중단을 반복했던 미사는

더 절실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상황도 나아져 작년에는 중단했던 가정방문도 무사히 끝냈고

아이들 기도문 고찰, 부모님 고해, 아이들 첫 고해도

대면으로 하나씩 하나씩 마무리 지었습니다.  

   

또 하나의 기적을 시작하고 경험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우리 의지대로 조급해하거나

서두르며 힘들어할 필요가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절실함과 진정성만 갖고 있다면

주님께서는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우리와 함께 가주심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또한 그들 마음속에 시간 의식도 심어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시작에서 종말까지 하시는 일을 

인간은 깨닫지 못한다.

(코헬렛 3,11)



그만둔 것      


지금 하고 있는 자살예방교육과 상담을 

할 수만 있다면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제 모자란 역량과 자질 탓에

교육과 상담을 진행할수록 그 깊이와 한계가 느껴져 힘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하지만 이 일이 내게 주어진 것 또한 내 의지가 아니었듯

나로부터 거둬주심도 내 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모든 노고와 일의 성공이 

서로 남을 시기한 결과일 뿐임을 깨달았다. 

이 또한 허무요 바람을 잡는 일이다.

(코헬렛 4,4)          




후회 없는 선택  

   

교회 관련 일을 하게 될 때에는 늘 

주님께서 나를 불러주심을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이는 내게 주어진 소명이며,

그리고 내 몫이 아니라면 이 또한 

주님께서 거둬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주신 질문처럼 

모든 일에 기회가 주어졌고, 

"네,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주저 없이 선택했던 모든 일이

나의 힘듦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 후회 없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지나고 보면 어느 하나 힘들지 않은 일이 없었지만

그만큼 즐겁고 기뻤던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불행한 날에는, 이 또한 행복한 날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셨음을 생각하여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 

(코헬렛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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