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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걱정할 시간에 기도로 맡기고 너는 꿈을 꾸렴.

하나님의 딸로 살아간다는 것


자립준비청년 공방카페 아라보다.




어느덧, 오픈한지 한 달이 되었다.

인테리어를 배워가며 바닥 에폭시부터 천장 페인트까지 작업한 내 손길이 닫지 않은 곳이 없는 공간.



오픈 이후로 기아대책, 대한적십자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브라더스키퍼, 선한울타리, 주식회사 보라, NaCl 재단, 선덕프랜즈 등 많은 NGO 재단에서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축하해주셨다.


9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립준비청년들과 쌓아가는 시간들,

조금씩 늘어나는 단골 손님과의 작은 대화,


부선장으로 같이 일하는 고양이 새벽이를 만나러  멀리서 찾아온 팔로워 분들.


비록 자립활동과 프리랜서 디자이너 작업, 카페 업무와 음악 작업을 병행하면서 점점 자는 시간이 줄었지만

카페에서 앞치마를 덮고 쪽잠을 잘 때도 더없이 행복했다.






언니 저 여기 직원 시켜주세요.



아라보다에 직원이 되고 싶다는 자립준비청년들이 하나 둘 생길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가도 무거워졌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상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한번 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조금씩 단골을 늘려가고 있는 동네 카페.


직원을 둘 수 있을만큼 매출이 나오려면 뭘 해야 할까.




'저녁에 마감하고 나면 공간 대여를 하자.'


'캔들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보자.'



'어린이집이 부족한 동네이니까 아이 돌봄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




'기업과 재단에 내부 선물용이나 후원자 이벤트로 청년 굿즈를 소비해달라고 연락을 돌려보자.'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내 머릿속에는 온통 아이디어와 기획들로 가득했다.

그러다 어제 카페 마감을 하고 한켠에서 금요철야를 드리는데, 내 안에 있는 소망을 기도로 올리라는 말씀이 들렸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이 곳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잖아요.



주님, 마음 안에 소망을 두신다고 하셨죠.

지난 저의 아픔 속에 소망을 두시고 마음에 친구들을 담게 하셨죠.



그동안 제게 많은 청년들을 보내주셨어요. 그때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상상을 했어요.

고향이 없는 친구들에게 고향같은 사람이 되어주는 꿈을 꿨어요.




그리고, 하나님은 제가 그렸던 꿈들을 하나씩 이뤄가게 하셨어요.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서요.


이제는 저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청년들도 생겼어요. 그것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선물같은 친구들로요.



그런데 제가 책임을 질 수 없어요.

그 중 한명도 직원으로 데려올 능력이 없어요.


주님, 이제 제게 팀을 주세요.

그 친구들을 열정페이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주고싶어요. 이 마음이 제 욕심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기도하고 카페에 한켠에서 잠이 들었다.

4시간 뒤 찾아온 아침.


눈을 뜨고 정신없이 오픈 준비를 했다.



오늘 저녁에는 서울 저 끝에서 자립준비청년이 오기로 했고,

그린노블레스데이 공연을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오기로 하셨다.







오후가 되고,

한 여자 아이와 함께 아이 아빠가 오셨다.

새벽이와 함께 노는 부녀의 모습을 보면서, 주말에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이런 공간을 차렸다는 게 뿌듯했다.


그런데 아이 아버지는 메뉴 나가고 재료 준비하는 내 모습을 유심히 보셨다.

괜시리 긴장하고 있는 내게, 아버지가 말을 거셨다.






"이 책 직접 쓰신 거에요?"

카페에 진열해놓은 에세이 '숨김없는 말들'을 펼쳐보시면서.



그 분은 자신도 서울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립준비청년 출신이라고 하셨다.

반가운 마음에 주문 들어온 메뉴를 호다닥 나가고, 같이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 아버지는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에 대한 칭찬과 함께 자신의 삶을 잔잔히 들려주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형과 둘이 살아 온 이야기, 김밥 할머니의 후원을 받아 대학을 다닌 이야기.


그분은 자신이 받은 부채감이 있기에 나누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참 신기했다.

자라면서 부족한 게 온 세상 천지였을텐데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이 아닌,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그리고, 좋은 상권 자리에 공간을 지원 받아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주위에 알려보겠노라 말씀해주셨다.


아침에 적어놓은 소망이 스쳐지나갔다.

'아라보다 카페 2호점'


아이 아버지를 통해 길이 열리든 안 열리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것은 내게 하나의 신호였기 때문에.








하나님은 나를 참 잘 아신다.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는 것보다 하면 안되는 것,

가질 수 있는 것보다 포기해야 할 게 더 많았던 나는 기대하는 마음이 주는 실망과 아픔을 싫어한다.


그래서 가능성과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쉽게 기대하지 않는다.


여러 사투 끝에, 나는 하나님과 신호를 맞춰가고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은 꼭 내게 먼저 들려주시고 보여주신다. 하나님의 타이밍을 배운 뒤로는 힘도 덜 들었다. 야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알고나니, 불안한 마음에 내달리지 않을 수 있기때문이다.



"유진아, 걱정하지마.

심혈을 기울여 지은 나의 걸작품인 너의 시간을

걱정과 염려로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돈이 부족하지 않단다.

금은보화보다 귀한 것은 얼마든지 내게 있어.

나는 네가 나를 믿고, 기대하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나는 네가 얼마나 유능한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는지 중요하지 않아.

그저, 네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고있단다.



유진아, 네가 꿈꾸고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그려와보렴.

그동안 나는 함께 도울 사람과 상황들을 준비하고 있을테니.


걱정이 아닌 기대로,

염려가 아닌 감사함으로 그려보렴.


너를 통해 만나고 싶은 수 많은 생명들이 있단다.

너는 입고 먹을 것을 걱정하지말고,

마음 안의 소망을 키우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 어제 너의 기도를 듣고,

너를 위해 아들을 내어준 아빠가.



너의 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레위인과 네 성중에 우거하는 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로 와서 먹어 배부르게 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의 손으로 하는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신14:29, 개역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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