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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봄날 Jul 12. 2019

딸이 카드를 낸다.

딸이 취업한 후 카드를 내도 엄마는 편치 않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남편이 퇴직을 했다. 남편이

대기업에 다녔고, 내가 오랫동안 과외를 했었기에 딸이 대학을 다닐 때에 나름 풍족한 편이었다. 모양내기 좋아하는 딸과 쇼핑하기 좋았고 호기 있게 몇 벌씩 사주는 일도 많았다.     

딸이 취업을 하고 처음 쇼핑을 간 날, 내가 아닌 딸이 카드를 내자 직원이 조금 의아해했다. 단골이던 곳이라 내가 내는 모습에 익숙했던 것이다. 우리 딸이 취업해서 본인이 산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그날 난 좀......마음이 좋지 않았다. 남편이 아직 재직 중이었다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겠지만 남편이 퇴직해서 나의 과외수입으로 아껴 살게 되니 자격지심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왠지 어린 딸이 짐을 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딸이 대학공부를 마치고 제 힘으로 제 옷을 사 입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 마음에서 딸이 그때까지도 부양해야 할 아이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자식의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지만 왠지 내 둥지에서 날아간 느낌. 또 다른 면으로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느낌 때문이었으리라.   

 

나보다는 몇 년 늦게 친구들의 아이들도 취업을 했다. 그들도 당연히 자신의 카드를 내고 있고 친구들도 역시 대견함을 느낀다. 그들이 주는 봉투에 아이들의 고생이 보여 선뜻 쓰지 못하고 봉투째 모셔두기도 한다.

  한 편,  아이들에게 매 달 용돈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아이들 결혼 때 쓸 자금을 모으게 하려고 부모의 카드로 생활하게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매 달 30만 원씩 받는다는 친구는

  “엄마 꼭 그래야 해요?”라는 딸에게 독립하라고 했다고.

독립하려면 훨씬 큰 비용이 드니 할 수 없이 생활비를 냈고, 2년 후 그 딸이 결혼할 때 엄마는 결혼비용 외에 비자금으로 쓰라고 그 돈을 고스란히 주었다.    

신용카드를 주었다는 친구는 아들이 카드를 반납했다고 한다. 카드 명세서로 이런저런 갈등이 있고 나서 일어난 일이다. 성인이 된 자식의 지출내역을 부모가 공유하며 간섭한다면 그 아이는 완전한 성인으로 생활할 수 없다고 본다.    

 

내 주변의 50대인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책임지고 있고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부모들이 많다.아직 남편이 퇴직을 하지 않은 사람들 경우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식의 도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자식 돈은 너무나 안타깝고 소중한 돈이다. 자식이 내는 카드가 기쁘기도 하지만 마냥 반갑지는 않은 것이다.        


자식이 취업하고 회사 일로 힘들어할 때 엄마는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저 어린 게 벌써 이리 고생하다니 하는 심정이다. 아들이 군대 갈 때에 얼마나 안타까운지 남편을 대신 보내고 싶다는 우스개 소리 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는 회사에서 고생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마음이 저린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은 당연했는데 자식이 버는 돈에 가슴이 저린 것은 남편이 번 돈에는 나의 노동의 값도 합쳐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나도 충분히 수고했고 힘들었다.


 큰 딸은 입사하고 오래지 않아 ‘아빠가 회사에서 이렇게 힘들게 일하셔서 우리를 키우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한 우리 딸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이제 이 아이도 성인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딸이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내 품에 있는 아이로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커서였던 것 같다.


이제 명절이나 생일에 자식들이 주는 용돈에 익숙해졌다.  사실 중 고등학교 때 한 과목 학원비도 안되는 돈이다. 식당에서 밥값을 낼 때에도 좀 담담하다. 아이들의 고생에 지금도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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