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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공방카페 아라보다

01. 돈 없이 창업하는 꿈을 꾸고 있어요.




카페를 차리고 싶다.





컵 앤 푸드 키즈카페



중학교 3학년.

열여섯을 건널 때 즈음, 컵 앤 푸드라는 키즈카페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자주 들리던 단골 카페였는데, 2층에는 아이들의 놀이방이 있는 레스토랑에 가까웠다.


음식은 무려 '해물볶음우동', '김치말이국수', '돈가스'를 포함에 분식과 양식을 판매했다.

공유를 반쯤 닮은 남자 사장님께서 전직 요리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는 공간도, 음식도, 음료도 훌륭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 사장님들은 마케팅 기술이 부족했다.

덕분에 가게가 한가할 때면 사장님께 틈틈이 라떼아트를 전수받았다.



일하면서 좋은 기억이 참 많았던 곳이었는데,

학교가 끝나고 바로 카페로 향해 문을 열고서 "안녕하세요~!"하고 밝게 인사한 후,

교복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바로 근무를 시작했다.


복장이 자유로운 사내규정과 교복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만나 '교복 위 유니폼'이라는 로망을 실현했던 것이다.





카페베네 망포역점
출처: 네이버 홍이부록 블로그

10년 전, 망포역이 생길 무렵 그 거리 카페는 카페베네가 유일했다.


나는 커피 한잔, 카파멜 시나몬 브레드를 시키고 종종 시간을 보내던 단골이었다.

그곳에는 잘생긴 사장님이 엄청나게 친절하셨다.


하루는 브레드에 계피가루 빼고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진동벨을 들고 브레드를 가지러 갔을 때, 브레드는 계피를 퐁퐁 얹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황한 나를 보고 사장님은 바로 다시 만들어주신다고 하셨다.

괜찮다고 그대로 먹겠다는 내게, 사장님은 머그컵을 선물로 주셨다.

이후 나는 주위에 다른 카페들이 하나 둘 생겨나도 카페베네만 갔다.




시간이 흐르고 사장님과 얼굴을 튼 나는, 사장님께 아르바이트로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생각해 보면 컵 앤 푸드도, 13살 시작한 전단지 아르바이트도

직접 사장님께 일을 시켜달라며 먼저 제안한 건 나였다.


지금 보니 이때부터 나는 제안하고 두드렸을 때 기회가 생기는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무체계와 규칙, 물류관리 등을 익혔다.


하지만 직원으로 바라본 사장님은 사뭇 달랐다.


사장님은 직원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가게를 비울 때도 CCTV를 보며 "창문 다시 닦아요." 하며 전화가 왔다.

직원분들은 일을 맡기고 감시하는 사장님께 불만을 품었다.

그리고 사장이 직원을 신뢰하지 않을 때 가게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고 배웠다.


나는 다짐했었다.


손님에게 잘하는 만큼 직원에게 잘해야지.







20대 중반, 나는 점점 구체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간단한 제안서를 만들어 주위에 공유했다.

제안서를 받고 만남을 요청했던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만날 때마다 지적을 들었다.





"유진 씨는 하는 일이 너무 많은데요? 가지치기를 해야 될 것 같아요."
"공방카페 자체가 차별성이 보이지는 않아요."
"너무 그렇게 자립준비청년을 위하지 마세요. 부담스러울지 누가 알아요."





그들은 나에게 맞춰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하나같이 자신들이 겪어온 경험에 빗대어 내 가능성을 제한했다.

처음에는 억울함과 속상함에 자주 울었다.


안에는 큰 그늘을 가진 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는 그 존재를 알고 있다.

하지만 보이는 건 아직 묘목이라며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때 NaCl 재단 심난영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유진이는 복이기 때문에, 너와 함께 하는 분들은 그 복을 함께 나누게 될 거라고.


그러니,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낙심하지 말고 함께할 곳을 찾아 다시 두드리라고.

절대 비굴하게 요청하지 말라고 하셨다.

오히려 내 가치를 못 알아보는 그곳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다.


이 얼마나 신박하고 당찬 마음인지.

이후 이 말은 나를 점점 단단하게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스스로가 알면, 박대받는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다.

난영 선생님은 내게 그것을 알려주셨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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